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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 가득한 마음이 나를 괴롭힐 때

삶과 꿈 앞에서 막막함이 차오르는 날, 우리가 해야 할 일

by 기록하는 슬기


그런 날이 있다.

이유 있는 막막함과 답답함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날.

분명 머리로는 '지금도 혼자서 충분히 잘하고 있다'라고, '이런 내가 좋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한껏 빨리 뛰어대는 심장 박동수만큼은, 쉴 새 없이 입 밖으로 흘러나오는 한숨만큼은 머리가 하는 말에 동의하지 못하는 날.


그렇다. 나는 그런 날이 어제였다. 특히 어젯밤부터 오늘 새벽까지 이어지는 시간. 사실 이런 기분이 무척이나 오랜만이었고, 또 오랜만이었던 만큼 깊고 진하게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어제는 하루 종일 노트북 앞에 앉아서 제대로 된 문장 한 줄을 완성시키지 못했다. 원래 글을 쓸 때 아무런 소리를 듣지 않고 고요함 속에서 키보드 소리만을 들으며 작업을 하지만 어제는 그 적막함이 너무도 버거웠다.


잠시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유튜브에 접속했다. 오래전부터 좋아했던 가수들의 노래를 라이브 영상을 위주로 하나, 하나 차례대로 재생시켰다. 이런 상태에서 처지는 발라드를 들으면 땅을 파고 지하로 들어갈 것 같아 경계했지만 오히려 나와 비슷한 기분의 멜로디와 가사들이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았다. 한 시간, 두 시간 그렇게 노래만 들었다.


그러고 나니 나를 짓누르던 막막함과 답답함의 강도가 훨씬 약해진 것 같았다. 그리고 차근차근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들과 그 이유들, 그리고 해결 방법에 대해 노트에 써봤다. 참, 내가 어리석은 건지 아니면 삶이라는 것이 야속한 건지 언제나 내가 힘든 이유는 비슷하고, 그에 따르는 해결 방법 또한 비슷하다.


이따금씩 이렇게 찾아오는 막막함과 답답함의 이유는 '꿈'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가는 도중 순간 주변에 모든 빛이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다.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왔는지, 앞으로 그 목적지까지 가기 위해서 어떤 길을 얼마만큼 더 가야 하는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다. 분명 그 꿈이라는 것에 끝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중간에 내가 얼마큼 왔는지 정도는 확인하고 싶을 때가 있다. 희미하더라도 컴컴한 이 길 위에서 작은 빛이 절실하게 필요할 때가 있다.


슬프지만 알고 있다. 꿈이든 삶이든 이 길을 걸어가는 우리에게 그 빛은 아주 가끔씩, 아주 짧게 비춰준다는 것을. 그것도 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끊임없이 성실히 걸어간 사람들에게만 비춰준다는 것 또한. 그래서 우리는 모두 그 짧은 빛을 받기 위해 아주 긴 시간 동안 견디고, 버틴다.


어제는 그런 날이었다. 그동안의 내가 견디고 버텨온 그 시간과 그 가치에 대해 의심이 드는 날. 그리고 동시에 앞으로 내가 얼마큼 버티고 견딜 수 있을까 의심이 드는 날. 내 마음 가득 의심이 차오르는 날, 그런 날이었다.


사실 이런 날들이 지난 시간 동안 수도 없이 찾아왔기에 당황스럽지는 않다. 그래서 이런 의심 가득한 마음을 단순히 달래주는 것뿐만 아니라 그 의심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는 방법 또한 나는 잘 알고 있다. 정말 단순하다. '움직이는 것' 뿐이 없다. 글자 그대로 그런 감정이 온 마음과 온몸을 지배한 그 순간 신체를 움직있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리고 그 의심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또한 '행동'하는 것 밖에 없다.




'글'이 '삶'이 된 요즘 작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길, 의심보다는 믿음으로 차올랐던 내 마음을 만난 순간.



나는 현재 없이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내가 미래에 글을 쓰며 살고 싶은 꿈이 있다면 현재 글을 쓰는 삶을 살아야 한다. 나의 현재가 곧 미래가 되기에. 아무리 멀어 보일지라도, 아무리 험난해 보일지라도, 아니 심지어 그 목적지가 보이지 않을지라도 그곳에 데려다주는 건 결국 차곡차곡 쌓인 발걸음 밖에 없다는 것을 지난 경험들로 뼈저리게 배웠다.


어떤 경험을 통해 배우고 깨달은 후 당장 단기적으로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며 그 깨달음을 상기시키고 실제로 꾸준히 행동하는 것은 꽤나 힘들고 버거운 일이다. 하지만 야속한 삶은 그 힘들고 버거운 일을 하는 사람에게만 '의심'이 아닌 '믿음'을 선물해준다. '자기 자신을 믿을 수 있는 그 마음'을 말이다.


스무 살 이후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숱하게 넘어지고 깨지고 다시 일어나면서 의심 가득한 마음과 믿음으로 가득한 마음을 모두 느껴봤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기간은 의심으로 가득 찬 마음이 압도적으로 길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내가 한 선택이 맞는 걸까?'와 같은 질문들은 매번 나를 괴롭혔었고 때로는 나는 그 질문들에 굴복하고 원하지 않는 타협을 하고 포기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 경험 덕분에 나는 알게 되었다. 내가 나를 믿지 못하고, 나의 선택을 믿지 못하고 그 의심에 백기를 드는 순간, 그 후회와 아픔의 통증은 상상 이상으로 길고 세다는 것을. 그래서 그 후회와 아픔을 딛고 일어나는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의심이 내 마음에 찾아올 때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대신 '나는 할 수 있지.'로, '내가 한 선택이 맞는 걸까?'라는 물음표 대신 '내가 맞는 선택으로 만들면 되지.'라는 마침표로 생각하고 믿고 움직이는 것이 지금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고, 동시에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 믿음과 행동만이 현재를 살아가는 나를 '나'로서, 내가 꿈꾸는 미래 속 '나'로 만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나에게는 어제와 같은 밤이 예고 없이 불쑥불쑥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감정에 잠시 동안 흔들리고 아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그런 날들이, 그런 감정들이 그리 두렵지는 않다. 그 이유는 그런 날들이, 그런 감정들이 결국은 모두 하나의 과정일 뿐이고, 또 그 과정들을 덤덤하게 견뎌내며 한층 단단해지는 나를 알고 있고, 믿기 때문이다.






아무리 지금 걷는 이 길이 컴컴할지라도 두 눈을 감고 천천히 그 어둠 속을 바라보면 하나둘씩 내 눈에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지나온 나의 발자국들과 그 발자국을 만들기까지의 그 시간들이 보인다. 그리고 그 시간 속 내 모습이 더 자세히 보인다. 순간 찾아온 이 막막한 감정 때문에 포기하고 무너질 내가 아니라고 말하듯 그동안 나는 생각보다 용감했고, 끈질겼다.


맞다. 보이지 않는 앞을 바라보려고 하는 마음이 들 때면 봐야 할 것은 지난 시간 동안 잘 살아온 내 모습과, 잘 견뎌온 내 마음이었다. 그러니 앞이 보이지 않는 그 어두움이 찾아올지라도 너무 외로워하지도, 힘들어하지도 말자. 더 선명히 보이는 지난날의 나를, 나의 흔적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나'이기에. 그런 '나'를, 그런 나의 '삶'을, '꿈'을 가장 아끼고 애틋하게 바라보며 끝까지 응원할 사람인 '내'가 있기에.





"누구보다도 나 자신을 가장 사랑할 수 있는, 나의 삶과 나의 꿈을 가장 아껴줄 수 있는 그 마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마음을 자주 꺼내어 바라보고 아주 애틋하게 꽉 안아줬으면 좋겠어요. 당신도, 나도 우리는 그 마음 하나 믿고 이 야속하다 못해 매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거니까요."








지난달에 시작했던 메일 구독 서비스 슬기드림 1월 호에 이어 곧 2월 호 연재를 시작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글'과 함께 하는 '삶'을 더 오랫동안 하고 싶은 저의 '꿈'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가기 위한 의미 있는 도전이자 움직임입니다. 아직 저는 '삶'과 '꿈'이라는 글자 앞에 서면 어렵고, 때로는 아프지만 그 뜻은 곧 이 과정을 이겨내고 있고 동시에 즐기고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삶과 꿈 앞에서 항상 자신만만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당당하게 포기하지 않고 묵묵하게, 덤덤하게 서두르지 않고 한 발자국, 한 발자국씩 나아가겠습니다.


저의 이야기가 어둠 속을 걷는 누군가에게 아주 작은 빛이 되고 온기가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저의 이야기가 온기와 희망, 힘을 가진 채 전달될 수 있도록 이 자리에서 저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고, 배우고, 쓰고,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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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제 글과 제 움직임, 제 꿈을 바라봐주시고 응원해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여러분께 받은 그 애정 어린 시선과 마음 잊지 않고 꿈꾸며 살아가는 누군가의 시작과 움직임을 뜨거운 마음으로 응원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브런치 새 글은 매주 월요일, 목요일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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