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씨가 되나봐요. 한달살이에서 결국 일년살이로.
안녕하세요. 기록하는 슬기입니다.
매주 월요일, 목요일마다 브런치에 새 글을 발행하다가 이렇게 10일 정도 지난 후에 새 글을 올리니 더욱 반가운 것 같아요.
일단 요즘 저의 근황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아직도 제주에서 지내고 있어요. 한 달, 한 달 늘어나던 제주 살이가 벌써 5개월이 지나버렸네요. 그리고 얼마 전 고민 끝에 큰 결심을 했습니다. 바로 제주도에서 한 달이 아닌 일 년을 더 살기로요. 그래서 1년 동안 지낼 보금자리를 오랜 시간이 걸려서 찾았고, 이제 막 그 공간을 꾸려나가고 있어요. 제가 봐도 지금 상황이 참 웃기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네요.
저는 앞으로 제주도에서 지금까지 해오고 있는 일을 꾸준히 해나갈 계획이고요, 동시에 새로운 일들을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물론 해오고 있던 일과 새로운 일 모두 '글쓰기'입니다. 이번 연도 1월부터 4월이 지난 지금까지 꾸~준히 하고 일은 '슬기 드림 구독 서비스' 연재입니다. 그리고 이번 연도에 새롭게 도전하는 일 중에 가장 1순위는 '출판'입니다. 하나 더 하자면 글쓰기 클래스를 꼭 한 번 열어보고 싶습니다.
지금 말한 '글쓰기'와 관련된 일만으로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 곳 제주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그리 녹록지 않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제주 내려올 때 이제는 제 꿈과 너무 동떨어진, 제 꿈으로 가는 길을 늦추는 일은 하지 않을 거라고 굳게 다짐까지 했었죠. 그런데 솔직히 그 다짐은 지금 조금 변했어요. 제주에서 1년 더 살아보겠다고, 이곳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해보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새롭게 한 다짐은 '무슨 일을 하든 글을 손에서 놓지 말자.'였어요.
사실 슬기 드림 3월 호가 끝나고 한 달간의 휴재 기간을 가지려고도 했었지만 쉼 없이 바로 4월 호 연재를 이어 나가기로 했습니다. 나중에 제 의지, 제 끈기가 없어지고 나서 '시간이 없다.'라는 말 하기 싫어서요. 그래서 연재 횟수를 일주일에 5번에서 (평일 월~금) 3번으로 (매주 월, 수, 금) 줄여서 4월 호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글을 쓴 지 어느덧 3년 차에 접어들면서 저는 제 독자분들과 일종의 의리가 생긴 것 같아요. 제가 힘들 때마다 힘 받고, 용기 받는 건 다 구독자님 덕분인데 제가 어떻게 그 마음을 저버릴 수가 있겠어요. 특히 슬기 드림 연재 중에 가끔 제 글에 대한 답장을 정성스럽게 보내주시는 분들, 연재가 끝나고 다음 달 슬기 드림 공지를 안내해드리기 전부터 바로 선입금을 해주시는 구독자분들, 그리고 이전 달의 슬기 드림 글을 못 보셨다고 하시면서 지나간 글까지 구독하고 싶으시다는 구독자분들이 계신 이상 저는 계속 글을 쓰고 싶어요. 아니, 써야 해요. 그게 제가 글 쓰는 이유이니까요.
아마 앞으로 제주에서의 삶은 그야말로 생존과 동시에 꿈을 향한 성장의 과정이 될 것 같아요. 물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이전보다는 조금 더 바쁠 것 같고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브런치에는 일주일에 두 번 연재를 이어나가지 못할 것 같고, 일주일에 한 번 연재로 변경하려고 합니다. 저에게 '글'이라는 꿈을 가지게 해 주고, 또 포기하지 않게 해 준, 지금까지 그 꿈을 지키게 해 준 브런치이기에 찾아뵙는 횟수는 줄어도 더 좋은 이야기로, 더 좋은 콘텐츠를 들고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요즘 저의 근황과 저의 장기 프로젝트 중 하나인 '슬기 드림 구독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항상 저에게 보내주시는 따뜻한 관심과 뜨거운 응원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남겨주시는 댓글 모두모두 잘 보고 있습니다! 제가 요즘 많이 바빠서 하나하나 답글은 못 남겼지만 늦더라도 꼭 답글 남길 거예요! : ) 언제나 늘 항상 고맙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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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 드림을 구독하면 어떤 글이 배달되는 건지 궁금하실 구독자분들을 위해 지난 3월 호에 있던 글 한 편을 실어드립니다.
[슬기 드림 3월 호_2021. 3. 24. 수] 한라산이 등린이에게 알려준 것
슬기 드림 2월 호를 마친 지난주였다. 서귀포 어느 곳에서든 하늘이 맑은 날 고개를 들어 올리면 멀리서 보이던 한라산을, 말로는 적어도 5년 전부터 '가야지 가야지'했던 그 한라산을 드디어 다녀왔다. 사실 나 혼자였다면 이번 연도 안에 한라산은 여전히 내 입에서만 열심히 오르락내리락했을 것이다. 지난주에 친오빠는 내게 한라산 등반을 같이 가겠냐는 제안을 해왔다. 친오빠는 2~3주 뒤에 제주도를 떠날 예정인데 그전에 한라산을 가보고 싶다고 했고, 나는 별생각 없이 승낙했다.
'산 VS 바다'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고민 없이 "바다!"를 외친다. 하지만 이 와중에 웃긴 건 가장 좋아하는 도시는 바다를 찾을 수 없던, 모두 굵은 산줄기에 붙어있던 치앙마이, 포카라였다. 그리고 실제로도 등산을 좋아하지 않지만 20대 초중반에는 어쩔 수 없이 매년 산을 탔었다. 역사학과였던 대학시절, 우리 과는 매 학기마다 4박 5일 동안 정기 답사를 갔었다. 그때 꼭 하루는 통째로 그 지역에서 가파르기로 유명한 산을 등산해야 했다. 그게 몇십 년 동안 우리 과에 내려오는 전통이라면서.
그때 운동은 하나도 하지 않았지만 나이 체력과 또 쓸데없는 경쟁심과 오기 때문에 심장이 터질 듯 차오르는 숨을 달래 가며 기어코 여자 중에는 세 손가락 안에 들게 정상에 도착했다. 그리고 세계 여행 때 찾은 네팔에서는 14박 15일간의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라운딩 등반까지 했다. 누군가는 '히말라야 등산'이 인생의 버킷리스트라고 하지만 그때도 나는 별생각 없이 올라갔다. 그때 만나는 사람들마다 지금 등산 안 하면 나중에 후회할 거라고, 등산을 하고 내려오면 기분이 정말 좋다는 그 꼬임에 넘어가서 산을 탔다.
산을 좋아하지도, 산에 대한 기대도 없던 내게 그 14일은 말도 못 하게 힘들었다. 14일 내내 8시간 넘게 산을 오른다는 것 자체가 처음이었기에 체력은 금세 바닥났고, 온몸의 근육에 힘이 생기지 않았다. 게다가 히말라야의 높은 고도 때문에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올랐다. 그때 하루하루, 아니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면서 나한테 '지금 히말라야 안 가면 후회할 거야!'라고 말한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리며 "아니! 왜 이렇게 힘든데 왜! 오라고 한 거야!"라고 큰 혼잣말을 하며 그들을 원망하고 또 원망했다.
그런 내가 다시 한라산을, 그것도 백록담 정상까지 가는 코스를 얼떨결에 또 갔다 왔다. 초보 등린이(등산 어린이) 기준으로 왕복 9시간이 걸리는 코스라고 한다. 막상 딱 가기 전날이 되자 조금씩 걱정이 됐다.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고, 만만하게 볼 등산 코스가 아니라는 후기가 줄을 이었다. 제대로 등산이라는 것을 해본 지가 네팔 히말라야가 마지막이니까 어느덧 3년 하고 반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나는 앞자리의 숫자까지 2에서 3으로 바뀌기까지 했기에 갑자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라산 등반 당일 정말 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나이 체력이 뒷받침되던 그 푸릇푸릇 한 20대 초반에 등산을 할 때보다도, 전문 포터가 짐을 들어주며 함께 등반했던 히말라야 등반 때보다도 훨씬 수월했다. 함께 출발했던 팀들과는 멀어진 지 오래였고 혼자 거의 쉼 없이 뚜벅뚜벅 올라가기만 했다. 오르막길도, 계단도. 숨은 차긴 했지만 예전처럼 그렇게 심장이 터질 것처럼 힘들지는 않았다. 분명 어려운 코스라고 했고, 주변만 둘려봐도 20대로 보이는 어린 남자들도 '헉헉헉' 소리를 내며 땀을 뻘뻘 흘리며 쉬었다 가고 있었다.
보통 백록담까지 올라가는데 4시간 30분을 잡는데, 나는 3시간이 20분 정도가 걸려서 도착했다. 원래 여행을 갈 때마다 중요한 날 날씨 요정이 되는 사람이라 그런지 그렇게 보기 힘들다는 백록담도 완전히 맑고 깨끗하게 볼 수 있었다. 그제야 상쾌한 바람도 느껴졌다. 갑자기 닭살이 돋았다. 매일 TV에서만 보던 장면이 눈앞에 내 두발로 왔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나보다 늦게 도착한 친오빠를 기다려서 같이 정상에서 준비해온 김밥을 먹고, 인증샷도 여러 장 찍었다. 오빠는 요즘 체력이 너무 안 좋아졌다면서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그리고 오빠는 나한테 이렇게 말했다.
"근데 너는 산 잘 탄다. 왠지 잘 탈 거 같긴 했는데. 그래도 네가 2년 전부터 인가 맨날 운동했잖아. 그 효과가 있나 보다. 확실히 다르네."
맞다. 생각해보면 2019년 때부터 지금까지 매일 걷든 뛰든, 아니면 홈트레이닝을 하든 일주일에 적어도 5번씩은 운동을 꾸준히 해왔다. 사실 체력도 눈에 보이는 수치가 아니라서 내가 얼마나 몸이 좋아졌는지 알 수 없었다. 눈에 보이는 몸매나 체중의 변화는 느끼긴 했지만 체력의 변화는 잘 몰랐었다. 그런데 이번에 한라산을 타면서 확실히 느껴졌다. 2년이란 시간 동안 하기 싫어도 꾸역꾸역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고, 땀을 냈던 그 성과를 우연히 한라산을 타면서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나니 이 풍경들이 더 값지게 느껴졌다. 또 스스로에게 뿌듯했다.
이어서 오빠는 내게 또 한 마디를 했다.
"그런데 가만 보면 너는 이런 게 잘 맞아. 등산이라는 게 오랫동안 계속 비슷한 풍경 보면서 그냥 오르기만 하는 거잖아. 끝이 있다고 해도 당장은 가파르고 험한 오르막 길만 올라가잖아. 나는 이런 게 너무 지겹고 싫어. 어쩌면 네가 하려고 하는 일도 등산이랑 비슷하잖아. 근데 내가 보면 너는 이런 거 잘해."
오빠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는 "내가 그런가?"라고 물어봤다. 왜냐면 지금까지 내가 보기에 나는 매일 반복되는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무척 힘겨워했기 때문이다. 운동이든 글이든 영어공부든 내가 자발적으로 하나의 행동을 오직 나를 위해 반복해온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늘 나는 스스로에게 지금 이 정도는 부족하다고, 나는 조금 더 열정적으로, 더 길게 해야 한다고 다그치기만 했다.
그런데 이번에 얼떨결에 오빠를 따라 간 한라산 등반을 통해 일종의 중간 점검을 받은 것 같았달까. 게다가 그 중간 점검 점수는 내 예상보다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았다. 단순히 '체력이 좋아졌다.'라는 한 줄 보다는 지난 2년 동안 눈에 보이지 않았던 반복된 나의 노력들이 쌓이고 쌓여 이제야 눈에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 것 같았다.
그리고 하나 더, 지금까지 나 스스로 특별하지 않은, 매일 반복되는 일을 잘 못하고 즐기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멋대로 판단했었다. 그런데 나는 특별하지 않은 매일을 반복하면서 특별한 '나'와 '나의 삶'을 만들 수 있고 지켜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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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몰랐다. 왜 많은 사람들이 '산'에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지 못하는지. 왜 그렇게 쉬는 날이면 산을 올라가고 싶어 하는 지를. 하지만 이제 아주 조금은 알 것 같다. 매일 똑같은, 매일 비슷한 일상을 살아가는 삶을 사는 일상과 꽤 닮아있는 등산을 하고 나면 조금은 삶에 대해, 그 삶을 사는 나에 대해 자신감이 생긴다. 지겹고 지루하고, 동시에 온 몸과 정신력이 흐릿해지는 반복되는 오르막길을 오르고 올라 정상을 봤을 때 '나는 그래도 결국 끝을 보고야 마는구나.'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내리막 길을 걸을 때 온몸으로 느낀다. 심장이 터질 듯이 숨이 헐떡이던, 숨쉬기도 버겁던 오르막 길을 걷는다 것은 즉, 인생에서도 오르막길을 걷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니 우리가 지금 사는 일상이 지겹고 버거운 이유도 결국 인생이라는 등산길에서 정상에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의 가빠진 숨소리와 심장박동 수만큼 인생의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 아닐까.
-이슬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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