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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전환점과 자존감의 관계

당신의 인생 속 전환점은 무엇, 어디, 누구인가요?

by 기록하는 슬기

마음이 답답하거나 우울감이 느껴질 때 나는 자주 내 블로그로 가서 20대 초반 때부터 기록해놓은 포스팅을 읽곤 한다. 그 포스팅에는 그 당시 내가 어떤 고민을 지니고 있었고, 그 고민을 어떤 다짐과 행동을 통해 해결했었는지 그 과정들이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10년 정도 차곡차곡 쌓인 내 흔적들을 볼 때마다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하나 있다. 30년 조금 넘게 살아온 내 인생에서 '00'을 하기 전과 한 후의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여기서 두 글자, '00'은 많은 분들이 예상하셨듯이 바로, '여행'이다.


솔직히 말하면 21살 겨울에 친한 언니와 함께 유럽으로 갔던 첫 배낭여행은 그다지 인상 깊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유럽 여행이 끝나고 나서부터 계속 '다시 떠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우여곡절을 거쳐 25살 때 처음으로 '혼자' 떠났던 동남아 배낭여행이 지금 돌아보면 내 인생에서 '전환점'이 되었던 것 같다.


그 여행이 내 인생에서 전환점이 될 수밖에 없던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25살, 그때 나는 바람 앞에서 꺼질 듯 꺼질 듯, 그러나 꺼지지 않던 약한 바람 앞에서도 수 없이 흔들리고 있는 작은 촛불 같았다.


심적으로 가장 약할 때, 가장 바닥을 치고 있다고 느낄 때 과감하게 선택했던 것이 어쩌다 보니 '여행'이었고, 그때 나는 그 여행을 통해 우연히 넘치도록 많은 성취감을 느끼고 돌아왔다. 그 여행을 통해 배운 것은 '성취감'이란 꼭 많은 사람들이 보기에 대단한 것, 많은 사람들이 인정해줘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때 내가 느낀 성취감이란 '내'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던 것, '내'가 두려워했던 것을 했을 때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태국 수완나폼 공항에서 도착하고 미리 예약한 호스텔로 찾아가기 위해 교통 카드를 샀을 때, 처음 머물던 도시에서 새로운 도시로 가는 버스에 막 올라탔을 때, 온갖 사기꾼들이 달려들 때면 속으론 한껏 겁에 질려있을지언정 겉으로는 미간에 인상 뽝 써주고 기선제압을 했을 때, 등등. 바람이 불어오면 당장이라도 꺼질 것 같이 위태롭던 촛불 같았던 내게 여행이 알려준 건 생각보다 잘 해내고 있는, 잘 살아내고 있는 내 모습이었다.


그때 떠났던 동남아 여행 이후로, 나는 '나'를 믿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때 당시에는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저 나는 역마살이 단단히 끼어버린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꾸 어딘가로 떠나야 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어느 곳에 있든 '여행'을 찾고, 그리워하고, 꿈꿨던 것은 결국 '나를 믿을 수 있는 그 마음'을 찾고, 그리워하고, 꿈꿨던 것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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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나에게는 아직도 선명하게 보이는 하나의 전환점 <2014. 11. 태국 방콕> / (우) 일부러 다시 찾은 전환점 <2017. 08. 인도 암리차르>





얼마 전, 친구가 내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자존감이 높아질 수 있을까?"

참 어려운 질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먼저 자존감에 대해 생각해봤다. 자존감의 사전적 의미를 간단히 말하면 '자신의 능력과 가치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와 태도'라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자존감이란 사전적 의미에 조금 덧붙여서 '자신의 능력과 가치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와 태도, 그 후에 자기 자신을 믿을 수 있는 마음'이다.


그날 친구의 질문에 답을 바로 해주진 못했지만 지금은 내가 생각하는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말해줄 수 있다. 그 방법은 '스스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여기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예를 들어, 작년 여름 코로나 19로 인해 아무 곳도 못 가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내가 성취감을 느꼈던 일은 '아침 기상'이었다. 나는 늦은 새벽까지 잠을 못 자서 아침에 느끼는 피로감이 꽤 심한 편인데, 그런 내가 자발적으로 매일 아침 7시 30분에 일어났었다. 눈을 뜨고 꼭 무언가를 하지 않았어도 그 시간에 일어났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했었다. 누군가에겐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게 쉬울지라도 '나'에게는 하나의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하루의 시작부터 나는 하나의 도전을 이룬 것이었기에 그에 따른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P20200711_082216119_D68307BF-7AAE-45CC-AD37-D80B7717C30D.JPG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아침 운동을 하던 나를 스스로 기특해했다. 근데 이게 성취감 아닌가. <2020. 07. 마스크 끼고 겪은 혼돈 속 첫여름, 그 어느 날 >




이렇듯 인생의 전환점이라는 단어 옆에 어울리는 단어는 따로 없다. 그저 어떤 작은 행동으로 인해 나의 자존감이 올라가고, 동시에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면 이미 그 행동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된 것 아닐까. 그리고 전환점이라고 해서 그 당시에 눈에 보이는 엄청난 변화가 있지는 않다. 막상 인생의 전환점을 겪게 되면 그 당시에는 내가 전환점을 돌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전환점을 다 돌은 후, 어느 정도 거리가 생겼을 때 뒤돌아보면 그때 알게 된다.

'그때, 그곳, 그 사람이 하나의 전환점이었구나.'라는 것을.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느꼈던 '여행'을 하지 못하게 된 후 나는 당장 내가 할 수 있지만 내가 잘못할 것 같은 일, 하기 싫은 일들을 위주로 하나둘씩 다시 일상 속 전환점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그때 스스로 만들어 놓은 전환점들을 아직도 돌고 있는 상태이지만 그럼에도 그 전환점에 조금씩 가까워질 때마다 느껴지는 것은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그에 따른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나는 이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조금씩 더 많아 보이고, 또 세상과 삶에 적극적으로 몰입하고 시도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태도가 생겼다.

그러면서 나의 삶과 그 삶의 주인공인 '내'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







인생 속 전환점이 꼭 좋은 결과와 영향을 가지고 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때로는 그 전환점이 어쩌면 인생의 큰 장애물, 고비와 같이 찾아왔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전환점을 다 돌고, 그 전환점이 작아 보였을 때 우리는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그 전환점으로 인해 우리가 배우고 얻은 자존감이라는 것과 동시에 그로 인해 만날 수 있던 소중한 가치와 인연을요.


언제나 여러분의 일상과 여러분의 이야기를 진심을 다해 응원합니다.

항상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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