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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복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

내게 인복이 생긴 이유

by 기록하는 슬기


최근 2~3년 동안 나는 스스로에게, 주변 친구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바로, "나는 인복이 좋은 것 같아."라는 말이다.


내가 인복이 좋다고 느끼기 시작한 건 지난 회사 생활, 세계 여행, 워킹홀리데이 때 만난 사람들이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좋은 인연으로 남아있는 걸 인지 한 후부터이다. 그만둔 지 4년 6개월이나 지난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과 아직도 가끔씩 서로의 안부, 생일을 챙기는 사이로 지내고 있는데, 이 이야기를 해주면 다들 놀란다. 다들 알다시피 회사라는 장소에서 만난 사람들은 애초에 일로 엮여있기 때문에 '사람' 그 자체로 다가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도 회사를 다닐 당시에는 회사 내에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은 0명이라고 느꼈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매일 '회사만 그만 두면...... 두고 봐....', '퇴사하면 다 차단할 거야!!'라는 생각으로 머릿속은 가득했었다. 딱히 나를 괴롭히는 사람들은 없었지만 비교적 업무 수행 능력이 좋았던 편이라 팀장님께서 유독 나를 믿어주시는 바람에 주변 사람들의 시기와 질투를 한 몸에 받았어야 했다. (퇴사를 하고 알게 된 사실이지만 실제로 내 동기 중 몇몇은 나에 대한 루머까지 퍼트리고 다녔다고 한다.)


그리고 세계 여행, 워킹 홀리데이를 하던 당시에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었지만 그중에 '이 사람 참 괜찮다!'라고 느낀 사람들은 100명 중에 2~3명 정도이었달까. 특이하고 멋진 사람들은 넘쳐났지만 나와 잘 맞고, 내가 오랫동안 보고 싶은 사람들의 수는 극히 적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외국에서 만난 인연은 그곳을 떠나면 그만이라면서 자기 멋대로 무례하게 행동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의 언행 때문에 상처를 받은 적도 많았다.


그런데도 왜 스스로 '인복'이 좋냐고 느끼냐고 물어본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내 곁에는 소수지만 정말 '좋은 사람'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30대 이전에는 나는 '나에게 오랫동안 남아있는 인연은 왜 얼마 없는 걸까?', '왜 나에게는 상처 주는 사람들만 있는 걸까?'라고만 생각했었다. 잘 생각해보면 그때 나는 나에게서 멀어져 가는 사람들, 나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만 바라봤다. 그러고 나서 나는 인복이 좋지 않다고만 여겼었다.


하지만 찬찬히 돌아보니 누군가가 나에게 아픔을 줄 때도 나를 떠나갈 때도 내 주변에는 내 곁에 있어주는 사람들, 나를 좋아해 주고 나를 알아주는 사람들은 늘 있었다. 그때 나는 그런 인연을 그저 당연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인연들의 가치와 소중함, 고마움 또한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인지하지 못했었다. 그리고는 내 곁에서 멀어지는 사람들의 뒷모습만 바라보며 가슴 아파했었던 것이다.



P20210727_214034839_5FE570F6-B664-46E9-8D5C-8A48F80D0164.JPG 떠나가는 사람들의 뒷모습만, 혼자 남겨진 내 그림자만 크게 보이던 때도 있었다.



어느 날, 나와 세계 여행을 한 시기는 다르지만 장기 여행을 다녀온 친구 H가 내게 이렇게 말했었다.

"나는 여행을 잘못했나 봐.. 너처럼 여행 때 만나서 지금까지 오래 이어져 오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


예전에는 이런 비슷한 말을 들을 때면 "나도 몇 명 없어~ 그 수많은 사람 중에 3~4명 남은 건데?"라고 간단히 답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이렇게 말한다.

"네가 여행을 잘못하게 아니라 내가 운이 좋은 것 같아. 어느 곳에서 만났든 오랫동안 좋은 사람들과 인연을 유지하는 게 힘들잖아. 나도 내 주변에 그때 만난 친구들이 지금은 완전히 내 최측근이 된 게 신기해."


오래전부터 흔히 들은 이야기 중에 "인생 살면서 진정한 친구 한 명만 있어도 그 인생은 성공한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즉, 그만큼 긴 인생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그중에 단 한 명일 지라도 진정한 인연을 만나기는 힘들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어쩌면 H가 긴 여행을 다녀왔지만 그때 만난 사람 중에 한 명도 친한 친구로 남지 못했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닌 것이다.


이러한 점을 발견하고, 깨닫고 나서부터 나는 오랜 시간 동안 내 곁을 지켜주고 있는 친구들과 오랜 시간 알아오지는 못했어도 늘 나를 좋아해 주고,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들의 소중함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과거에, 비교적 최근에, 내게 상처를 주고 떠난 사람들과 나와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인연들에 대한 아픔과 서운함은 더욱 작게 보였다. 이유가 어찌 됐건 나를 떠난 사람, 나와 멀어지는 사람들의 인연이 여기서 끝난다는 것 그 자체 또한 내겐 '복'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참 신기한 건 이렇게 내가 스스로 인복이 있는 사람이라고 깨닫고 나서부터는 소통한 지 오래돼서 잊고 있던 사람들과 새롭게 알게 되는 사람들 대부분이 내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이라고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나는 나의 인복을 믿게 된다. 이 말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인복 선순환'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세상을 바라보고, 보이는 대로 생각하게 되고, 그 생각은 행동을 이끌고, 그 생각과 행동이 쌓이고 쌓여 한 사람의 인생이 된다고. 똑같은 곳을 가도 다른 곳을 바라보고,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기억하는 것이 인간이다. 불과 몇 년 전 나의 상황과 지금 나의 상황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하지만 나는 지금 스스로 '인복'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기에 앞으로도 나는 좋은 사람들을 만날 거라고 믿는다.


그렇다.

그때와 내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과 바라본 후에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그 마음의 차이일 뿐이다.

혹시 지금 '나는 인복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한 번만 돌아보자.

지금 나는 어떤 곳에 시선이 머물러있는지, 어떤 기억을 오랫동안 끌어안고 있는지를.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올리네요.

그동안 자체적으로 프로젝트를 계획해서 진행하기도 하고, 동시에 생계를 위한 일을 하다 보니 브런치에 자주 찾아올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남은 2021년은 조금 더 '나의 이야기', '나의 일', '나의 것'들에 집중하기로 다짐했습니다.

앞으로는 브런치에 예전처럼 자주 찾아와서 제 이야기를, 제 글을 남겨보려고 합니다.


이전부터 제 이야기를 꾸준히 찾아주시고, 함께 느껴주시며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 )


-기록하는 슬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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