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깨!"라는 말의 또 다른 의미

우리 부지런히 꿈을 깨 봐요.

by 기록하는 슬기

제주 기록, 2021년 8월 11일 수요일


제주도에 내려오고 나서부터 부쩍 인스타그램의 스토리를 자주 올리곤 한다. 특히나 작년, 재작년 내내 심하다 싶을 정도로 외부 활동을 하지 않았던 나였기에 제주도에 온 이후로 마주하는 모든 장면들이 내겐 생경했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인기를 받아야 하는 직업을 꿈꾸고 있는 사람인지라 내게 sns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도 하다. 그래서 제주도에 내려오면서 인스타그램을 의도적으로 열심히 하려고 했던 것도 있다. 제주에 내려온 후로 평소보다 인스타그램에 자주 소식을 전하는 내 계정을 본 주변 여러 지인들에게 연락이 오곤 한다. 그리고 가끔 올리는 게시물에는 1~2년에 한 번 연락을 할까 말까 한 지인들로부터도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1~2주 전쯤 인스타그램에 게시물 하나를 올렸었다. 포스팅 내용은 정말 단순했다. 그동안 제주에서 찍힌 내 모습을 담은 몇 장을 사진을 올렸었다. 그 게시물 아래에는 몇 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그중에는 호주 워킹홀리데이 때 잠시 함께 일을 했었던 여동생이 근 2년 만에 댓글을 남겼었다. 동생은 내게 짧은 안부를 묻고는 이렇게 말했다.

"언니.. 제주 살이 너무너무 부러워요! 꿈같을 것 같아요.. 현실은 다른가..?"


사실 제주살이를 시작하고 나서 가깝든 가깝지 않든 주변 지인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기도 하고, 나도 제주살이를 하기 전에 다른 사람들의 제주 일상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기도 하다. 집 가까운 곳에 제주의 푸르른 바닷가가 있고, 차만 타면 바로 제주의 어느 곳이든 갈 수 있는 그런 삶이 꿈만 같아 보였었다. 게다가 나는 오래전부터 진지하게 제주 이민을 생각하고 있던 사람이었기에 멀리서 보는 제주살이의 삶이 얼마나 낭만적 이어 보이는지, 얼마나 꿈만 같은 삶처럼 보이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동생의 "현실은 다른가..?"라는 마지막 물음이 말해주듯 꿈과 현실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 또한 이제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 동생의 댓글을 보고 나서 나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생각해보니 나는 이전부터 내가 스스로 꿨던 '꿈'을 '현실'을 만드는 일을 즐겨왔었던 것 같다. 몇몇 사람들이 말하길, '꿈이 현실이 되면 막상 그때 꿨던 꿈과는 다르더라. 그렇게 꿈이 깨지더라. 꿈은 그저 꿈으로 둘 때 더 아름다울 수도 있다.'라고 한다. 이 말에 모두 동감하는 건 아니지만 나는 지금까지 내 의지에 의해서 선택했고, 결정 내렸던 모든 일들이 '꿈'을 쫓았었고, 그 꿈을 '현실'로 만들었고, 그 꿈을 깼었다. 그런데 나는 그 과정에서 '아.. 꿈이었을 때 아름답구나..'라는 생각보다는 '와.. 내가 꿈을 깨고 현실로 만들었네?!'라는 관점에서 그 과정을 더욱 즐겼던 것 같다. 아니, 지금까지도 이 과정에 중독된 것 같다.


경기도 외곽 지역에서 나고 자랐기에 학창 시절부터 서울에서 대학 생활을 하고 회사 생활을 하는 게 하나의 꿈이었다. 아쉽게도 서울에서 대학교 생활은 못했지만, 재수 시절부터 회사 생활까지 4~5년 정도 서울 생활을 꿈이 아닌 현실로 살았었다. 그리고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꿈은 22살 때, 어린 시절부터 모아둔 돈을 다 들도 뉴질랜드로 떠나서 8개월 살면서 그 꿈을 현실로 만들었었다. 기억도 나지 않은 나이부터 꿈꿨던 세계 여행이라는 꿈 또한 20대 후반에 현실로 만들었었다.


이런 기억들 말고도 사소하게 '꿈'꾸던 일들을 '현실'로 만들었던 경험은 많다. 물론 나도 꿈이 현실이 됐을 때 꿈만 같지 않던 현실에 실망하고 좌절했던 적도 많다. '내가 이런 꿈을 이루려고 이 고생을 했나..?', '이게 무슨 꿈이지..? 별거 아니네?' 싶었던 적이 허다하다. 그러 시기를 거치면서 '이렇게 꿈이 깨지는구나..'싶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내가 느낀 것이 있다. 꿈이 현실이 되고, 그 현실 속에서 꿈이 와장창 산산조각 났을 때, 그때 정말 내가 내 꿈을 이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나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서 그 꿈을 깨는 일을 즐기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라는 것 또한.


그리고 문득 그 말이 떠올랐다. 어떤 사람이 무모한 꿈이나 이루기 어려운 꿈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때 주변에서 오지랖 넓은 사람들이 하는 말.

"꿈 깨!"

그들이 하는 "꿈 깨"라는 말은 어차피 이루기 힘든 꿈 시작도 하지 말라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자신만의 꿈을 꾸고 있는 사람에게 "꿈 깨"라는 말을 이런 의미로 말하고 싶다.

"꿈이 현실이 되면,

꿈이 일상이 되면,

그래서 그 꿈에 대한 환상도 어떤 설렘도 잊히면,

그때 정말 너의 꿈이 깨진 거라고.

하지만 그 꿈이 그렇게 깨졌을지라도

그때 정말 그 꿈은 너의 것이 된 것이고, 너의 삶이 된 것이라고.

그러니 열심히 꿈을 깼으면 좋겠다고.

나도 옆에서 두려워하지 않고 부단히 꿈을 깨기 위해 노력할 테니 우리 같이 꿈을 한번 깨 보자고."

이렇게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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