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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상담 잘하는 사람들의 특징

지난 20년 동안 친구들이 상담받기 위해 나를 찾았던 이유

by 기록하는 슬기

한 달에 평균적으로 3~4번 정도, 친구들에게 오는 카톡이 있다. 그 카톡의 목적은 '상담'이다. 상담분야는 진로, 연애, 가족, 사업 등 다양하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나에게 상담을 요청해 오는 사람들의 나이대 또한 나와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인 또래들이다. 굳이 그들과 나의 삶의 경험치를 비교해 보자면 별 다를 것이 없다.


실제로 내가 그들에게 '상담'이라고 해주는 행위를 돌이켜 보면 정말 별 거 없다. 일단은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서 잘 들어주고, 그 사람의 입장과 내 생각을 조화롭게, 그리고 조심스럽게 말해줄 뿐이다. 누군가는 그게 가장 힘든 거라고 할 수 있지만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다 보면 내가 실질적인 도움이 돼줄 수 없어서, 뾰족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지 못해서 안타까울 때가 많다.


나의 상담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중학생 때부터가 그 시작이었던 것 같다. 여중 - 여고를 나온 덕분에 당시 친구들은 모두 다 여자 친구들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친구들의 상담가 역할을 톡톡히 했었다.

나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궁금했다. '왜 친구들은 나에게 떠올리기만 해도 얼굴이 후꾼 달아오르는 짝사랑 이야기, 그 누구에게도 숨기고 싶은 시련당한 이야기, 꽤나 무거운 진로와 관련된 고민 이야기, 감히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운 자신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들을 할 수 있는 걸까. 그리고 30대가 된 후에도 내 또래들, 심지어 언니들도 왜 나를 찾아오는 걸까. 도대체 나를 어떻게 생각하길래 이런 이야기들을 할 수 있는 걸까.'




P20210214_165649476_C06351CF-39C9-45FD-80A2-F40517111374.JPG 이유가 어찌 됐든 나를 믿고, 나를 찾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 <사진 : 2021. 10. 제주 서귀포>



그러던 도중 얼마 전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 김영하 작가의 유튜브 강연 영상을 보다가 그 의문점을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었다. 그 강연 영상에서 김영하 작가는 '상담'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현대의 상담이라는 것은
사람마다 가진 자기의 이야기를 새롭게 편집할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래요."



보통 상담이라고 하면 어떤 고민이나 문제에 대한 해답, 또는 해답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답에 가까운 실마리라도 찾아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상담을 잘 받았다고 해서 답답하던 내 상황이 갑자기 180도 달라져 있던 적은 없다. 그리고 내가 지닌 문제의 번뜩이는 해결책을 얻었던 적도 없다.


그렇다. 상담을 한 후에도 여전히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내 상황은 그대로였고, 그렇다고 어떤 획기적인 해답을 찾은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묘하게도 우리는 누군가에게 상담을 하고 나면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는다. 그 후에는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던 뿌옇던 시야가 안개가 살짝 걷힌 듯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할지 그 방향성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내 주변의 친구들, 동생들, 언니들이 오래전부터 나에게 고민상담을 받았던 이유를 찾은 것 같았다. 그 이유는 바로 김영하 작가가 말한 것과 같지 않을까. 원래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를 겪고 있는 당사자는 그 상황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기가 어렵다. 그럴 때 나는 그저 제삼자로서 그 문제를 바라보는 나의 시각에 대해서,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가 이 상황이라면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했을까를 상상을 하면서 또 다른 시각에 대해서 이야기해줬다.


아마 지금까지 나를 찾아줬던, 지금도 찾아주고 있는 친구들은 나에게 고민 이야기를 하면서 어떤 해답을 원했던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어떤 고민이나 문제가 있을 때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 상황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었던 것이다.


결국 내가 그들의 친구로서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상담이라는 것은 당사자가 처해있는 상황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 상황을 새롭게 편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마지막으로 당사자 스스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그 '믿음'을 상기시켜주는 것 아닐까.



P20220616_185927805_D2F0FE79-3463-4F0D-A84E-8A9ECBC44BCC.JPG 매일 똑같은 일상 속 아름다움과 믿음을 굳이 굳이 찾아내는 사람. 그 아름다움과 믿음을 기록하고, 나누고 싶은 사람. 네, 그게 바로 접니다.. <사진 : 매일 가는 도서관 앞>



그러고 나서 문득 떠오른 사람들이 있다. 바로 나의 글을 구독해주고 계신 구독자분들이다. 아마도 많은 나의 구독자분들이 내 글을 찾아주시는 이유 또한 상담을 받기 위해 나를 찾아주는 내 친구들과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봤다.

일단 내 글은 대부분 평범한 일상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쉽게 공감할 수도 있고, 동시에 글쓴이(나)의 시선을 통해 일상을 조금은 다르게 바라보고 새롭게 편집할 수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구독자분들께서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시는 게 아닐까.


만약 내가 추측한 것이 맞다면, 내 글을 읽는 구독자님들에게 조금 더 명확하게 드리고 싶은 감정이 있다.

바로, 매일 버텨내야 하는 일상 속에서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고민들과 문제들을 나 스스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 이 믿음을 더 강렬하게, 더 진하게 전달드리고 싶다.

그래서 때로는 하루도 견뎌내기 힘든 삶 속에서 작지만 아주 끈질긴 믿음이라는 놈이 그 삶을 지탱해줬으면 좋겠다.








오늘도 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여러분 덕분에 이야기를 짓고, 나눌 수 있습니다.

항상 저의 일상과 꿈을 응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 마음 감사히 받아, 제가 여러분들의 일상과 꿈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응원하겠습니다.


저의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시고, 남겨주시는 공감과 댓글은 글 쓰는 저에게 가장 큰! 힘이 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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