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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설정해야 할 인생의 디폴트 값

예고 없이 찾아오는 삶의 비바람, 태풍에 대처하는 방법

by 기록하는 슬기

나는 평소에 시간이 날 때마다 유튜브에 접속해 인문학, 심리학 등의 강연을 듣는다. 즐겨보는 한 강연 채널에 며칠 전부터 예전에 찍어놓은 듯한 오프라인 강연 영상들이 부지런히 업로드되기 시작했다. 아마도 요즘 강연은 대부분 온라인으로 진행이 되기 때문에 오프라인 강연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 같았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새 영상들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스크롤을 조금 내리자 썸네일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곧바로 나는 그 영상을 재생시켰다. 그 영상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광고인이라고 불리는 박웅현 님의 강연을 녹화한 것이었다. 그 강연은 20대와 30대를 위한 강연 내용이었고, 나는 곧바로 그 강연에 빠져들었다. 역시 프로 광고인이자 수많은 강연을 했던 분이라 그런지 30분 남짓한 강연은 지루할 틈 없이 진행되었다.


영상의 마지막 즈음, 나는 강연자의 몇 마디를 듣고 놀랐다. 이미 내 머릿속에 각인되어있는, 너무도 익숙한 단어와 그에 대한 내용이 내 귀에 흘러들어왔기 때문이다.

잠시 강연자인 박웅현 님의 말을 옮겨본다.


"나에 대한 단점, 그리고 병, 힘든 것, 내 영혼을 해치는 많은 바람들, 그 비바람들을요.

삶에 Default (기본값)로 놓으십시오.

원래 생길 일입니다. 그런 것들을 기본으로 두고요.

그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허점에도 불구하고 나를 믿는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부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입니다. (이하 생략)"


-마이크 임팩트 (micinpact) 유튜브 채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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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0210403_102531000_0DA79C69-41FF-4F63-8199-59469DDDF4A7.PNG 사진 출처 : 마이크 임팩트 (micinpact) 유튜브 채널




이 말을 듣고 더 놀랄 수밖에 없던 이유는 위 내용의 절반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인 윤종신으로부터, 나머지 절반은 고등학생 때 가장 좋아했던 영어 인터넷 강의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본 어느 인터뷰에서 윤종신 또한 박웅현과 정말 비슷하게 말했다.

"인생은 원래 힘들다고 생각하고 인생을 대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요. 그런데요 여기서 끝나면 안 돼요. 제가 살아보니까 인생은 노력하면 할수록, 노력한 만큼은 덜 힘들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기본적으로 인생은 힘들다고 생각하면서 노력해요. 그러면 그 후에 결과도 더 받아들이기 쉽더라고요."


그리고 이런 인생 속에서 일종의 주문처럼 외워야 할 부사 하나가 바로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여덟 글자다. 이 말은 고등학교 3년 내내 좋아하던 영어 인강 선생님이 강의 중간중간 학생들에게 동기부여와 응원을 해주기 위해 말씀해주셨던 말이다. 그 선생님은 뒤늦게 떠났던 유학시절 중 고생했을 때 이야기를 해주면서 마음속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단어를 계속해서 되뇌었다고 했다.


"여러분, 인생에서 정말 빛나는 일이 뭔지 알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내는 나 자신의 모습을 보는 일이에요. 핑계는 없어요. 누구나 다 각자의 사정, 이유는 있어요. 하지만 그 이유로 하지 않느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냐 그건 자신의 몫이에요. 저는 그래서 어떤 장애물이 찾아왔을 때나 힘든 일이 생기면 이 단어를 마음속으로 외쳐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할 수 있다.'라고요."


누군가는 '인생은 원래 힘들어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고 왜 이렇게 비관적이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늘 행복하고 늘 좋은 일만 있으면 그게 인생일까? 현실적으로 인생은 행복해지기 어려운 구조다. 그렇기에 모든 이들은 '행복'을 갈구하는 것이고. 그렇다고 '인생 원래 힘들어요. 그러니까 그냥 손 놓고 포기하고 살아요.'라고 말하자는 것은 절대 절대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미 시작되어버린 인생이라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대하는지 그 마음과 자세에 있다.



P20210323_142951419_88F86E3D-398C-4D41-AADB-4004FD3E5A94.JPG 잘 생각해보면, 우리 삶과 우리 삶을 둘러쌓고 있는 모든 것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된 엄청난 것들이 아닐까. <사진 : 2021. 3. 그럼에도 불구하고 핀 민들레 꽃>



이렇게 내가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깊고 진하게 새겨놓은 문장들, 특히나 인생을 살아갈 때 스스로에게 잊지 말자고 다짐한 문장들을 우연히 재생시킨 강연 영상에서 듣게 되니 반갑기도 했고, 또 신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순간 깨달았다.

'역시 내가 원하는, 내가 닮고 싶은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삶에 대한 마인드와 그에 따른 태도 또한 비슷하구나. 그런 마인드와 태도, 즉 그 생각을 행동으로 하는 삶이 그 사람들의 인생을 만들었겠구나.'라는 것을.



유독 잦은 비바람을 맞고 있는 30대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요즘, 나는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과거에 잘못된 선택을 했기에 그 비바람이 내게 온 것도 아니고,

내가 단지 운이 좋지 못한 사람이기에 그 비바람이 내게 온 것도 아니야.

예고 없이 찾아오는 인생의 비바람은 내 인생에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야.

그저 인생이라는 이 길 위를 걸어가는 사람이라면 그 세기와 모양, 때는 다르겠지만 그 누구에게든 비바람은 끊임없이 찾아오게 되어 있어.


그러니 내가 내린 선택이라면, 내 의지와 내 진심이 담긴 선택이라면, 내가 최선을 다한 선택이라면,

그 비바람 때문에 나의 결심을, 나의 진심을, 나를 탓하지 말자.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를 비바람을 두려워 하기보다는,

그 비바람이 불어온다고 바로 피할 생각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바람 속에서도 나를 믿으며 내 삶이라는 길을 묵묵히 걸어가자."







오늘도 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 순간 삶에 진심인, 삶을 지켜내는 여러분을 항상 응원하고, 또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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