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건 다 그렇게 되는 것뿐.
너와 이별 후,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날을 떠올려봤다.
우리가 ‘우리’가 됐던 그날을 떠올려봤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넌 그 사람을 만날 거야?’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넌 그 사람을 좋아할 거야?’
솔직히 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너를 만난 걸 후회하지 않는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니까.
그런데 한번 더 솔직해지기로 했다.
만약 그때로 돌아가 너를 만난다면,
너를 좋아할 것 같다.
그러니까, 나는 너를 좋아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우리가 우리였던 시절, 무뚝뚝했던 너에게 물었다.
“넌 내가 좋아하는 색깔, 음식, 옷 다 기억하고 있어?”
“그럼~ 네가 좋아하는 색깔은 핑크.
그리고 하늘색이나 민트 같이 파스텔톤을 좋아하잖아.
좋아하는 음식은 한식.
고기랑 회를 좋아하고, 매콤한 걸 못 먹지만 좋아해.
특히 단 건 아예 못 먹을 정도로 싫어하고.
옷은 내가 이름을 잘 모르지만 짧은 탑? 같은 상의를 많이 입잖아.
흰색, 핑크색 상의에 청바지 입거나, 흰색 스키니 바지에 위에 소라색, 민트색 입고, 스커트는 짧은 베이지색? 그거 자주 입잖아.”
평소 나에게 표현이 없던 너였기에, 너의 이 대답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이게 뭐라고.
너에게 받은 관심에 들뜬 마음을 숨기지 못한 채 한껏 신난 목소리로 나는 답했다.
“오~ 웬일이야? 나에 대해 생각보다 많이 기억하고 있네?!!”
그러자 너는 대답했다.
“이건 내가 일부러 기억하는 게 아니야.
너랑 같이 했던 장면이나 네가 했던 말은 기억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저절로 기억이 되는 거지.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건 노력해서 관심을 갖고, 기억하는 게 아닌 것 같아.
내 의지와 상관없이 관심이 가고, 기억이 되는 거 같아.
그러니까 너에 대한 건 나한테 각인되는 거지.”
또 이게 뭐라고.
왜 난 이 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건지.
네가 말한 ‘각인’이라는 두 글자와 그 뒤에 따라온 ‘된다’라는 말이 그렇게도 좋았다.
네 말 그대로 ‘각인되는 거지’라는 말이 내겐 각인되었다.
너는 함께 할 때 항상 내게 말했다.
좋아하는 마음, 사랑은 ‘하는 게 아니라 되는 거라고’
맞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고, 지금도 그러하다.
너와 헤어진 후,
아이러니하게도 네가 해준 저 말이 우리의 이별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해 줬다.
너와 만날 그 시절 가장 좋아했던 말이었는데,
너와 끝이 나고 나서도 가장 힘이 된 말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그때로 돌아가도 사랑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그때로 돌아가도 사랑이 마무리되었을 것이다.
그때 나의 마음도, 너의 마음도.
시작도, 끝도.
모두 그저 그렇게 되었던 것이니까.
그렇게 된 것뿐이니까.
이렇게 우리의 이별이 서로의 가슴에 각인되어 간다.
이렇게 너와 나의 이별이 완성되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