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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하는 슬기 Feb 19. 2024

30대가 되고 연애가 자꾸만 빨리 끝나는 이유

무조건적인 1인칭 시점이 연애에 미치는 영향

예전에 방송인 주우재가 ‘말년을 자유롭게’라는 웹예능 프로그램에서 '20대와 30대의 연애가 다른 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20대 때는 10개 중에 하나 맞으면 ‘고’였거든요?

근데 30대 중반 넘어가니까 10개 중에 하나 아니면 뒷걸음질 치게 돼요.."


이 방송이 나간 건 1년도 훌쩍 지났지만 주우재가 했던 저 이야기는 캡처가 되어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영상이나 게시물에 달린 댓글을 보니 정말 맞는 말 이라면서, 30대에 들어와서는 연애를 시작조차 하지 못하거나 연애가 빨리 끝난다는 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안 맞는 부분을 맞추어 간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20대 때 이미 겪어봤기 때문에 그 힘든 일을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말했다.


나도 저 이야기에 적극 공감한다. 20대 초중반만 해도 '나'라는 사람에 대해 계속해서 알아가는 시기이다. 스스로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어떤 사람과 있을 때 편안하지 불편한지에 대해 잘 모른다. 이렇듯 '나'에 대해 또렷하게 정의되지 않았기 때문에 연애 상대로 '나와 잘 맞지 않는 사람'도 잘 모른다. 특히 연애 초반에는 일단 서로 호감이 생기면 온갖 호르몬들이 뻥뻥 터지면서 상대의 단점 따위는 잘 보이지 않는다. 이 당시에는 의도적 '흐린 눈'이 되곤 한다.


하나만 좋아도 시작했던 20대의 연애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려준다. 연애를 시작했던 상대방에 대해 알아가기도 하고, 동시에 나란 사람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다. 다른 사람과 다른 사람이 만나 긴밀한 관계가 되는 연애를 하다 보면 서로 다른 점이 보이기 마련이다. 처음에는 '사랑'이란 이름으로 다른 점을 맞출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노력하고, 다투고를 반복하는 이 과정에서 우리는 '나와 너', '이 관계'의 민낯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서 '나'라는 사람, '너'라는 사람, '연애'라는 관계에 대해 배워간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우리는 30대가 된다. 이전에 학습했던 기억에 의해 ‘나는 어떤 것을 싫어해’, ‘나는 이런 사람이랑 있으면 힘들어’와 같은 메모리가 저장되어 있다. 내가 아는 ‘나’라는 사람의 시점으로 타인과 세상을 바라본다. 오랜만에 마음을 말캉말캉하게 녹이는 누군가가 눈앞에 나타났더라도 자꾸만 이성을 찾으려고 한다. 이 사람을 천천히 살펴보고 알아가려고 한다. 그 사람이 궁금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그 사람이 나에게 어떠한 불편함, 아픔을 줄지부터 따져보게 된다. 철저히 ‘나’의 시점에서.


이 세상은 내가 향하고 바라보는 대로 보이고 느껴진다.


연애를 시작했다고 해도 30대의 연애가 오래가지 못하는 이유는 연애를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와 같다. 오로지 ‘나’의 시점인 1인칭으로 상대방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세월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면서 우리는 나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는 내가 맞다고 여긴다. 생각보다 우리는 스스로 내린 나의 정의를 굳게 믿는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기본적으로 타인과 타인이 만나 가장 가까운 관계가 되는 연애라는 관계를 유지하려면 1인칭의 시점을 넘어야 할 때가 있다.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너’의 시점인 2인칭 시점이 필요하고,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사는 ‘우리’를 ‘그들’로 바라볼 수 있는 3인칭 시점이 필요하다.


나 또한 그랬다. 30대가 되고 연애의 시작과 그 과정도 힘들었던 이유는 늘 나의 시점으로만 상대와 관계를 바라봤기 때문이다. 시작할 때의 망설임도, 연애 중에 수많은 고민도, 모두 다 스스로 만든 것이었다. 내가 아는 나라는 사람의 틀 안에서 언제 올지 모를 '불편함, 아픔, 두려움'에 사로잡혀 버린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시작하지 못했고, 시작했다 한들 나와 다른 점을 찾고 이별의 순간부터 떠올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만의 생각이던 것은 항상 너와 나의 현실이 되곤 했다.


물론 지금까지의 선택에 후회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3인칭의 시점으로 그때를 바라보면 따뜻한 사랑을 받았던, 깊은 이해와 배려를 받았던 내가 그제야 보였다. 그리고 그때 시작부터 뒷걸음치며 온 마음을 다하지 못했던 내가 안타까웠다.


물론 내 삶의 주체는 나다. ‘나’의 시점, 관점으로 삶을 바라보고 사는 것은 기본이다. 하지만 세상은 절대 혼자 살 수 없다. 나 빼고 모두 다 타인으로 이루어져 있는 게 세상이기에 우리의 기쁨, 슬픔은 내가 아닌 것들과 접촉하며 생겨난다. 우리 삶은 내가 아닌 것들과 부딪히며 풍요로워진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에 대해 새로이 알아가는 것들은 현저히 줄어들 수 있으나 우리는 죽을 때까지 스스로를 배운다. 그리고 나를 나로서 알게 해주는 것들은 내가 아닌 것들이다. 아이러니하지만 내가 아닌 것들이 있기에 진정한 ‘나’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나를 나로서 살 수 있게 해주는 타인들. 그 타인들이 있기에 나는 삶을, 나를, 타인을 사랑할 수 있다.


30대가 되고 연애가 어려웠던 그 본질적인 이유는 내가 아닌 것들과의 부딪힘 그 자체를 두려워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이 삶과 세상을 무조건적인 1인칭의 시점으로만 바라봤기 때문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무엇보다도 1인칭을 넘어 2인칭, 3인칭의 시점으로 너와 우리를 바라볼 마음의 힘이 부족했다. 내 마음은 너무 빈약했다. 내 삶의 시선이 나를 떠나면 금방 무너지는 줄 알았다. ‘나’만의 시선으로 나를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아니었다. ‘나’를 벗어나 ‘너’가 돼 보기도 하고, ‘그들’이 돼 보기도 한다는 것은 곧 ‘나’를 위한 것이었다. 타인과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 세상에서 나의 안정과 행복을 지키기 위한 꼭 필요한 마음의 근력 운동이었다.






10개 중에 1개만 달라도 뒷걸음질 치는 연애는 그만두려고 한다.

몇 개가 맞고 틀리고를 미리 O, X 치며 나와 같은 것만 쫓는 것은 그만하려고 한다.

어차피 나와 다른 사람인 그와의 부딪힘을 온몸으로 겪어내려고 한다.

때로는 너가 되기도 하고, 그들이 되어가며 내가 아닌 그 사람과의 사랑으로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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