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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하는 슬기 Feb 26. 2024

30대 중반에 알게 된 인간관계의 원리

곁에 좋은 사람을 둬야 하는 이유, 결국 인간관계도 다 알고리즘이더라고요

요즘에는 소개팅에 나가면 관심사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고 한다. 먼저 인스타그램 돋보기 화면을 서로에게 보여준다는 이야기가 있다. 돋보기 화면은 인스타그램 알고리즘 기능으로, 그동안 관심 있게 봤던 게시물과 관련된 사진과 영상이 뜬다. 그래서 긴 말 필요 없이 서로의 관심사를 알아갈 때 인스타그램 돋보기 화면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알고리즘 기능은 우리에게 무척 익숙하다. 대표적으로 유튜브를 포함하여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sns, 쇼핑몰 등에도 모두 알고리즘 기능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알고리즘과 관련해서 이런 경험을 다들 한 번씩 해보셨을 것이다. 내 이야기를 해보자면, 유튜브에서 평소에 즐겨보지 않던 먹방을 검색해서 본 적이 있었다. 그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프랜차이즈 떡볶이점의 신메뉴 후기를 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다음부터 '먹방' 콘텐츠가 추천 영상으로 계속해서 뜨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무시하고 넘어갔었는데 지속적으로 먹방이 뜨다 보니 '어? 저렇게 많이 먹는다고..?' 하는 호기심에 한 번 두 번 보게 됐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먹방에 중독됐었다. 


이렇듯 알고리즘은 내가 관심 있어한다고 판단되면 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비슷한 콘텐츠를 계속해서 띄워준다. (관심이 1도 없는 분야가 아닌 이상) 눈앞에 주기적으로 나타나면 '저게 뭔데 자꾸 뜨지?'라는 궁금함에 한두 번 클릭을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그와 비슷한 분야, 주제의 콘텐츠가 나를 찾아온다. 그렇게 그 콘텐츠에 익숙해지고, 서서히 나의 취향, 관심사가 되기도 한다. 



내 곁에 있는 사람은 또 다른 사람, 또 다른 관심사, 취향, 생각, 행동들을 불러일으킨다.



그러고 보니 '알고리즘'은 비단 인스타그램, 유튜브, 쇼핑몰에서만 쓰이는 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알고리즘은 우리의 '인간관계'에서 오래전부터 작동되고 있었다. 


학창 시절을 돌아보면 우연히 A라는 친구와 친해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A의 친구였던 B, C, D와 친해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또한 사회생활을 하다가 동료 K와 가까워지고, K와 시간을 많이 보내면서 K의 취미에 관심을 갖게 되어 그것을 좋아하게 된 적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인간관계 또한 알고리즘과 같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그와 비슷한 사람들을 데리고 오고, 그와 닮은 취향을 내게 띄워준다. 그 사람과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 질수록 비슷한 사람들과 닮은 취향은 내게 계속해서 노출된다. 자연스럽게 나는 인간관계 알고리즘에 의해 새로운 인연을 맺게 되고, 취향을 만든다. 


여기서 문제는 나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인간관계 알고리즘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내가 먹방에 빠져서 해야 할 일을 다 못 끝내고도 3~4시간 동안 멍하니 먹방 영상만 본 것처럼 말이다. 그때 나는 뒤늦게 심각성을 깨닫고 검색기록을 여러 번 초기화했었다. 이렇게라도 알고리즘 기록을 삭제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내 시간과 집중력은 먹방 영상과 함께 잡아먹힐 것 같았다.


사실 10대~20대 초중반만 해도 나와 어울리지 않는 인간관계 알고리즘을 잘 모른다. 그때는 새롭고 다양한 알고리즘을 겪어나가며 나에게 알맞은 알고리즘을 알아가는 시기이다. 그 후 30대에 들어서면 몇 번의 클릭, 몇 번의 만남으로 대부분 느껴진다. 확실한 이유는 몰라도 느낌으로 안다. 나에게 이로운 콘텐츠인지, 나에게 좋은 영향을 줄 인연인지.


하지만 우리의 알고리즘을 담당하는 뇌는 가끔 뻔한 오답을 만들기도 한다. 이 영상을 지금 보면 안 되는걸 너무 잘 알면서 이미 영상 썸네일을 터치하고 있는 것처럼, '이 사람은 나한테 좋은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하면서도 그 사람을 끊어내지 못한다. 그리고 그렇게 상처의 알고리즘은 생성되기 시작된다. 


슬프게도 우리의 인간관계 알고리즘은 유튜브 알고리즘과 달라서 초기화 버튼을 쉽게 누를 수 없다. 잘못되어가고 있는 것을 인지했더라도 불편함과 아픔을 여러 번 겪고 나서야 겨우 '손절, 이별'이라는 초기화 버튼을 누른다. 여기에서 한 번 더 슬픈 이야기를 하자면, 이렇게 초기화 버튼을 힘겹게 눌렀다고 해도 우리의 알고리즘 기록은 한 번에 삭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하나 있다. 우리의 인간관계 알고리즘은 초기화가 될 수 없기에 나에게 좋은 영향을 끼친, 나와 어울리는 알고리즘 기록 또한 지워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렇게 내가 직접 경험한 기록으로 우리는 누구의 기준도 아닌 '나'에게 맞는 인간관계 알고리즘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 (이를 위해서 때론 과감하게 '초기화 버튼'을 누를 필요가 있다. 특히 나 스스로를 깎아내는 알고리즘은 생성해서는 안된다. 만약 생성했다면 하루빨리 초기화 버튼을 눌러야 한다.)


나를 나로서 살 수 있게 해주는 알고리즘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30대 중반, 나는 인간관계 알고리즘을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 돌아봤다. 여전히 나는 '오답'이라고 진하게 적힌 콘텐츠를 클릭한다. 그리고 오답인 줄 알면서 '어쩌면 정답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갖는다. 길고 질긴 클릭은 몸과 마음에 불편함과 아픔을 가져다준다. 이를 겪고 나서야 '역시 오답이었구나..'라고 인정한다. 그제야 슬픈 표정으로 '초기화 버튼'을 누른다. 


이렇게 내 인간관계 알고리즘은 아직도 클릭과 삭제를 반복하며 만들어져 가고 있다. 나만의 알고리즘을 만드는 일은 언제나 힘들다. 그래도 세월이 흘러가면 갈수록 알고리즘을 다듬어가는 일이 슬프기만 한 것이 아니라고 느낀다. 오답임을 알고도 시작한 알고리즘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불편함, 아픔을 겪는 과정에서 그보다 더 큰 즐거움과 행복을 누린 순간이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흐르는 세월과 함께 수많은 사람을 만나오며 내 인간관계 알고리즘도 다양하게 생성됐다. 어떤 알고리즘은 빠르게 삭제해서 기억이 잘 나지도 않고, 또 다른 알고리즘은 빨리 삭제했음에도 아직 생생히 기억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수많은 알고리즘 속에서 가장 선명한 알고리즘은 오랫동안 기록을 켜켜이 쌓아가고 있는 것들이다. 바로, 내게 좋은 감정과 영향을 주는 알고리즘이다.


특히 30대 이후로 나는 이것들의 소중함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이런 알고리즘은 만나기 힘들고,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또한 알고리즘의 특성상 계속해서 비슷한 방향으로 나를 이끌기 때문에 그 가치는 더욱 크다.


지금 내가 오랫동안 지켜오고 있는 인간관계 알고리즘 속에는 답이 들어있다. 내가 '어떤 사람'과 함께 있을 때 편안한지, 나는 사람과 '어떤 감정'을 나눌 때 아늑한지, 나는 '어떤 표현'으로 감정을 전달하고 받을 때 충만한지. 

앞으로 더 오래갈 나의 인간관계 알고리즘이, 그리고 새롭게 생기고 뻗어나갈 인간관계 알고리즘이 기대된다. 


 




오늘도 제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여러분들에게 제 글이 재미있고, 힘이 되는 알고리즘으로 생성되기를 바라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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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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