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에 맞는 일과 삶은 뭘까요. 정답이 있나요.
며칠 전, 오랜만에 만난 친구 S와 소주 한 잔을 했다. 해가 지나고 처음 보는 S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 나이 너무 어색하지 않아? 나는 처음 보는 사람들한테 내 나이 말할 때 놀래. 나는 아직 20대 중반, 그때 그대로 인 것 같은데. 언제 우리가 30대 중반이 된 거야.."
그리고 S는 건너편 창문을 멍하니 바라보며 "이제 내년이면 40살에 더 가까워지게 되겠구나.."라고 힘없이 말했다.
그런 S에게 나는 '갑자기 무슨 40살이냐며 우리는 아직 30대가 반이나 남았다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S는 당장 내년에 마흔이 되는 것처럼 "우리도 이제 곧이야.."라는 말을 되뇌었다. 나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아 오버 좀 하지 마~ 우리 '만 나이'로 하면 30대 반 이상 남은 거야~ 우리 아직 한창이야!"
S에게 이렇게 말했지만 남은 30대는 예상보다 더욱 빨리 지나갈 것임을 나도 알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나이가 들어가는 것 자체가 두려운 것은 아니다. 30대 중반인 내가 가장 무서운 것은 따로 있다. '40대가 되어도 지금처럼 불안정한 돈벌이를 하게 될까 봐, 내 커리어를 인정받지 못할까 봐.'와 같은 것이다.
내가 선택한 직업인 '작가', '프리랜서'는 오래 한다고 몸 값이 뛰는 것도 아니고, 그저 열심히 한다고 커리어를 인정받는 것도 아니다. (모든 일이 그러하겠지만) '열심히, 성실히, 꾸준히'는 기본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결과는 때에 따라 다르다. 더 열심히 했음에도 그 달에 수익이 갑자기 '최저'가 될 수도 있는 것이 이쪽 분야이다. 이렇게 매달 다르게 벌리는 수익과 언제 알아줄지 모를 나의 커리어(글)에 대한 불안감을 쭉 안고 살아가야 한다.
친구 S는 나와 직업은 다르지만 현재 불안정한 생활을 하고 있는 상황은 비슷하다. S는 소주잔을 들어 올려 내 소주잔에 살짝 부딪히고는, 단 숨에 소주 한 잔을 입 안으로 털어 넣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너나 나나 더 늦기 전에 자리 잡아야 할 텐데..
우리도 이제 나이에 맞게 살아야지..!"
S를 따라 소주 한 잔을 꿀꺽 삼킨 나는 동시에 두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맞아.. 40대가 되기 전에는 자리 잡아야지..!'
'근데.. 나이에 맞게 산다는 건 뭘까?'
소주의 쓴맛뿐만 아니라 인생의 쓴맛을 본 30대 중반의 한 사람으로서, 이제 나도 "나이, 그건 숫자에 불과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나이', '때'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30대 중반에 맞는 일, 연봉, 결혼과 출산, 사회적 지위 등과 나의 삶은 얼마나 다를까. 이렇게 큰 카테고리로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평범한' 30대 중반의 삶과 내 삶은 닮아있는 구석이 하나도 없다.
지금 나는 '작가'라는 꿈을 지닌 채, 작가로서 현실을 살고 있다. 현재 나의 연봉은 30대 중반 평균 연봉에는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내 삶의 우선순위는 '일, 생계'가 되었고, '결혼, 출산'과 같은 미션은 자연스레 먼 이야기가 됐다. 정말 나는 아직 '현실'을 모른 채 '꿈'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일까.
지금 나의 삶, 일상을 돌아본다. 이 일을 선택한 이후로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독하게 살고 있다. 어떻게든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고 있다. 동시에 내 작품을 쓰고 있고, 알리기 위한 활동도 쉬지 않고 하고 있다. 덕분에 조금 빠듯하긴 해도 기본적인 생계는 스스로 해결하며 살아가고 있다. 또한 내가 선택한 꿈으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지는 않다.
그렇다. 나는 내 꿈을 현실에 불러들인 이후로, 누구보다 평범하게 치열하게 '현실'을 살아내고 있다. 내가 현실을 치열하게 사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솔직히 말해서 그중에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나이'이기도 하다. 신체의 생명도, 에너지도 끝이 있기에 마냥 유유자적하게 살 수는 없다. 그래서 나도 내가 너무 늦지 않게 자리 잡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 하루하루 내 삶에 책임을 다하는 중이다.
이렇듯 나이가 중요하긴 하지만 사회가 암묵적으로 정해놓은 '나이에 맞게 평범하게' 살 의무는 없다. ('평범'이라는 것도 시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계속해서 변하기에 그 기준도 불분명하다.) 중요한 것은 30대 중반이라는 '나이'도 '평범'도 아닌, '책임'이다. '내가 선택한 삶에 대한 책임', 그리고 '그 책임을 지는 나의 마음이 어떠한지'가 가장 중요하다.
삶의 모양이 다수가 택한 평범한 삶이든 소수가 택한 독특한 삶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의 삶은 겉으로 보면 나이에 따라, 하는 일에 따라, 함께 하는 사람에 따라 구분하기 쉽고, 비슷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개개인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의 지문처럼 각기 다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기준에 맞춰서' 살 필요도 없고, 애초에 그렇게 살 수도 없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유한한 삶을 사는 우리에게 '나이'는 큰 의미가 있다. 그렇지만 '나이에 맞는 평범한 삶'을 살지 못한다는 이유로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다. 조바심을 낸다고 안 될 일이 갑자기 잘 될 수는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지 않나. 그리고 이렇게 고민을 하고, 불안함을 느끼는 마음은 곧 '우리는 현재 내 삶을 진심으로 잘 살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나이에 맞는 삶'을 살고 있지 않다고 느낀 이 세상의 S와 나에게 감히 말해본다.
"다수의 삶이 옳은 것도 아니고, 소수의 삶이 옳은 것도 아니야.
늦은 삶도, 빠른 삶도 없어.
그저 나로서 내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
흔들리고 지치더라도 진심을 다해 내 삶을 책임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하고 또 가장 가치 있는 일이야.
그 중요하고도, 가치 있는 일을 매일 해내고 있으니 이미 우리의 삶은 충분해.
우리가 선택한 일과 삶을 믿고 오늘을 살아보자."
제가 저의 선택과 꿈, 삶을 믿을 수 있게 응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도 제 이야기를 찾아주시고, 끝까지 들어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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