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제멋대로인 기억이란 놈에게
기억을 지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처음 해봤다.
살아오며 아픈 기억, 기억하기 싫은 기억은 많았지만
기억을 지우고 싶다는 생각은
처음 해봤다.
기억은
시간이란 편집자가 늘 제멋대로 편집을 하고
머릿속에
가슴속에
멋대로 저장해놓는다.
어느 곳 하나라도
지울 수 있다면 지우고 싶다.
둘 중 한 곳의 기억이라도 지워지면 지금보다는
덜 힘들지 않을까.
아니면
나도 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그들처럼
너에 대한 기억을 모두 지우고 나면
후회할까.
행복해지고 싶지 않았는데,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부쩍 나는 행복해지고 싶어 졌나 보다.
니가 이렇게 그리운 걸 보니
너의 기억이 자꾸 찾아오는 걸 보니.
너를 지우기보다
나를 지우고 싶다.
행복했던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