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자산회전율, 매출채권회전율, 매입채무회전율
“나 얼마전에 백반집 오픈했잖아. 어떻게 알고선 손님들이 꽤 많이 오더라고”
“아 그래? 잘됐다! 가게 테이블은 몇 갠데?”
“작은 백반집이야. 테이블 수는 4인석 5개!”
“회전율은 어때?”
“회전율은 점심 저녁 합쳐서 하루에 여섯 번 정도 되는 것 같아.
“그러면 대충 테이블당 매출이 5만원이라 한다면, 테이블 수가 5개니까 한 회전 당 매출은 25만원이고 하루 여섯 번 돌면, 하루 매출만 150만원 수준이겠네?!"
장사가 잘 되는지를 가늠하고자 할 때, 통상 ‘회전율이 어때?’ 라는 질문을 종종 하곤 한다. 그냥 매출이 큰 것만으로는 조금 아쉽다. 장사하는데 운영이 효율적인지, 대략적인 매출이 얼마인지 파악하는 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녀석은, 다름아닌 ‘회전율’이다.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들은 이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인 고민을 한다.
회전율을 통해 우리는 기업과 산업의 특성을 엿볼 수 있다. 여기 A, B, C, D, E, F, G 라는 7개의 가게가 있다. 각 가게의 회전율을 구해 보았더니 아래와 같았다.
무엇을 파는 가게인지는 밝히진 않았다. 하지만 일단 20회 라는 가장 큰 회전율을 가진 D가 재료의 소진 측면에서 이점이 있는 가게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회전율이 높은 만큼 손님들도 끊이질 않아 매출도 빠르게 발생할 것이 예상된다.
반대로 A, C, F 의 회전율은 5회 이하로 상대적으로 낮다. 이것을 '하루 단위의 회전율'이라 하고 모두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운영중에 있다고 가정해보자. D가게는 하루 동안 스무 번이나 가게 테이블을 새로운 손님들로 갈아치울 수 있지만, A, C, F 가게는 고작 다섯 번 밖에 되질 않는다. 이렇듯 간단히 회전율을 비교해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레스토랑의 운영 현황을 엿볼 수 있다.
이실직고하면, 위에서 말한 A기업은 반도체 제조회사(삼성전자, SK하이닉스)이다. B는 자동차 제조기업(현기차)이며, C는 금융사, D는 건설기초소재기업, E는 건설사, F는 CDMO기업, G는 식품회사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말하는 회전율이란 년 단위의 '재고자산회전율'을 말한다.
우리는 회전율을 통해 각 업종 마다의 특성을 이해해볼 수 있다. 먼저 , 필자 나름의 분석을 해봤을 때 제작 공정이 길고 복잡할수록 그리고 B2C보단 B2B 업체의 재고자산 소진 주기가 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왜일까?
반도체 제조의 경우에는 공정의 수가 굉장히 많다. 주 공정뿐만이 아니라 공정 마다의 단위 검사 공정도 수반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조기업 재고의 종류에는 제품, 소모품 이외에도 아직 공정이 진행중에 있는 ‘재공품’도 재고에 포함된다. 따라서 공정이 길면, 제품이 완성되어 고객에게 인도되기까지의 체류기간이 상대적으로 길 수 있는 것이다.
B2B기업은 어떠한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B2B 기업은 개인소비자가 아닌 완성품 제조 기업과 주된 거래가 이루어 질 것이다. 이에 따라 제작된 부품은 공급받는 전방산업의 수요에 맞춘 공급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다보니 같은 제조업이더라도 일반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현대/기아차보다 반도체 제조기업의 재고자산 회전율이 낮을 수 있는 것이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수많은 공급망과 복잡한 공정 절차를 가지고 있지만, 주된 고객이 일반 소비자 대상의 B2C 기업이므로 대리점을 통해 고객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할 것이 예상된다. 즉 소비재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제품의 수명 사이클이 상대적으로 짧은 것이다. 실제 자동차는 매년 연식이 바뀌어 판매될 정도로 고객 니즈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구 모델은 재고 할인을 통해 빠르게 소진된다. 하지만 반도체의 경우에는 매년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는 데에 비교적 민감도가 덜한 편이다.
시멘트, 레미콘을 제품으로 하는 건설기초소재 기업들의 재고자산 회전율은 20회로, 굉장히 빠른 회전율을 보이는데 무슨 이유 때문일까? 아마도 공정이 상대적으로 단순하고(재료를 매입하고 → 섞고 → 가열하고 → 불순물 제거하고 → 완성) 전방산업인 건설사의 수요예측이 비교적 정확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수요에 따라 제품을 적정량만 만들어 납품하면 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재고를 짧게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시멘트사와 식품업체 간 재고자산회전율의 차이는 각각의 산업적 특성에서 엿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시멘트사의 회전율은 위에서 언급한 공정과 공급망의 단순성과 안정적 수요 예측에 기인한다. 시멘트는 건설 현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자재로, 수요가 비교적 정확히 예측된다. 건설사는 프로젝트 일정에 따라 자재를 미리 발주하며, 시멘트사는 이에 맞춰 적정량만 생산해 즉시 납품할 수 있다. 또한, 시멘트는 부패하거나 변질되지 않기 때문에 재고 보관의 시간적 부담이 적으며, 생산 후 곧바로 출하되어 재고로 머무는 시간이 최소화시킬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재고자산 회전율을 높이는 데 유리한 요인이다.
반면 식품업체는 주로 B2C 업체로 일반 소비자의 변동성 높은 수요와 유통기한 관리라는 부담 속에서 재고를 다룬다. 두 산업 모두 재고 관리에서 효율성을 중시하지만, 공급망의 단순성과 예측 가능성에서 측면에서 시멘트사는 높은 재고자산회전율을 보인다. 하지만 식품업체는 다품종소량 생산과 유통의 복잡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낮은 재고 회전율을 보일 수 있다.
식품업체는 유통기한이 지나면 폐기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재고 회전율을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그러나 식품업체의 재고자산회전율이 시멘트사보다 낮은 이유는 무엇때문일까? 먼저, 식품업체는 소비자 기호와 계절성, 트렌드에 따라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는데 이는 재고 관리와 수요 예측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 각 식품들은 대형마트, 소매점 등 여러 단계를 거쳐 고객에게 도달되므로, 재고가 판매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게 된다. 마지막으로 소비자의 선호와 구매 패턴의 변화가 크기 때문에, 특정 제품의 재고가 남을 가능성이 높아 회전율이 낮아질 수 있다. 재고자산 회전율을 품목별로 구분하여 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요인들로 식품업체들은 유통기한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재고자산 회전율을 높여야 함에도 실제 회전율은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는 것이다.
생각 & Tip.
우리나라 시가총액1위 삼성전자의 매출채권 회전율과 매입채무 회전율은 어떠할까?대기업이라 소위 갑 위치에 있어 매입채무 회전율이 낮고 매출채권 회전율은 높을 것으로 생각하는가?오히려 삼성전자는 회전율 측면에서 갑질하지 않는다. ‘23년 기준 매출채권 회전율은 7회이고,매입채무 회전율은 무려 24회이다.이는 외상값은 51일만에 지급받는 반면, 구매 대금은 15일만에 지불한다는 것이다. 이는 무엇 때문일까? 이는 기업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평판과 이미지가 굉장이 중요해 졌기 때문에 ESG경영 측면에서 소위 을 위치의 기업보다 더욱 중요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