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금단 아닌데요.
나는 85년생이고, 남편은 86년 생이다.
뭐 별 특별할 것도 없는 연상연하 커플이고, 연애할 때도 못 느꼈는데, 결혼을 하려고 보니 나는 할머니고 남편은 갓 대학 졸업한 아가였다.
나는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했다. 20살 때부터 아르바이트가 아닌 월급 받는 직원으로 일을 했고, 23살 졸업식을 하기 전부터 정식으로 일을 시작했다.
남편은 평범하게 재수하고, 군대 가면서 휴학 좀 하고 해서 28살부터 일을 시작했다. 그래서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직장생활을 만으로 7년을 채웠고, 남편은 2년이 채 되지 않은 상태였다.
일을 일찍 시작 한건 나고, 이 나라에 태어나 대단한 뭐가 있지 않은 한 군대를 안 갈 수는 없으니, 그 부분에 불만은 없었다. 남편이 굉장히 쭈뼛쭈뼛하며 나보다 연봉이 작고 모아둔 돈이 적다 라는 말을 했을 때도 이런 얘기는 왜 하지?라는 생각이었다.
"내 말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런 걸로 기죽지 마. 여보가 나보다 연봉이 많으면 내가 화가 날 일이지. 나도 너랑 비슷한 대학 나와서 너보다 5년이나 더 빨리 일했는데 당연히 내가 더 많이 벌어야지. 네가 더 많이 벌면 내가 능력이 없는 거지. 저축도 당연한 거고."
라고 말할 때만 해도 우리는 세상 물정 모르는 한 마리 바퀴벌레였다. 아니, 쭈뼛쭈뼛한 남편은 세상 물정을 알았는데 날 위해 모르는 척해준 거고 나만 몰랐을지도.
아직까지도 이해는 안 되지만,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 부분을 못마땅해했다.
특출 난 사짜 직업이 아닌 이상, 사업을 하지 않는 이상 비슷한 조건이면 내가 더 많이 벌어야 하는 게 당연한데도, 이 나라에서는 그게 아니었나 보다.
다행히도, 동생과 친구들의 못마땅함을 경험한 나는 엄마에게는 남편의 연봉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었다.
내 주변에서 하나같이 그렇게 못마땅 해 하다 보니, 난 또 기고만장했었나 보다.
내가 그걸로 한방 맞을지는 몰랐으니.
만난 지 3개월부터 그렇게 나를 맘에 들어하시며 나를 포함한 가족계획을 세우시던 시어머니는,
막상 우리가 결혼을 할까 해요 했더니 이상한 말을 하셨다.
"어쩌니, 우리가 모아둔 돈이 없는데. 네가 나이가 있어서 급하니 할 수 없지. 나는 우리 아들이 이렇게 빨리 결혼할 줄은 몰랐거든"
모아둔 돈이 있냐고 물어본 것도 아니고, 달라한 것도 아닌데 나이 공격을 받았다.
남편이 엄마한테 화를 냈다. 아수라장이었다. 엄마가 자존심 좀 내세워 보려고 한 말에 남편은 "엄마 그럼 내년엔 집 해줄 거야?" 라며 팩폭을 해댔다.
우리 엄마가 사위 월급이 계속 궁금하고 석연치 않았듯이, 내색하지 않으셨던 시어머니도 내 나이가 석연치 않았었나 보다.
"얘, 나는 어디 가서 네가 나이 많다고 안 한다. 동갑이라고 하지. 난 어디 가서 우리 며느리 절대 흉 안 봐."
이 말씀을 만날 때마다 하셨다. 나 좋다는 말씀 이신데, 내가 남편보다 한 살 많은 게 흉이라는 말이니 기분은 좋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던 나는 2-3년 지나고 나서야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었다.
어머니 생신이었는지, 어버이날이었는지.
"어휴 고맙다 얘, 나는 어디 가서 우리 며느리 자랑만 하잖아. 나이도 동갑이라고 하고."
라고 하시는 시어머니께.
"어머니, 저 제가 나이 많은 게 자랑이에요. 제가 예쁘고 능력 있으니까 연하 남편 데리고 살죠. 그리고 이 사람도 능력 있으니 저같이 잘 나가는 여자 데리고 살 수 있는 거고요."
라고 말씀 드릴수 있었다. 결혼 후 몇 년이 지나고야.
신세대 시어머니는 '어머~ 맞네?'라며 동의하셨고, 우리는 더 한걸음 가까운 가족이 될 수 있었다.
계속 사위의 직급과 확인 못한 연봉이 궁금하셨던 우리 엄마는, 사촌 언니의 남편이 승진하자 한번 더 삐뚤어지시려고 했다. 외숙모의 예상치 못한 '우리 ㅇ차장~'에 무방비하게 어퍼컷을 맞은 엄마의 화살이 남편을 향했다. "나는 ㅇ서방 뭐라고 불러야 하니? 지금 직급이 뭐야? 언제 승진하니? 연봉은 많이 올랐니?"
"엄마, '우리 연하 사위~'하면 돼. '우리 사위는 아직 어려서~' 엄마 생각해봐, 그 언니 남편이 42살인지 3살인지 그러고, 엄마 사위는 34살인데, 같은 직급이면 이상하지. 그리고 생각해봐 앞으로 누가 더 일을 오래 할지. 그리고 연봉도 자꾸 물어보지 마, 엄마 나 그렇게 후지게 키웠어? 5년이나 경력 차이나는 사람한테 연봉 밀리게?"
못마땅한 표정으로 샐쭉하게 물러나신 엄마는, 부하직원들한테 물어보고 무언가를 납득했는지, 갑자기 어화둥둥 우리 어린(?) 사위 모드에 들어갔다.
우리는 그냥 여자가 한 살 많은 평범한 커플인데도, 편하게 말할 수 있기까지 몇 년이나 걸렸다.
꼰대가 아닌 우리의 부모님들은 영 앤 리치 한 며느리/사위를 바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못마땅해하셨다.
대체적으로 그 연세의 아버지 들은 가장의 굴레를 쓰고 사신 분들이니 보수적인 성향이 많으시지만, 환갑이 다 되시도록 직장 생활을 하신 우리 어머니 들은 진보적인 편이다.
두 분 다 물가 비싼 수도권에서 아등바등 직장 다니며 애 키우는 우리 부부가 안쓰러우시고 내가 보통 10살만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만 해도 눈총 받는 이퀄리즘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도 그건 네 말이 맞다 해주시는 분들이니.
하지만 우리의 결혼에 대해서는 이상하게 보수적이었던 우리 부모님들은, 주변의 말에까지 초연한 분들은 아니셨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