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의 차이
화제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영화로 개봉했다.
주말에 애 맡길 곳도 없고, 맡길 생각도 없는 우리 부부는 당연스럽게, TV에 풀릴 때까지 기다렸다 봤다.
우리는 둘 다 울었고, 남편은 영화를 보며 집안일을 하는 나를 불편해했다.
페미니스트의 필독서고 남자들은 그렇게 욕한다는 그 책, 그 영화.
우리 팀에는 워킹맘은 나 혼자다. 그래서인지 우리 팀 사람들은 다 공감을 못했다.
비현실적 이라고, 요즘 저렇게 사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한 목소리로 말해서 말하지 못했다. 아직도 많다고.
남편의 회사는 남초다. 근데도 다들 공감하며 보라고 추천까지 했다고 한다.
다들 나이대가 있는 편이고, 아이들도 있다.
아이 유무의 차이가 공감도를 만드는 것일까? 아니면 세대차이가?
글쎄, 내가 처음 82년생 김지영을 접했을 때 나는 아이가 없었다. 그래도 공감했다.
우리 팀장님은 82년생이고 여자다. 하지만 비현실적 이라고 했다.
내 남동생은 장손이다. 그래서 여자고 첫째인 나는 모두에게는 환영받지 못했다. 왜냐고 물어보면 설명할 수가 없다. 내가 속해있던 세계에서는 당연한 거였으니까. 근데, 싫었다.
남편은 첫째고, 남자고, 동생도 남자다. 평소에 생활하면서 내가 받는 불평등을 말하면 이해하는 사람이지만, 어릴 때는 특별취급을 받는 것도 몰랐다고 한다.
경험의 차이가 다른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
언젠가, TV를 보면서 명절에 남자 밥상과 여자 밥상을 따로 차려놓고 먹는 장면이 나왔다.
함께 보던 사람이 에이 과장이 심하네 라고 했다. 하지만 2020년 1월까지도 그랬다. 우리 친정집은.
여자 건 남자 건, 나이와도 상관없이 차별을 받은 적이 없는 사람은, 또는 그 차별에서 우위를 선점한 사람은 누군가 불평등을 말할 때 비현실 적이고, 과장이 심하고, 자의식이 과하다고 한다.
경험하지 못한 일이고, 일어나지 않은 일이기에.
시대는 빠르게 변한다. 10년쯤 전, 내가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와 지금, 결혼에 대한 인식과 아이를 낳는 문제는 정말 많이 변했다.
세대도 변했고, 시대도 변했고, 인식도 변했다.
빠르게 변하면서 동시대를 살지만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졌다.
누군가는 아직도 회사 건물 베란다에서 숨어서 담배를 피우며 "재떨이 치워주는 여직원이 있었던 시절"을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흡연구역지정을 말하며 함께 한 공간에서 일을 한다.
불과 10년 전까지도 엄마의 출산휴가 3개월을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지고 싸웠다. 지금은 아빠의 육아휴직을 달라고 싸우고 있다. 그렇지만, 엄마의 출산 휴가 3개월을 주지 않는 회사는 아직도 존재하고 3개월 쉬는게 길다고 말하는 사람도 여전히 존재 한다.
지금도 누군가는 내 아이가 감기에 걸린 이유가 내가 직장에 다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니, 내 아이는 감기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어 아프다.
숨 쉬듯 내뱉는 한마디에도 고정관념이 들어있다.
걱정하는 한마디에 날카로운 대꾸가 돌아오는 이유. 당신이 경험해 보지 않았던 차별이 이유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