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대가족은 처음이지 3

아이러니 하구만.

by Riry

남편은 둥글둥글한 성격이고, 나는 삐죽삐죽한 성격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앞편에 얘기했던 사촌들 간의 묘한 경쟁을 일찍 읽어냈다.

그래서 10대 후반부터는 사촌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었다.

남편에게는 자기 자식보다 더 본인을 예뻐하는 이모가 2명, 자기 자식만큼 본인을 예뻐하는 삼촌이 2명, 본인이라면 껌뻑죽는..... 아무튼, 엄청 예쁨 받았고 본인 친척들은 다 친형제 같다고 했다.

나는 몹시 부러워했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개싸움이 나기 전까지는.


엄마가 사촌들 남편을 들먹거리며 비교한 데다가, 친척이 너무 많아서 인사를 생략했다.

남편은 대부분의 나의 친척들을 결혼식에서 만났다.

근데, 내가 생각보다 사랑을 받는 사람이었나 보다.


동생의 말을 빌리면 고모와 이모들은 식 내내 출생의 비밀이라도 있는 듯 울었고, 삼촌들은 나라 잃은 표정으로 앉아 있었으며, 사촌들은 대거 출동했다. 꾸밈비도 안 줬는데 한복에 정장에 뻗쳐 입고서.


친정 쪽 폐백도 생략했다. 전부 인사했다가는 내 허리가 아작 날 것 같아서.

폐백 후에, 연회장에서 삼촌을 만난 남편은 눈빛에 타 죽고 악수하다 손가락이 부러지는 줄 알았다고 했다.


모든 얘기를 전해 듣고 아차 싶었던 나는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식사자리를 만들었다.

남편은 3시간 동안 내 일대기를 들어야 했다. 집안의 첫째인 내가 얼마나 예쁨 받았는지에 대해서.

삼촌들을 끊임없이 술을 먹였고, 등짝을 때리며 분풀이를 했다. 처가살이를 제대로 당했다.



시가는 남초였다. 여자 형제들이 없는 건 아닌데, 남자가 쫌 많았다.

그리고 다들 성격이 둥글둥글했다. 동글동글 아무 데나 잘 가고 잘 머물러 있지 않으며 화가 나면 빵 터지는 성격의 소유자 들이다. 공처럼 매끈해서 안 듣고 싶은 말은 마구 튕겨낸다.


항상 즐겁고 행복한 시가 식구들 사이에는, 계획성이 있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래서, 내가 한 달에 얼마씩 모은 돈으로 가족 여행을 가자고 제안 했을 때는 눈물바다였다.

내 입장에서는 친정에서 내가 쭉 하던 일을 그대로 한 건데 폭풍 칭찬에 칭송을 들었다.

분위기는 매우 고조되었고, 자랑 하고 싶었던 시부모님 덕에 인원이 눈덩이처럼 불어 이모네 식구들까지 합세해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매우 좋은 분위기인 줄 알았는데, 여기저기서 싸움이 터졌다.

다들 좋은 분위기를 망친걸 기획자인 나에게 미안해했고 끝까지 좋은 척하는 분위기로 마무리가 되었다.

그리고 각자 귀가 후 다이너마이트처럼 터졌다고 한다.

래퍼의 디스랩 마냥 부모 자식 간에 자필편지를 주고받고 카톡을 주고받고. 결국엔 연을 끊네 마네.

편지의 내용은 남의 자식보다 못한것 같은 내 자식, 내 부모.


남편은 그저 내게 미안해 하기만 했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균형 잡혀있던 시가에 내가 돌을 던졌다.

시가에도 경쟁과 견제가 존재했다. 표면에 드러나지 않았을 뿐.


친척 관계는 아이러니하다. 굉장히 상반된 감정들이 공존한다.

조카는 한때 내가 너무 사랑했던 꼬물이 아가임과 동시에 내 자식과 가장 먼저 비교되는 경쟁자다.

그늘진 면만 치중해서 보던 나와 밝은 면만 보고 있던 남편은 비로소 깨달았다.

모든 관계에는 양지와 음지가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어서 와 대가족은 처음이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