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지나가고 나는 정원을 가꾼다.
“저는 꽃집을 차리고 말 거예요. 그러니 제 미래를 응원해 주세요.”
한 여자가 불쑥 찾아와 우리 테이블 위로 국화 모종을 건넸다. 소포지로 꼼꼼히 포장된 플라스틱 화분, 그리고 반대쪽 팔에는 동일한 화분이 열 개 정도는 담겨있는 큼직한 라탄 바구니가 걸쳐있었다.
- “얼마인데요?”
- “만 원입니다.”
가격이 너무 비쌌다. 나는 슬쩍 H를 쳐다보았다. H는 약간 당황한 기색으로 고민하는 듯했다.
- “네. 하나 주세요. 여기 이 아이로요.”
친구는 농원에서 3천 원이면 떼올 수 있는 소국 모종을 세배 이상의 값을 쳐서 구매했다. 그러고는 천진하게 소국의 머리를 검지로 통통통 튕겼다.
화훼사 지망생이 우리를 찾아오기 전, 우리는 떠나가는 여름을 추억하고 있었다. 종로의 한 통닭집 야장에서 생맥주를 홀짝이면서. 새로 이직한 회사는 어땠으며, 요즘 쓰고 있는 시가 있는지, 밤마다 화병이 돋는 건 아무래도 네가 착하기 때문이라는 둥. 나, H, C 세 사람은 쉴 새 없이 떠들고 또 떠들었다. 종종 통닭집골목에 살고 있는 고양이 가족들이 나타나면, 우리의 대화는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존재는 고양이라는 주제로 흘렀다.
누군가 어떤 계절이 좋으냐는 물음을 던졌다. 연초에 꽃집을 정리했던 H는 ‘가을’이 가장 좋다고 했다. 가을이 사계절 중 식물이 가장 풍성한 시기라고. 꽃도 나무도 열매도 원 없이 즐길 수 있다고. 화훼사 다운 대답이었다. 그런 친구의 대답 이후에 찾아온 소국 판매사원은 운명(?)과도 같았다.
- “꽃을 그렇게 튕겨도 괜찮아? 다치지 않아?”
- “그럼. 생기가 생기는걸.”
초가을을 향하고 있었지만 아직 더운 날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친구의 온기가 소국에게도 전해진 걸까? 대부분 꽃봉오리였던 화분이 어느새 거의 다 피어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도 튕겨지는 꽃송이들을 보며 처음으로 국화가 귀엽다는 생각을 했다.
내게 정원이 생긴다면 꽃을 많이 많이 심고 싶다. 나무도 허브도 많이 심어야지. 그러면 나비와 새들도 초대하고 싶다. H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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