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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진 Jul 12. 2022

나의 식탁

타국에서 나를 돌보며 살아가기

오전 9시. 남편을 회사에 보내고, 아이를 등원시키고 

비로소 혼자가 되는 시간. 

집을 청소하고 주변을 정돈하니 이내 허기가 진다.

노트북을 챙겨 근처 베이커리에 갈까 잠깐 고민했지만, 무더운 날씨에 엄두가 나지 않아 관두기로 한다.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냉장고를 열고 재료를 확인해 보았다. 

한장남은 식빵과 한 개 남은 토마토, 

아이를 등원시키고 돌아오는 길에 사들고 온 슬라이스 치즈, 그리고 토마토소스. 

오늘은 이것들이 구비되어 있으니 피자 토스트를 구워보자. 

냉동되어 있는 식빵 한쪽을 꺼내서 아무것도 두르지 않은 프라이팬에 얼마간 굽다가 꺼내 주고, 

토마토를 8등 분해 올리브유를 두른 팬에 구워준다. 토마토가 어느 정도 익으면 팬 한쪽으로 밀어서 마저 익히고, 올리브유와 토마토의 육즙이 뒤석인 부분에 아까 1차로 구운 식빵을 올려 마저 구워준다. 

이렇게 하면 식빵에 올리브유가 스며들어 맛이 부드럽고 좋아진다. 

올리브유는 몸에 좋으니깐^^


다 구워진 식빵을 접시에 옮기고, 

토마토소스를 얇게 바르고, 

그 위에 토마토 구이를 올리고, 

슬라이스 치즈로 덮어서 오븐 또는 레인지에 치즈가 녹을 때까지 가열하면 완성. 

오븐이 돌아갈 동안 기다리며 커피 한잔을 내려준다. 


오늘 메뉴도 성공이다. 

오븐에 노릇노릇 맛있게 구워진 피자 토스트를 보자 베이커리에 가지 않은 게 아쉽지 않다. 

나를 위한 피자토스트

남편의 직장으로 인해 일본에 이사온지 4개월 차. 

이제 조금씩 일본 생활에 익숙해져 가지만 여전히 혼자만의 시간 혼자의 식사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귀찮고 입맛이 없다는 이유로 식사를 제대로 챙기지 않았더니 어지럽고 가족을 돌볼 기운이 없어서 

나의 건강은 나 혼자만의 건강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조금씩 나를 위한 요리들을 정갈하게 차려내기 시작했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았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때그때 먹고 싶거나 있는 재료들을 활용해 간단히 한상 조금 예쁘게 차려내면 그만이었다. 


어떤 날은 양배추를 굽고, 어떤 날은 밥을 볶고, 갓 지은 밥에 낫토와 계란 프라이를 곁들이고, 요구르트에 시리얼을 넣어주고, 빵을 데워주고.. 

그렇게 오직 나만을 위한 식탁을 차려주며 맛있게 먹고 나는 건강을 지킬 수 있었다. 

혼자인 시간을 때로는 견뎌내기가 쉽지는 않지만, 

반드시 혼자가 필요한 순간도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이 시간 나는 집안을 윤택하게 가꾸고, 

나 자신을 가꾸고 

마음을 돌보며 그렇게 보내려고 한다. 

그리고 그 과정 가운데 나의 요리들이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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