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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진 Aug 21. 2022

후쿠오카의 어린이 의료보험과 병원 방문

일본에서 아이를 키우는 일

 일본으로 이사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시청에 가서 주소를 등록한 일이었다. 현재 아이와 나는 가족 체재 비자로 남편은 취업비자로 일본에 머물고 있다. 남편은 코로나 이전 먼저 일본에 와서 자리 잡고 있었기에 거주지가 이미 마련되어 있었고, 가족관계 증명서로(참고로 증명서는 한국에서 발급받은 한글 원본 서류와 일본어 번역본이 필요하다.) 남편의 거주지 주소에 나와 아이를 등록하면 되었기에 절차는 비교적 간단했다. 주소를 등록하자 연금보험, 의료보험 등을 가입할 수 있게 되었고 바로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다고 안내받았다. 다음은 후쿠오카의 어린이 의료보험 지원 사항이다. 

 병원 치료는 통원치료와 입원 치료로 구분된다. 초등학교 취학 전 아동은 통원이나 입원 모두 자가 부담금이 없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경우 통원치료는 자가부담금이 일일 최대 1200엔(한화 약 12,000원), 입원은 최대 500엔(한화 약 5,000원)이다. 병원비가 그 이상이 나와도 자가부담금 이외의 금액은 보험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고등학생의 경우 통원은 지원금이 따로 없고, 입원은 자가부담금이 일일 최대 500엔(한화 5,000원)이다. 개인이 별도로 가입한 보험이 아니라 국가보험임에도 지원이 제법 잘 된다고 느꼈다. 몇 가지 예외 사항이 있는데 병원 입원 시 식사, 병원을 오가는 교통비, 의료보험이 안 되는 치과치료 등은 모두 자가부담이라 한다. 

어린이 의료보험이 안내되어 있는 팸플릿. 병원 갈 때 의료카드 외에도 이때 받은 종이로 된 의료증을 지참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연령대에서 병원비가 아무리 무료라 한들 안 아파서 병원에 안 가는 게 좋을 것이나, 최근에 아이 눈에 두드러기 같은 것이 생겨서 소아과와 안과에 다녀오게 되었다. 일본 소아과에 가서 받은 이미지는 병원보다는 가정집을 방문한 느낌이었다. 아이를 위한 장난감과 동화책 등이 정감 있게 비치되어있던 오래된 소아과는 아늑한 느낌을 주어 의도했던 하지 않았던 아이의 긴장감을 줄여주었다. 눈가에 있는 두드러기였기에 결국 소아과에서 해결이 안 되어 동네 안과를 다시 방문하게 되었는데 안과의 의료진은 무척 친절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진료 이외에도 일본 생활에 불편한 점은 없는지, 도움이 필요한 일은 없는지 등 개인적인 사안까지 물어보시며 친절하게 대해주셨고 진료를 마치고 나갈 때 90도 가까이 허리를 굽히며 인사하셔서 죄송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진료도 매우 꼼꼼하게 봐주셨다. 주말과 휴일을 감안해 병원 방문 일정을 편성해주셔서 진료 공백이 없고 약이 부족하지 않도록 신경 써 주시고, 모든 치료가 끝날 때까지 진료를 자세히 봐주셨다. 그리고 더 이상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하셨을 때 마침내 진료가 종료되었다. 앞으로도 그 안과를 생각하면 따뜻했던 기억이 많이 떠오를 것 같다. '약'에 관한 부분도 우리나라랑은 달랐다. 개인별로 처방받은 '약'에 관한 이력을 기록하는 수첩이 있는데, 그 수첩의 내용 기입란에 제조받고 처방받은 약을 순차적으로 기록해 이력처럼 계속 보관하는 방식이다. 수첩은 어느 약국에서든 관계없이 최초 발급받겠을 가지고 지점 불문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아직은 아날로그적인 문화가 남아있는 이곳이다. 

 대학교 시절 도쿄에서 1년간 일본어를 공부한 나의 일본어 실력은 엄청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궁하면 통한다고 몇 가지 증상에 관한 핵심 단어만 알고 가서 진료를 받으면 그들도 외국인임을 감안해 쉬운 언어로 설명해 주고, 안되면 번역기 등을 활용해 병명과 주의사항 등을 설명해 주니 덕분에 무사히 진료를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가급적 병원을 방문할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약국에서 사용하는 수첩
일본의 소아과. 가정집 느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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