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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진 Aug 24. 2022

6살 아이의 외국어 공부

아이가 외국어를 익히는 법

 우리 아이는 6살이다. 일본은 나이를 만으로 세기에 일본에서는 아직 4살인 아이는 일본어를 전혀 모른 채 지난 3월 엄마를 따라 일본으로 이사 왔다. 코로나로 인해 2년이나 늦어진 일본행이었지만 덕분에 아이는 어설프나마 한국어를 모국어로 익힌 뒤 일본에 올 수 있었다. 4월부터 아이를 일본 유치원에 보내기 시작했는데 초반 적응기간을 감안해 하루 3시간만 유치원에 보냈더니, 아이가 아무리 현지인들 틈에 있어도 일본어를 배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매일 울던 시간이 지나고 적응이 어느 정도 된 것 같아서 6월부터는 풀타임(09:00-14:00)으로 유치원에 보내고, 체계적으로 학습할 필요가 있겠다고 여겨져 학습지를 병행하기로 했다. 일본 유치원 생활과 학습지 이 두 가지는 타의에 의한 것이고 아이가 스스로 너무 좋아서 하는 행동이 하나 있었다. 바로 일본어로 된 애니메이션을 시청하는 일이었다. 아이는 한국에는 '퍼피 구조대'로 불리는 '파우패트롤'이라는 애니메이션에 완전히 꽂혀서 10-20분 분량의 에피소드를 지난 3월 일본에 온 이래 편당 20번 이상은 시청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상황의 흐름에 따른 일본어 표현을 익히고 스스로 그 뜻을 어렴풋이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이 내재되어 있다가 비슷한 상황이 되면 적확한 표현이 원어민 발음으로 튀어나오곤 했다.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를 탈 때 아무도 없으면 "다래 모 이 나이(誰もいないね。 아무도 없네)" 하는 식이다.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에서 활용되는 일본어는 초급 수준이겠지만 지금 나이에는 그 정도만 구사해도 부족함이 없고, 사실 아이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초급 일본어를 배우기에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은 발음도 정확하고 쉬운 단어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꽤 괜찮은 방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아이가 한국어를 모국어로 익힌 뒤 일본에 온 이 점 중 하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모국어로 질문해서 이해할 수 있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유치원 친구들이 도시락 뚜껑을 덮으면서 시메루(閉める, 닫다) 시메루 하던데 시메루가 닫는 거야? " 이런 식으로 질문하며 나름대로 이해하며 유치원 생활에 적응해 나갔다. 그리고 학습지를 병행하니 대충 들으며 모호했던 단어들의 정확한 발음을 알고 일본어를 읽고, 쓰는 법도 조금씩 익혀가고 있어서 배움의 균형을 잡아주는 느낌이다. 아이를 보면서 다시 한번 깨달았다. 외국어 공부의 가장 확실한 방법은 끝없는 반복이라는 것을. 그리고 아이가 그 끝없는 반복을 지루함으로 여기는 것이 아닌 즐거운 애니메이션 시간으로 대체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본어 학습지. 연필 사용법부터 단어 읽는 법까지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외국어를 익히는데 도움이 되는 것 중 하나는 적극성인 것 같다. 유치원에서 먼저 나서지 않고 누군가가 다가오기만을 기다리거나, 혹은 누군가가 말을 시켜도 부끄러워 모른 채 할 가능성이 다분할 우리 아이는 모르는 사람에게도 잘 다가가고 더 적극적인 성향이었다면 일본 친구를 사귀고 일본어를 좀 더 빨리 익힐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바람일 뿐, 이 아이는 결국 자신만의 방법으로 일본에서의 생활을 겪어나가야 할 것이다. 나는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도와주고, 필요한 부분을 채워줄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 일본에 머물게 될지는 모르나, 부디 이곳에 있는 동안 새로운 환경에서 모두가 많이 성장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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