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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진 Jul 08. 2023

'글'도 요리처럼 가. 시. 적.으로 나아질 수 있다면

멈춰있는 것 같아도 결코 멈춰있는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오랜 시간이 지나면 재능, 인내, 엄청난 노력은 좀처럼 구분되지 않는다."-데이비드 베일즈,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


 주 2회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 현재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 방침에 따라 주 3회는 급식을 제공받고 주 2회는 도시락을 준비하고 있는데,  방학을 제외한 시간 동안 도시락을 만드는 일을 1년 넘게 지속했더니 만드는 실력이 좋아짐이 내 눈에도 느껴진다. 가시적(可視的)으로 발전하는 도시락을 보며 생각한다. 글쓰기도 요리처럼 가시적으로 나아짐이 보이는 영역이면 좋겠다고.

  '재능'을 찾기 위해 발버둥 쳐본 시간이 있다. 불타는 열정으로 살고 싶은 바람과 달리, 미지근한 내 삶을 보며 재능을 발견해 열정을 불태우는 삶을 소망했다. 어쩌면 나는 오래전 들었던 '낭중지추'(囊中之錐 , 「주머니 속에 있는 송곳」이란 뜻으로, 재능이 아주 빼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저절로 남의 눈에 드러난다는 비유적 의미, 한자사전 참조)에 지나친 환상을 품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낭중지추와 같은 나의 '재능'을 찾고 싶었지만 나오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삶을 겪고, 삶을 들여다보며 관점을 달리해 보았다. 극소수의 타고난 천재가 아닌 이상 대부분 삶에 부딪치고 좌절하고 실패하며 그 과정에서 조금 잘하는 영역이나,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는 영역을 발견하고 마음을 쏟고 노력하고 성장하는 과정이 삶의 본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다른 사람의 삶까지 그렇다고 결론 지을 만큼 인생에 전혀 통달하지 못했지만, 눈에 띄는 재능이 없는 나의 삶은 그렇게 흘러가도 잘못된 방법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고난 재능은 모르겠지만, 감사하게 내게는 재능을 키우고 싶은 사랑하는 영역이 있었다. '글쓰기'. 나는 글쓰기를 사랑했고, 사랑한다. 어떤 마음은 고백조차 조심스러울 때가 있는데 영원한 짝사랑이 될 것 같아 그랬을까. 내게는 글쓰기가 그랬다. 사랑한다고 표현하기조차 조심스러웠던 일을 이제는 말한다. 나는 글쓰기를 사랑한다고.

 사랑하지만 글쓰기에 대한 엄청난 확신이 없는 나는, 노력이 재능을 제법 따라잡을 수 있다는 그 말을 그래서 사랑할 수밖에 없다. 그 말에 가슴이 뛰고 희망을 본다. 요리만큼 가시적으로 좋아지지 않고, 어쩌면 객관적인 척도도 없겠지만, 얼마만큼의 오랜 시간일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재능, 인내, 엄청난 노력은 좀처럼 구분되지 않는다는 그 말을 의심치 않고 다시 한걸음 내디뎌 본다.


 “당신에게 안정된 삶의 방식을 가지려고 너무 염려할 필요는 없다고 당부하고 싶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시작할 때 이미 당신은 끝까지 그 일을 따라갈 깊은 안정성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엄청난 액수의 연봉을 받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 사람의 인생이 평생 안정될 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단 말인가”-나탈리 골드버그,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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