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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진 Jul 26. 2023

나의 테이블에 초대합니다.

차린 건 (아직) 많이 없지만요.

 나에게 글쓰기는 결코 혼자 할 수 없는 장르임을 깨달았다.


 글쓰기의 영역에서 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은 글 쓰는 분량을 정하는 것뿐이었다. 공식적으로 글을 발표할 수 있는 지면이 주어지거나, 공모전이나 투고등은 노력은 개인에게 달렸지만 결과는 개인에게 달린 일이 아니므로 의지로 가능한 것은 글쓰기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뿐이었다. 나는 계획을 세우는 삶과는 아주 거리가 멀지만 그럼에도 근시안적 목표는 있어야 할 것 같아 글 100편을 써보기로 했다. 정말 '글쓰기' 자. 체. 를 좋아하는지, 혹시 쓰는 행위의 '멋져 보임'을 연출하려 쓰고 싶었던 건 아닌지, 쓴다면 정말 쓰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었다. 사실 여전히 글쓰기의 주제가 명확히 잡히지는 않지만 몇 가지는 알겠다. 나의 글쓰기는 결코 혼자만으로는 불가능한 장르라는 것을.

 저마다의 이유로 글을 쓰겠지만 나의 경우 글쓰기는 '소통'에 무게 중심이 실려있음을 알았다. 브런치에서 함께 교류하고,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지루하고, 의미를 찾지 못해 이만큼 끌고 오지도 못했으리라는 것이 쓸수록 명확하게 깨달아진다.

 나에게는 몇몇의 특정 직업군이 가진 직업적 이미지가 있다. 예를 들어, 글 쓰는 '작가'라고 하면 막연히 방구석이나 카페에서 혼자 주구장창 키보드를 두드리는 사람을 상상했다. 대부분 안경을 쓰고, 간혹 얼굴을 찌푸려 주고 머리를 쥐어뜯는 모션을 하며(->비하 아님) 홀로 글을 쓰는 사람. 나의 '글쓰기'의 실상이 그것에 부합하고 그것이 전부였다면 아마도 못 견디고 진작에 손을 뗐을지도 모른다.

 해보니 글쓰기는 혼자 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분명 혼자인 장르가 아니었다. 일정시간 혼자 마음을 쏟아 만들어낸 결과물을 글벗(왜인지 모르지만 아직은 이 표현이 조금 간지럽지만 써봤다.)들과 서로 나누는 일. 그래서 신기하고 좋았다. 한적한 곳에서 지내지만 계속해서 친구들이 생겨난다는 사실이.  

 문득 나의 브런치스토리는 나의 테이블 같다는 생각을 했다. 몇 가지 주제의 글들을 써서 준비해, 읽고 싶은 글이 있으시면 와서 읽으시라고 펼쳐 놓은 테이블. 당연히 거창한 식사는 아니고 브런치도 못 되고, 나의 경우는 아직 그것보다도 가벼운 티 타임 테이블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커피만 있으면 너무 삭막하고 허전하니 쿠키나 초콜릿 정도의 다과는 같이 내줄 수 있는 티 타임 테이블.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지금 능력으로 최선을 다해 나의 테이블을 준비하는 일. 열린 마음으로 다른 이의 테이블을 방문하는 일.

 그래서 글쓰기는 가끔 무겁지만 한편으로는 무겁지 않게 느껴진다. 이번 글이 조금 부족해도 다음글을 기약할 수 있고, 그렇게 점점 발전하는 티타임 메뉴들을 준비하면 되니깐. 그러다 보면 디저트도 만들게 되고 다른 것보다 조금 잘하게 되는 메뉴도 생기고, 적어도 나만의 독특한 그 어떤 것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그러다 보면 또 언젠가는 좀 더 근사한 식사도 만들 수 있을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곳에서 많은 것이 만들어진다.

  써보니 알겠다. 나는 글쓰기 자체를 사랑한다는 것을. 그 글쓰기를 오래도록 하기 위해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정직한 글을 쓰고자 마음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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