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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진 Oct 21. 2023

친구를 만드는 용기

예상을 뛰어넘는 세계를 만나는 기쁨

 누군가와의 첫 만남을 떠올리는 일을 좋아한다. 인연이 이어진 후에도 가끔 그와의 첫 만남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본다. 첫 만남 속 낯설었던 그 사람과의 인연이 신기하고, 한편으로는 경이로워 누군가의 첫 모습을 기억 속에서 종종 꺼내보는 일을 좋아한다. 첫인상에서 느껴졌던 이미지와 실제는 다른 경우도 있고, 비슷한 경우도 있는데 어느 쪽이든 환영이다. (쓰다 보니 좋아하는 사람들에 국한되는 이야기이다.)

 첫 만남 이후 안면만 익힌 채 더 이상 인연으로 발전하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지속되는 인연들이 있다. 같은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다면 그 과정들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자연스러움에 맡기면 인연이 되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친구가 되고 싶어 노력을 기울일 때가 있다. 그런 인연에 관함이다. 


 일본으로 이사 온 뒤 아이 등하원시간에 오가며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던 분이 있었다. 서로의 아이가 같은 형태의 명찰을 달고 있는 걸로 보아 아이들은 유치원 같은 반이었다. 만날 때마다 인사를 주고받으며, 인사에서 더 나아가 그와 친구가 되고 싶었다.  

괜찮으시면 놀러 오세요.

 "もしよかったら遊びに来て下さい。" 누군가에게는 어렵지 않을 그 한마디를 건네기까지 꽤 큰 용기가 필요했다. 마주치면 오늘은 꼭 집에 초대해야지 생각하면서도 떨려서 내심 마주치지 않기를 바랐다; 그 후로 여러 날이 지난 뒤 아이의 바람도 한몫 거들어 마침내 용기를 냈고, 그분은 기뻐하며 초대에 응했다. 빠른 시일 내 만남이 실현되며 N과의 우정은 시작되었다. 

(좌) 첫 초대하던 날의 다과. 고심 끝에 드립커피와 한국 과자를 준비했다. 그 후에는 과일과 빵 정도의 가벼운 간식을 곁들였다.

 친구가 생기는 것은 생각보다 더 좋은 일이었다. 한 사람을 통해 새롭게 열리는 세계가 얼마나 넓은지, 그 세계가 얼마나 다채롭고 경이로운지 새로운 인연을 통해 경험했다. 내가 유난히 좋은 분을 만났던 것일까. 그를 통해 일본 생활에 관한 정보들과, 원할 때면 필요한 조언들, 주변 생활환경에 관한 안내와 진심이 담긴 마음까지. 많은 것을 받았고, 나의 생활은 기대 이상으로 풍요로워졌다.  

집에 놀러 올 때 가지고 오거나, 가끔 현관 문고리에 깜짝 걸려있는  N의 마음

 가끔 우연히 동네 이곳저곳에서 마주칠 때면 늘 반갑게 웃어주는 그 덕분에 지금 사는 곳이 더욱 친숙하게 느껴졌고,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의문에 대한 답을 그를 통해 찾을 때도 있었다. 

일본에 와서 정말 잘했다고 여겨지는 일 중 하나는 그날 용기를 내 N을 초대했던 일이다. 


친구가 되고 싶어요 

 나의 세계를 넓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소중한 누군가와의 인연으로 넓어지는 세계에 관해 생각해 본다. 예상을 뛰어넘는 기쁨이 있는 그 세계에 관하여,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더욱 풍요로운 그 세계의 기쁨에 관하여. 그래서 나는 또 용감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친구를 만드는 것은 때로는 용기가 필요하지만, 덕분에 찾아올 예측불허의 기쁨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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