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치원 입학식의 풍경

진주 목걸이는 없었지만

by 수진

일본 유치원 입학식의 풍경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싶어요

후쿠오카에 온 뒤 자가 격리 기간이 끝나고 더는 아이를 집에서 놀게 할 수 없어 무작정 시청을 찾아갔다. 차근차근 교육기관을 알아보는 방법도 있겠지만 시청이 코앞이니 발로 뛰는 게 빠를 것 같았다. 시청에서 도움이 필요한지 물으러 다가오는 직원에게 말했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싶어요." 그 후,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시청에서는 집 주변 유치원 10-15곳 정도의 리스트와 지도를 주었고, 그중 집에서 도보 10분 정도의 제일 가까운 곳을 선정해 시청 직원의 안내를 받아 그 길로 찾아갔다. 유치원은 80년 가까이 된 오래된 곳이었고 도색 이외에는 리모델링도 거의 하지 않아 옛 모습이 그대로 있었다. 오랜 추억들이 겹겹이 쌓인 곳이라 그랬는지 첫눈에도 익숙하고 친근해 마음에 들었고, 어쩌면 벚꽃이 아름답게 만발했던 날이라 모든 것이 좋았을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유치원 풍경에 마음을 빼앗긴 나는 다른 유치원은 가볼 것도 없이 바로 결정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KakaoTalk_Photo_2023-10-25-10-17-28.jpeg 벚꽃이 만개했던 날. 유치원의 첫 모습은 아름다웠다.

4월 학기 제도로 운영되는 일본은 유치원도 4월에 시작된다. 등원 후 첫 토요일. 유치원 입학식이 있었다. 참석대상은 그해 입학하는 원아들과 학부모로 대부분 처음 유치원 생활을 시작하는 어린아이들이었지만 중간에 합류한 우리 아이도 포함되어 있었다.

선생님께 입학식은 정장(슈트)까지는 아니어도 평소 입는 편한 옷보다는 격식을 갖춘 옷을 입는다는 말씀을 들었을 때만 해도 의상에 관한 염려는 없었다. 그 후 나보다는 정보수집에 능숙한 남편의 누나와 나의 언니는 인터넷을 검색해 가며 일본에서는 입학식이 중요한 행사이며, 격식을 갖춘 복장으로 참석하는 대대적인 행사라는 것을 알려주었고 그때부터 입학식 의상 고민이 시작되었다.

일단 주인공인 아이의 옷부터 구해야 했다. 아울렛과 쇼핑센터를 몇 군데 둘러보았는데, 아무래도 따로따로 구매한 뒤 조합해서 입히는 것보다는 유치원 아이들 전용 코너에서 새 학기용 정장으로 나온 옷을 구매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지나치게 전형적인 것은 피하되, 그중에 덜 전형적인 것으로 골라 옷과 함께 매치할 긴 양말과 구두도 사며 아이의 입학식 의상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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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으로 결정. 입학식 이후로는 입힐일이 없이 아이가 커버렸다.ㅠ

한국에서 온 지 얼마 안 된 나는 가져온 옷이 있었고, 이제 남편의 옷 차례였다. 남편의 옷도 고르기 어려웠다. 지나친 정장은 피하고, 너무 아저씨 느낌 나는 옷도 피하고, 과하거나 안 어울리는 색상도 피하고, 평소 활용도가 떨어지는 것도 가급적 피하고... 남편의 옷이야 말로 입학식 전날까지 고심을 거듭해 겨우 골랐다.

마지막으로 떠오른 것은 '진주 목걸이'에 관함 이었다.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일본에서 진주는 단순 액세서리보다는 좀 더 깊은 의미가 있어 격식을 갖추는 자리에서 보이는 장신구였다. 필요하면 하나쯤 구비해도 괜찮겠지만, 행사를 코앞에 두고 급하게 사는 건 내키지 않았다. 일단 패스.

그렇게 우리 가족은 준비를 마치고 입학식에 참석했다. 슬쩍 다른 사람들의 복장을 둘러보니 전형적인 정장을 차려입은 분들도 많았지만, 과하게 격식을 갖춘 복장을 하지 않은 분들도 있어서 우리는 무난하게 그 자리를 즐길 수 있었다. 입학식은 축하와 격려가 오가는 행사였고 기념촬영을 마지막으로 한 시간 정도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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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날이었다.

우리 가족은 아이 '유치원 입학식'이라는 일본생활의 공식적인 첫 행사를 잘 마쳤다. 앞으로도 이곳의 생활에 잘 적응해 갈 수 있겠지. 입학식을 마친 후, 남편의 추천에 따라 새로 생긴 프랜차이즈 식당에 방문해 한국 치킨을 먹기로 했다.

무엇인가를 새롭게 시작하기에 좋은 화창한 봄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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