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는 상황이 완성형이 아니고 진행형이기에 사교육에 관한 개인의 분명한 견해는 없다. 그것을 논하기에는 그것에 관해 너무 모른다. 모든 아이에게 적용되는 동일한 방법은 없다고 생각하니 앞으로도 모를 것 같다. 다만, 경험한 일을 글로 남기고 싶었다.
또한, 이 글은 일본의 전체적인 모습이 아닌, 개인적으로 경험한 사적인 교육에 관한 글임을 밝혀둔다.
거대한 산을 만난 기분이었다. 꼭대기는 구름에 가려져 보이지 않고, 형체와 높이를 알 수 없는 산.
만 4세 아이를 일본 유치원에 보내기 시작한 후 들었던 마음이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일본어를 알려줘야 할지 가늠되지 않았다. 낯선 환경에서 말도 통하지 않아, 유치원에 가기 싫어 우는 아이를 달래 보내며 착잡했다. 적응기간을 감안해 한동안 12시 조기하원을 시키고, 집에서 종일 노는 아이를 보며 불안했다. 이 시간을 이렇게 마냥 흘려보내도 되는 걸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흘러가는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야 현명할지 잘 판단이 서지 않았다.
고민 끝에 일본어 학습지 수업을 시작했다. 일주일에 이틀은 교습소에서 한 시간가량 1:1 학습지도를 받고, 나머지 5일은 일일단위로 주어진 과제를 한 뒤 교습소 방문 시 제출해 점검받는 형태였다.(비용은 월 7,150엔, 한화 약 62,000원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언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하겠지만, 초반에는 어학 기초를 쌓기 위한 체계적 학습이 필요할 것 같았다. 아이는 조금씩 언어를 습득하며, 찬찬히 그러나 분명히 일본 생활에 스며들어갔다.
외국어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
당연한 그 사실이 아이에게도 동일했다. 어리면 언어를 좀 더 편하고 자연스럽게 배울까 했지만, 원리는 같았다. 지루할 만큼 끝없이 반복하고 또 반복해, 쌓여가는 시간에 기대는 일. 그 방법뿐이었다. 긴 과정의 지루함을 덜어준 것은 '재미'였다. 한 애니메이션에 꽂힌 아이는, 방학 동안 그것을 수없이 반복 시청했다. 방학을 마칠 즈음 보니 조금씩 귀가 트였고 말도 트고 있었다. 5개월여의 일이었다. 아이는 애니메이션 반복 시청과 학습지를 병행하며 머릿속 이곳저곳에 맥락 없이 흩어져있을 일본어 조각들을 모아 틀을 만들며 일본어를 익혀갔다. 2학기가 된 후 아이의 일본어 실력 향상에 모두 놀랄 정도로.
외국어 공부에 시작은 있지만 끝은 없다. 가능한 한 자주 사용하며 감각을 놓지 않는 것뿐.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현재 일본어 학습지는 그만하기로 했다. 유치원 면담 가운데 선생님께서 아이가 읽고 쓰는 것은 다른 아이들보다도 빠르다고 하셔서 안심한 부분도 있고, 초등학교 교과과정에서도 차근차근 다뤄준다는 조언도 들은 터라 이제는 공교육에 편승하는 편이 괜찮다고 여겨졌다. 혹여나 뒤처지면 그때 다시 채워주면 될 테니깐.
다만, 학습지 선생님께 이별(?)을 고하는 일이 어려웠다. 늘 반갑게 맞아주시고 친절하게 학습성과에 대해 설명해 주시는 모습과, 홍보 전단지를 여기저기 돌리시는 선생님의 모습을 본 후 그만둔다고 말씀드리기 미안해서 망설이며 시간이 흘렀다. 고민의 본질을 다시 생각했다. 아이가 특별히 원치 않고(정확히는 안 좋아한다;) 실력이 뒤처지는 것도 아닌데 메이게 하고 싶지 않은 것이 본질이었으므로 마침내 말씀드렸다. 마치, 회사에 퇴사를 고할 때 회사 돌아가는 상황을 고려하며 어렵게 일을 뗄 타이밍을 찾아 용기를 내는 마음과 비슷했다.
다음으로는 현재 진행 중인 수영이 있다.
수영의 중요성에 관하여 수차례 들었고, 일본은 대부분 학교 수업에서 수영이 정식 교과목으로 다뤄져, 수영은 어릴 때 미리 시키는 분위기인데, 알아보니 집에서 10분 거리에 실내 수영장이 있었다. 유치원 같은 반 아이 엄마는 이미 강습을 시작하고 있어, 정보를 얻은 뒤 함께 가서 체험학습을 시키고 아이가 즐거워해서 등록을 결정했다.(비용은 주 2회 월 8,580엔, 한화 약 74,500원)
연습용 풀을 하나 구비한 작은 규모의 동네 수영장은 강습에 최적화되어 있었고, 시설도 깔끔하고 선생님들도 친절했다. 1회 1시간으로 수업으로 12 간지 동물들을 변형 활용해(쥐, 소, 호랑이, 토끼, 용, 코알라, 말, 양, 원숭이, 닭, 강아지, 고양이->뱀은 코알라로, 돼지는 고양이로 대체됨.) 단계별로 진행되고, 월말에 승급심사를 받은 뒤 결과에 따라 다음 단계로 진급하는 시스템이다. 물안경은 초반이 아닌, 수영이 조금 익숙해진 4단계인 うさぎ(토끼) 단계부터 착용할 수 있다.
수영을 시켜보니, 나는 적응이 안 되고, 앞으로도 적응 안 될 문화를 하나 발견했다.
내가 지나치게 보수적인 것일까. 우리나라는 만 4세(48개월)까지 남아는 여탕에 여아는 남탕에 입장할 수 있는 반면, 일본은 그것이 만 7세까지 가능하다. 만 나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기준으로 초등학교 2학년까지 가능하다는 것인데 그 기준이 꽤나 관대하게 느껴졌다. 막연하게 느낀 관대함은 수영장에서 당혹스러움으로 바뀌었다. 수영장 구조를 보면 수영 풀 외부로 수영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는 의자가 비치된 복도가 있는데, 의자 앞에 이름이 표시된 수납바구니가 일렬로 놓여 있었다. 그것의 정체에 가진 궁금증은 유치원 수강생들이 입장하며 곧 풀렸다.
유치원 생으로 보이는 한 무리의 아이들이 입장하더니,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탈의실이 있음에도 모두 외부 공간에서 다 같이 떠들썩하게 수다 떨고 장난치며 옷을 벗고 수영복으로 갈아입는 것이었다. 복도에 있던 이름이 써진 바구니는 아이들 각각의 옷과 가방을 넣는 곳이었다. 당황했다. 여러 차례 겪어도 적응이 안 되는 문화에 속으로 말한다. '얘들아. 탈의실에 들어가서 갈아입으면 안 될까?' 초등학생부터는 탈의실에 입장하는 것 같지만, 아무래도 이 부분은 결국 적응이 안 될 문화다. 이럴 경우 별스러운 내색하지 않고 내 식대로 하는 것이 최선이기에, 이제 스스로 환복이 가능한 아이에게 수영복을 챙겨줘 탈의실 안에서 입고 나오도록 한 뒤 옷 정리만 도와주고 있다.
덧. 같은 반 여자 아이엄마도 아이가 부끄러워한다며 탈의실에서 갈아입히는 것을 보니, 모든 아이들이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마지막은 이제 첫걸음을 뗀 피아노이다. 피아노 수업은 아직 잘 모르니 열어보지 않은 책과 같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한번 체험시켜 보았는데, 즐거웠고 배우고 싶다고 해서 등록 후 이제 시작하려는 참이다. 여담이지만, 첫 수업을 참관하며 보니 선생님 앞에서 수줍어하는 아이 얼굴에 나도 몰랐던 아이의 얼굴을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수업은 1:1로 진행되며 비용은 1회 30분 주 1회 기준 월 7,700엔(약 67,000원)이다.
참고로 우리나라 교육기관의 상황은 모르나, 일본은 사교육기관에서 입회비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시기별로 1,000엔 전후의 난방비나 에어컨 비용이 별도 부과되는 경우도 많다.
이상 경험한 사교육에 관한 기록이다. 시간의 유한함은 늘 내게 선택을 어렵게 만든다. 아이의 시간을 이렇게 보내게 하는 것이 옳은지에 관한 부족한 확신은, 언제나 이만큼의 시간을 쓰며 이 교육을 시키는 것이 맞을까에 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정답이 없다는 사실이 선택에 망설임을 더한다. 방법은 없다. 결정했다면 일단 가보는 수밖에.
정답은 없지만 어떠한 길 위에서도 배움은 남는다는 확실한 정답은 있으니, 그 가운데 얻을 실질적 배움과 경험을 통한 배움을 기대하며 조금씩 성실하게 나아간다. 나는 그렇게 아이와 함께 자라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