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일상의 특별함을 담는 나의 오벤또(お弁当, 도시락) 이야기
일주일에 두 번 작품(作品)을 만들고 있다.
예술(藝術) 창작(創作) 활동(活動)의 성과(成果). 문학(文學), 미술(美術) 등(等)의 창작물(創作物)을 뜻하는 작품의 사전적 의미에 '나만의 의미'를 더한 작품을.
도시락에 관한 이야기다. 일본에 온 뒤 일주일에 두 번 도시락으로 아이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있다.
도시락에 관한 글을 몇 차례 쓴 적이 있는데, 매번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 자체로 이미 완성된 작품(도시락)을 다른 매개체(글)로 빚어 구현하는 어려움이었을까. 내가 만든 도시락을 나의 글에 제대로 담을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예쁘게 만들어진 작품(도시락)을 보면 자주 그것에 관해 쓰고 싶었다.
'한동안 복희를 쓰지 못했다. 그간 복희에 관해 내가 쓴 모든 글이 별로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녀에 대해서는 유독 최상급 표현을 남발하고 말았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남이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중략) 필연적으로 실패하겠지만 그래도 다시 시작해 본다.'-이슬아, 일간 이슬아 수필집
이슬아 작가가 그녀의 엄마인 복희에 관해 여러 차례 쓴 글이 만족스럽지 않았던 이유가 사랑이었다면, 내가 도시락에 관해 쓴 글이 만족스럽지 않았던 이유는 그것의 '특별함' 때문일 것이다.
도시락을 만드는 일은 내게 비 일상의 특별함을 담는 일인데, 그 특별함을 현실 속 나의 언어로 구현하려다 보니 특별함을 특별하게 표현하지 못해 만족스럽지 못했던 것 아니었을까.
도시락 만들기를 시작한 이후 초반에는 아이디어 고갈을 염려했지만, 막상 만들어보니 그렇지 않았다. 비슷한 메뉴로 돌려 막기를 해도, 그날의 상황에 따라 매번 다른 모습의 도시락이 만들어 지므로 반복은 피할 수 있었다. 만들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도 있었고, 생각했던 모양처럼 만들어지지 않는다 해도 어떻게든 다듬다 보면 그런대로 멀쩡해 보이는 도시락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도시락 만들기'는 일단 시작한 뒤, 재료만 있다면 나머지는 손끝에서 어떻게든 끝을 볼 수 있는 장르여서 매력적이었다. (당장 유치원에 들려 보내야 하니 어떻게든 만들어야 한다;;마치 마감이 글을 쓰게 하는 것처럼.)
요리 솜씨 부족에 관한 우려도 크지 않다. 도시락 만들기에 특화된 일본은 도시락을 빛내줄 보조 기구들과, 캐릭터 식재료들이 다양했으므로. 필요한 것은 그저 '약간의 센스(많이도 필요치 않다)와 만들고자 하는 의지' 그리고 '(먹는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면 충분하다.
만드는 원리는 재료들을 익혀서 계절과일과 함께 먹기 좋은 크기로 예쁘게 담아준 뒤, 필요에 따라 모양픽을 꽂아주는 게 전부인데 늘 실력보다 예쁜 도시락이 만들어진다.
나에게 도시락을 만드는 일은 특별하다. 그 특별함은 시한부(時限附)의 비 일상(非日常)에서 기인한다. 유치원 방침에 따라 일주일에 두 번. 아이가 유치원을 다닐 때까지만 지속될 시한부 비일상의 행위. 아마도 아직까지 즐겁게 해올 수 있는 이유는 그것에 있으리라.
도시락에 관해 아이와 나의 생각은 다르다. 나는 그것이 비 일상이기에 즐겁게 임하는 반면, 아이는 그것을 일상의 영역으로 데려와 주 2회가 아닌 주 5회 매일 도시락을 먹기를 소망한다.
동상이몽(同床異夢)이 꼭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일상의 소중함은 말할 수 없지만, 때로는 비 일상으로 인해 일상이 아름다워 지므로. 나에게는 비일상의 이벤트인 도시락 만들기가 즐겁고, 아이에게는 비 일상인 마음이 담긴 도시락을 열어보는 기쁨이 있을 테니. 반복되는 일상이 되어 그 특별함이 반감되지 않도록.
일주일에 두 번 도시락으로 아이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아이가 아름다운 도시락을 열어보며 그곳에 담긴 사랑으로 자라기를 바라며, 오늘도 작품(作品)을 빚는다.
덧. 지난 11월 3일은 '문화의 날(文化の日)' 휴무가 있어서, 그때 받지 못한 급식이 이번주 도시락 준비하는 날 중 하루로 대체되어 도시락 대신 급식으로 제공되었다. 어떠한 '비일상의 비일상'가운데에는 이처럼 새로운 의미의 기쁜 날이 숨어있다.^^
덧. 만약 어떠한 사정으로 인해 도시락을 준비할 여력이 안 될 경우에는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선불제) 신청하면 빵이나 도시락을 주문해서 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