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치원의 학부모 참관 수업

네가 자라는 문화의 본질

by 수진

오전 10:30. 아이를 등원시키고 서둘러 옷을 고르며 외출 준비를 했다. 학부모 체육 참관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흥미로운 이국의 문화를 경험하는 학부모 참관 수업을 좋아한다. 유치원에서 종종 학부모 참관 수업이 있다. 크리스마스, 운동회, 공연 등의 특별한 행사나, 때로는 평소의 일상을 공유하는 참관수업은 한두 달 전부터 공지가 시작된다. 참석 가능 대상자인 학부모에게 참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KakaoTalk_Photo_2023-11-20-12-30-32.jpeg 참관 수업을 위한 사전 조사. 응답기한이 안내되어 있고, 참석 여부 및 참석자를 묻는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은 유치원 체육 수업이 있어 해당일은 원의 방침에 따라 체육복 차림으로 등원을 시킨다. 체육 수업 간에 뜀틀 넘기, 공차기, 달리기 등을 한다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 실질적 참관의 기회는 없었다. 코로나로 인해 한동안 참관 수업이 전무했으나, 규제가 완화되며 참관 수업이 조금씩 활성화되기 시작했고 그 일환으로 지난 6월 학부모 체육 참관 수업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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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매주 화, 목 입혀 보내는 체육복. (가운데)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빠르게 대형을 갖춘다(우)체육 참관 수업의 한 장면

예정된 시간에 맞춰 참관수업이 열리는 강당에 도착하니 아이들은 이미 대형을 갖추고 수업 준비에 임하고 있었다. 체육 수업은 보통 외부 강사에 의해 진행되며, 참관날의 과제는 '뜀틀'이었다. 많은 아이들 틈에서도 한눈에 내 아이가 들어왔다. 아이 역시 나를 발견하고 찰나의 순간 얼굴에 미소가 번졌고, 그 모습 또한 놓치지 않았다.

수업을 맡으신 선생님은 학부모들께 인사한 뒤 그날의 수업내용에 관해 설명해 주셨고, 곧 수업이 시작되었다. 준비운동을 시작으로 아이들은 차례차례 준비된 뜀틀을 넘었고, 부모들은 강당 유리창 너머로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방식으로 수업은 진행되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학부모 참관 수업의 이점 중 하나는 단체에서의 아이 모습을 볼 수 있는 점이다. 내 아이가 집이 아닌 공동체에서 행동하는 모습을 보면 낯설고 새로운 모습이 보여, 내가 알던 아이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 퍽 흥미로웠다.

'체육'이라는 과목 특성상 수업은 활기차고 밝았다. 그럼에도 미세하게 마음에 걸린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상당히 '일사불란(一絲不亂, 한 오라기의 실도 흐트러지지 않았다는 말로 완벽한 질서, 완벽한 계획성을 의미함)'하려는 움직임이었다. 아이들은 즐겁게 수업에 임했지만, 가끔씩 들리는 선생님의 호루라기 소리에 재빠르게 대형과 자세를 갖추었고 나는 그때마다 마음속으로 조금씩 움찔움찔했다. 그것에 관한 가치판단은 차치하고, 미세한 우려와 약간의 거부감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 감정을 조금 더 깊게 파고든다면 '수직적' 혹은 '경직된' 문화에 익숙해질까에 관한 우려에 가깝다 하겠다. (고백하자면 나는 브런치에조차 이런 류의 감정을 설명하기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참관 수업 자체는 의미 있고 좋았다. 무엇보다 내 눈은 전체를 살피기보다는 본능적으로 한 아이의 움직임만을 지속적으로 따라다님을 깨달았고, 아이 역시 내가 아이를 보는 것만큼 자주 나를 보는 것이 느껴져 뭉클했다. 어느새 이곳에 적응을 마치고 일본 아이들 틈에서 위화감 없이 잘 지내고 있는 아이의 모습 또한 감사했다. 이곳에서 가장 좋은 것 만을 흡수하고 성장하길 바라는, 지극히 옳고 지극히 전형적인 그럼에도 틀림없는 사실인 어쩔 수 없는 부모의 마음을 확인하며 참관수업을 마쳤다.


다음은 '성모제' 참관 수업의 기록이다. '성모제' 행사는 가톨릭계의 큰 행사 중 하나로 개인적으로 가톨릭이 아니라 정확히는 모르지만 집에서 가장 가까운 이유로 현재의 가톨릭 유치원을 선택한 만큼 종교적 의미가 아닌 문화적 의미로 받아들이며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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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웠던 '성모제'의 시간들

성모제 행사는 아름다웠다. 행사 내내 흐르던 고요하고 잔잔한 음악과 흐린 날씨가 어우러져 마음이 차분해졌고, 가운을 입고 별과 꽃으로 단장한 아이들은 아름답고 고결했다. 그날의 뭉클한 분위기와 여운이 한동안 가시지 않고 오래도록 남았다.


이상 참석해 본 일본 유치원 학부모 참관 수업에 관한 기록이다. 아이는 다양한 행사와 문화가 있는 세상에 머물며 자라고 있다. 아이가 자라고 있는 문화에 관해 전부는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나의 뜻대로 환경의 세부사항을 취사선택해 키울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아이는 내 기준의 바람직한 가치들만 받아들이며 자랐으면 좋겠다고 바란다 해도 그렇게 자라는 것은 아니고, 이것은 좋지 않다고 우려한다고 해도 꼭 그것을 배우며 자라는 것도 아니다. 아이는 공동체 안에서 자라며 점점 넓은 세상으로 조금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며 새로운 가치들을 만나고 경험하며 배우고 있고, 내가 쳐 줄 수 있는 울타리는 이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때로는 크고 작은 개인적 우려에 사로잡히다가도 상황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이유는 참관 수업을 통해 확인되는, 아이가 속한 문화에도 분명히 흐르고 있는 '사랑'이라 이름 할만한 '따뜻한 정서'가 있기 때문이다. 참관 수업 간에 마주치는 많은 학부모들의 본인의 아이의 움직임을 놓지 않으려는 눈길들, 본인의 아이 차례가 아닐 때 다른 학부모가 아이의 모습을 잘 볼 수 있도록 비켜주는 배려. 우리는 분명 같은 마음으로 자신들의 아이를 보고 있음을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저마다 색깔은 다르지만 분명히 품고 있는 그 애정 안에서 자란 아이들이 모인 유치원이라 생각하니 문화의 차이는 있어도 본질은 따뜻함을 기반으로 하겠구나 생각하면 크게 걱정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단지 내 몫의 사랑으로 키우면 될 테니. 그런 마음으로 내게 주어진 오늘을 또 새롭게 열어본다.


덧. 언제나 이곳을 방문해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개인적 조사(弔事)가 있어 예정된 '시치고산(七五三)'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그로 인해 계획된 '시치고산(七五三) 그 전통문화에 관하여'라는 글을 싣지 못함에 양해 구합니다. 이번회차 연재는 이것으로 대체하고, '시치고산(七五三)' 행사는 관련 사진과 일부 자료를 첨부합니다. 늘 유익하고 따뜻한 글로 찾아뵙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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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참석예정이던 시치고산 행사가 진행된 성당, (가운데)유치원에서 나눠준 행사 기념품, (우) 시치고산 행사가 진행됨을 알리는 동네 신사 입구

※ '시치고산(七五三)'이란 매년 11월 15일, 아이들이 7세(七), 5세(五), 3세(三)가 되는 해에 아이들의 건강과 성장을 축원하는 행사로 대부분의 경우 '신사(神社)'에서 행사가 진행된다고 하나 직접 참석해 볼 기회는 없었다. 일반적으로 일본 전통 의상 혹은 정장 등의 단정한 의상을 입고 진행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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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는 '박훈하' 작가님 저서 '후쿠오카 안에서 밖으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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