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찰서에서 '타이코(太鼓, 북)'공연을 펼치다.

아이를 강하게 키우는 일본 유치원

by 수진
말 안 듣는 아이는 경찰차 타고 잡혀 간대.

유치원에 다녀온 아이가 친구들과 함께 곧 경찰서 앞에서 일본 전통악기 '타이코(たいこ, 太鼓, 북)'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어서 전해주는 이야기에 웃음이 났다. "말 안 듣는 아이들은 경찰차 타고 잡혀간대." 나라를 초월한 아이들을 겁주는 방식의 한결같음이라니. 그것을 믿는 아이들의 순수함 이라니.

유치원 알림 앱을 확인하니, 경찰서에서 개최되는 '연말연시특별경계출동식(年末年始特別警戒出動式)' 행사의 일환으로 아이가 소속된 유치원이 '타이코(たいこ, 太鼓, 북)'연주 의뢰를 받아 연주를 선보인다는 내용이었다. 무려 일본 경찰서라니. 좀처럼 없을 기회에 미리부터 기대되었다.

KakaoTalk_Photo_2023-11-27-11-41-22.jpeg <행사 안내문> 행사 일시 및 장소, 복장(체육복+체육모+흰 운동화)과 주차장 위치가 안내되어 있다.

공연이 있던 날은 갑자기 추워졌다. 행사 안내문에는 공연 복장의 통일을 위해 체육복(반팔, 반바지) 상의 안에는 검정이나 흰색 계열의 긴팔을 덧입어도 되지만 체육복 반바지 안에는 레깅스 등을 덧입지 말라는 사항이 표시되어 있었다. 추울까 걱정되었지만 안내문에 따라 체육복 겉에 얇은 오리털 잠바만을 입혀 맨다리로 아이를 등원시킨 뒤, 나도 서둘러 행사 참석을 준비했다. 잠깐이지만 일본 티비를 틀어 놓고 행사를 앞두고 머릿속에 일본어 기운을 불어넣으며(;), 의상은 경찰서 공연임을 고려해 느낌에 따라 검은색 계열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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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경찰서(가운데) 행사 준비가 완료되었다.(우) 내빈석. 경찰서장, 유치원 원장 및 주최측 관계자 분들이 앉았다.

행사 시작 10분 전에 경찰서에 도착하니 준비가 끝마쳐 있다. 한쪽에는 내빈석이, 한쪽에는 학부모석이 마련되어 있고, 앞쪽에는 연주를 준비하는 아이들이, 뒤쪽에는 소방차, 경찰차, 경찰 오토바이 등의 차량과 경찰관들이 특별경계출동식을 위한 출동 준비 상태로 대기하고 있다.

사회자의 진행으로 곧 행사가 시작되었다. '연말연시특별경계출동식(年末年始特別警戒出動式)' 행사 취지와 내빈 소개, 행사 순서에 관한 설명이 이어졌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눈에 밟힌 것은 공연을 준비하며 대기하는 아이들이었다. 추운 날씨에 얇은 티셔츠에 반바지만을 입고 떨고 있는 아이들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다. 흐린 날이라 햇빛도 희미했다. 상당수의 학부모들은 야외 행사를 위해 파카나 코트, 후리스 등의 방한용 옷이나 숄 등을 덮고 있으면서도 추위를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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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타이코(たいこ, 太鼓, 북)' 공연이 시작되었다. 연주하는 아이를 보며 왠지 울컥하려고 하는 마음을 추위가 가라앉혀주었다. 내 나름의 드레스 코드를 검정으로 정하느라 얇게 입었더니 춥다. 매우 춥다.

공연은 훌륭했다. 최선을 다하는 아이들의 열정이 좋았고, 한 자리를 차지하고 당당하게 연주하는 아이의 모습에 기뻤다. 엄청난 박수 소리와 함께 공연이 끝났다. 부디 이 순간이 아이들의 마음에도 아름답게 기억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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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특별경계출동식(年末年始特別警戒出動式) 출동장면

'타이코' 공연을 마친 뒤 출동 준비 상태로 대기하던 소방차, 경찰차, 경찰 오토바이 등의 차량과 경찰관들이 특별경계출동식을 위해 출발했다. (말 안 듣는 아이가 없어 아무도 잡혀가지는 않았다.) 아이들은 경찰서 정문 앞에서 차들이 출발해서 사라지는 그 순간까지 큰 소리로 "いってらっしゃい(다녀오세요)"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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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특별경계출동식(年末年始特別警戒出動式), (우)"いってらっしゃい(다녀오세요)"외치며 배웅하는 아이들

덧. 한 시간가량 진행된 행사를 마친 뒤 자전거를 타고 돌아왔다. 칼바람이 불어닥쳐 추웠고, 자전거를 타기 힘들었다. 오후에 하원한 아이에게 들어보니 행사를 마친 뒤, 아이들은 공연 복장에 겉옷만 걸치고 유치원까지 걸어서 돌아왔다고 한다. 경찰서에서 유치원 까지는 아이들 걸음으로 도보 15분-20분 정도 소요되고 날은 추웠다. 문득문득 일본은 아이들을 강하게 키운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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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일본 행사 참석 전에는 잠깐 티비를 틀어 놓고 머릿속에 일본어 기운을 채운다.(우) 아이가 경찰서 공연 후 받아온 기념품 수제퍼즐&색종이

※ 지난 11월 23일은 '근로감사의 날(勤労感謝の日)' 공휴일이었다. 아이들은 전날 경찰서를 방문해 경찰분들께 직접 만든 감사 메달을 드리며, 경찰차도 타보고 경찰 오토바이에도 앉아보는 직업 체험의 시간을 가졌다. 그때도 이동은.. 왕복 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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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경찰서 방문사진 출처는 유치원 홈페이지(가운데) 근로감사의 날 경찰서 방문 기념품(우) 경찰분들과 부모님께 전달한 직접 만든 근로감사의 날 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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