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와 성장 사이의 クリスマス お遊戯
일본 유치원의 하반기 생활은 행사와 공연의 날이 이어졌다. 10월의 체육대회와 11월의 일본 경찰서에의 '타이코(たいこ, 太鼓, 일본 전통북)' 공연과 12월의 크리스마스 발표회 및 학부모 참관 수업까지, 쉼 없는 행사의 연속이었다. 잦은 행사로 선생님도 아이들도 지치지 않을까 싶었고, 어느덧 아이는 유치원에 가기 싫은 마음을 아침저녁으로 토로했다.
'(아이)나 유치원 가기 싫어. (나) 왜? (아이) 선생님이 화내. (나) 왜 화내시는데? (아이) 연습하는데 떠든다고. 연습 틀린다고 화내. (나) 너한테 화내시는 거야? (아이) 아니. 애들 전부 한테 화내. 난 안 떠들고 안 틀리는데 선생님이 화내. (나) 너한테 그러시는 거 아니잖아. 그럼 괜찮아. 다 같은 반이니 어쩔 수 없어. 배운다고 생각해. 같이 지내며, 많이 배우고 성장하는 거야. (아이) 싫어. 유치원 가기 싫어. 선생님 화내.' 이 대화를 한동안 아침저녁으로 반복하며, 아이를 달래 유치원에 보냈다.
아이를 통해 듣는 것 만으로는 구체적인 상황을 알 수 없었고, 혼내는 이유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훈계의 정도가 지나치다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은 들었다. 그럼에도 나의 그 의견이 행여 아이에게 흡수되어 은연중에 표현될까 봐, 그래서 그것을 선생님이나 다른 아이들이 알아버릴까 봐 그 말을 삼갔다. 그 시간을 통해 네가 배우고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말해주는 것이 나의 최선이었다. 그렇게 아이를 달래며 유치원에 보냈고, 아이는 그렇게 크리스마스 공연을 준비했다.
공연날이 되었다. 인원이 많아 공연은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진행되었고, 아이의 순서는 오전조(09:15-11:30)에 배치되었다. 집합시간을 조금 넘어 행사장에 도착하니 이미 앞쪽 좌석은 빈 곳이 거의 보이지 않아,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공연이 시작되었다. 크리스마스 음악과 함께 아이들이 무대에 등장했고 그것을 보며 조금씩 마음에 새로운 기류가 감돌기 시작했다. '벅차다'라고 말할 감정이. 음악으로 인함이었을까, 그 나이대의 아이들이 지닌 특유의 분위기와 성품 때문이었을까. 그 시간 나는 '고결하다'(성품이 고상하고 순결하다.)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그날의 '고결함'에 감싸진 아이들이 무대로 등장했다.
합창을 시작으로 이어지는 공연은 흥겨웠다. '크리스마스 유희회'(クリスマス お遊戯, 유희:즐겁게 놀며 장난함. 또는 그런 행위.)라는 행사 이름에 적합한 공연이었다. 춤, 연극, 악기연주, 합창등으로 이루어진 각양각색의 공연들을 지루할 틈 없이 감상했다. 아름다움, 흥(興), 감동, 고요함, 고결함, 사랑스러움... 아름다운 의미를 지닌 단어들을 동원해 표현할 시간들이 이어졌다.
아이가 등장하는 순간 나의 눈에만 보였을 아이의 영롱함을 보는 일도 좋았다. 그 사랑스러움을 한동안 맨눈으로도 보고 카메라에도 담으며 분주했다. 아이가 등장하는 (나에게) 찰나의 시간이 지난 뒤 중간중간 다른 아이들의 공연이 이어졌다. 그 시간 잠시 여유를 가지고 주위를 보다가 새로운 관전 포인트를 하나 찾아냈다. 다른 이의 눈에서 나오는 빛. 본인의 아이가 공연하는 모습을 볼 때, 그 아이 부모의 눈에서 나오는 자신들의 유일한 아이를 향하는 빛. 사랑스러운 구도를 포착해 카메라에 담는 모습들. 그것을 옆에서 (살짝살짝) 지켜보는 일이 따뜻했다.
완성도가 높은 아이들의 공연을 보며 남편은 말했다. 연습하며 선생님이 화내실만하겠다고. 채 기저귀를 떼지 않은 아이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의 많은 어린이들을 완성도 있는 공연이 가능하도록 준비시키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큰 인내를 요구하는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그것에 관한 나의 의견은 '잘 모르겠다.'에 머물 따름이다. 직접 지켜 본일이 아니라 섣불리 판단할 수 없는 부분에 관하여, 공연이 좋았다는 것을 이유로 감정적으로 '그래'라고 답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이 부분에 관한 가치판단은 유보 내지는 보류해야 할 것 같다. 모든 것에 대해 명확히 결론을 내리거나, 어떠한 행동을 수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깐. 또한 모든 선생님이 아닌 특정 선생님 한 분에 관한 일이니 그것으로 전체를 판단해서는 안되니깐. 단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번 공연을 계기로 아이가 그동안 머물던 세계를 넘어 또 한 뼘 성장했기를 바랄 뿐.
마지막으로 학부모 산타가 등장해 선물을 나눠주며, 합창과 인사를 끝으로 모든 공연이 끝났다. 선생님과 아이들의 긴 시간이 담긴 공연을 마음에 담았던 시간이었다.
곧 크리스마스가 오고 있다. 정신없이 삶을 따라가며 살다 건조해지기 쉬운 마음에 크리스마스 공연을 통해 잠시나마 여유를 불어넣었다. 그 여유가 읽는 분들께도 전해지기를, 그 여유가 식기 전에 새로운 여유를 받아들일 수 있는 느긋함을 갖자고 부디 생각해 본다.
덧 1. 유치원에서 크리스마스 발표회 준비를 위해 요청한 셔츠(シャツ)와 타이츠(タイツ). 아는 대로 해석해서 와이셔츠와 레깅스(쫄바지)를 준비했다가 선생님의 설명을 들은 뒤, 러닝셔츠와 흰색 스타킹으로 다시 준비했다.
덧 2. 일본은 크리스마스에 치킨+케이크를 먹는다고 한다.
모두 따뜻하고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