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에 진심인 나라에서 아이를 기릅니다.

일본 목욕 문화의 풍요 속에서

by 수진
목욕에 진심인 나라에 살고 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 후쿠오카로 이사 왔다. 방역 지침에 따라 1주일의 자가 격리 기간을 가지던 당시, 집은 외부 도색 중이라 창문을 여는 것은 물론 낮에는 블라인드조차 올릴 수 없었다. 만 4세 아이와 바깥을 볼 수 없는 집에서 종일 시간을 보내며,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질 때 꺼내드는 카드는 '목욕'이었다.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고, 기분에 따라 입욕제도 하나 넣고, 음악을 틀어주면 아이는 장난감을 가지고 욕조에서 흥얼거리며 꽤 오래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보면 멈춘 듯 느껴지는 시간이 다시 흐르며 어느덧 밤이 되어 하루를 넘길 수 있었다.

일본의 집은 욕실과 화장실이 분리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 살고 있는 집도 그런 형태였다. 이곳의 목욕시설은 내게 신세계였다. (이 글은 개인의 경험에 의거한 글입니다.) 목욕물의 온도조절은 물론 욕조물의 높낮이도 설정할 수 있고, 식은 욕조물을 다시 데우는 가능도 있었다. 목욕물을 데우는 원리는 원하는 욕조물의 온도를 설정하면, 그 온도의 목욕물이 욕조에 있는 급탕기를 통해 욕조에 채워지고, 이후 물이 식으면 급탕기 구멍을 통해 물이 빠져나간 후 데워져 다시 급탕기를 통해 들어오는 구조라고 한다. 또한 욕실 천장에 부착된 기기에는 냉. 난방 장치 및 욕실온도 조절, 사우나 기능과 습기분사 기능까지 모두 탑재되어 있어 물을 과도하게 사용한다는 개인적 거리낌만 없었다면 자주 만족스럽게 이용할만한 시설이 구비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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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 냉. 난방 장치 및 욕실온도 조절, 사우나와 습기분사 기능이 있으며, 욕조물 온도 및 높낮이를 조절하고 물을 다시 데울 수 있다.
KakaoTalk_Photo_2023-12-11-13-51-25.jpeg 급탕기를 통해 식은 욕조의 물이 다시 데워져 보충되는 원리(사진 출처는 시사일본어사 공식 블로그)

합리적 구실일지는 모르겠지만 격리기간에는 비가 자주 내려, (과도할지 모르는 물 사용에 관한 거리낌을 조금 내려놓고) 멈춘 듯 흘러가는 시간 동안 아이에게 욕조 목욕을 시켜주었다. 목욕 후, 마음 같아서는 그 물을 세탁기로 바로 옮기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워 저녁에 남편이 다시 욕조물을 데워 사용하도록 하며 할 수 있는 최선으로 활용도를 높였다. 사실, 물을 다시 데우기 위해서는 가스가 필요하니 결국 어느 쪽이 좀 더 나은지는 모르겠지만 목욕이 아이의 지루한 자가 격리기간의 고마운 육아 지원군이었음은 분명하다.


-목욕하라고 하면 곧바로 하는 것이 우리 집의 철칙이다. 가스요금을 절약하기 위해 가족 전원이 시간 낭비 없이 차례차례 들어가야 한다. -가키야 미우, 당신의 살을 빼 드립니다.

※ 아는 만큼 보이듯 일본의 가정 목욕문화를 경험해 이해가 넓어지니, 일본 작가가 쓴 책을 읽을 때 어느 구절에서 순간 '아, 이게 이 의미구나.'라며 현실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늘었다.

목욕에 진심인 나라에서 아이를 기르고 있다.

겪어본 일본은 목욕에 진심인 나라이다. 목욕에 진심인 만큼 욕조에 넣을 입욕제 또한 셀 수 없이 많은 종류가 구비되어 있다. 과일 종류, 온천수 종류, 허브류, 발포(發泡) 종류, 한방 약재류 및 어린이를 대상으로 만들어졌을 각종 캐릭터 종류까지 입욕제의 세계는 무한했다. 개인적으로 집에서 입욕제를 쓰는 욕조 목욕보다는 직접 온천에 가는 것을 선호하지만, 입욕제에 흥미가 있다면 끝도 없는 조합을 누려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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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입욕제의 세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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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입욕제의 세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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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어린이용 입욕제(우)욕조 놀이용 장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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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넣으면 온천수로 바꿔준다는 입욕제.(우)온천수 입욕제를 넣은 욕조. 아이 발도 보인다.

우리 가족의 경우 집에서 욕조를 자주 이용하지는 않는다. 이동시간이 필요 없음을 감안해도 욕조목욕에 1-2시간 정도가 소요되는데 그만큼의 시간을 자주 쓰는 것도 내키지 않으며, 결정적으로 과하게 물을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에 관한 우려로 빈번한 욕조목욕은 지양하려 노력한다.(이렇게 쓰는 일이 조심스러운 이유는, 내가 환경보호에 적극 앞장서지는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일회용품도 자주 쓰고, 커피를 개인 텀블러에 담아주는 문화가 없는 일본에서 테이크아웃 커피도 자주 마신다. 그럼에도 품고 있는 일말의 소극적 마음이라도 적어본다.) 타당한 구실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비가 내려 이 정도는 욕조 물을 써도 괜찮겠지 싶은 생각이 들 때, 혹은 한동안 욕조를 이용하지 않아 이제 한 번쯤 욕조목욕을 해도 괜찮겠구나 여겨질 때 욕조목욕을 시도한다. 취향에 맞는 입욕제를 쓰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고, 개인적 이점은 남편과 아이 두 남자는 욕조를 함께 사용하니 나만의 시간이 확보된다는 것이다. 욕조목욕을 좋아하는 남편과 아이는 오래도록 욕조에서 시간을 보내, 개인의 시간이 확보되는 나는 나 나름 만족스럽다.

목욕에 진심인 나라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은 도움 되는 육아메이트가 있는 일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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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만났던 다양한 욕조들
목욕을 사랑하는 나라에서 아이를 기르고 있다.

일본사람들은 목욕에 진심이다. 개인별 차이는 있겠지만 거의 매일 가족들이 순서대로 욕조에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일본 친구에게 정말 매일 욕조에 들어가냐고 물어보니 당연하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고온다습한 날씨와 온천의 발달, 취약한 난방 시설을 원인으로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곳에서 지내보니 다른 계절은 크게 실감할 수 없었지만, 겨울의 한기를 피하기 위한 목욕의 필요성은 절감했다.

남쪽에 위치한 후쿠오카의 겨울은 대체로 혹한의 추위는 없지만, 가끔 뼛속까지 한기가 느껴지는 날이 있다. 집에 보일러가 없는 구조라 온풍기를 틀며 냉기를 몰아내 보지만 공기가 건조해지고, 몸 깊은 곳의 냉기까지 빼기는 부족하다 여겨지는 그런 추위가 느껴지는 날. 그런 날은 목욕을 통해 깊은 온기를 얻을 수 있다.


-전통적으로 일본인들은 지진 진동을 흡수하여 무너지더라도 충격을 완화할 수 있도록 목조 주택을 선호해 왔지만, 이 목조주택은 또한 화재에 약해(중략) 가급적이면 집 안으로 화기를 들이지 않으려 해서 일본에서의 겨울나기는 여간 어렵지 않다. (중략) 매일 저녁에 욕탕 가득 물을 받아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차례로 목욕을 하는 것도, 잠시라도 몸을 데워야 이 살인적인 겨울밤을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박훈하, 후쿠오카 밖에서 안으로

※ 나는 이제 이 부분을 머리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온전히 이해하게 되었다.

다운로드 (2).jpeg 목욕이 행복한 아이

따뜻한 모든 것들이 사랑스러워 보이는 겨울이 왔다. 보온 주전자에 상시 따뜻한 물을 비치해 두고, 아침에는 뜨거운 커피를 내리고, 생강과 대추를 넣어 차를 끓이고, 무릎에는 온열 마사지를 위한 팩을 데워 올리고 담요를 덮는다. 그렇게 겨울맞이 준비를 하고,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가끔은 그것으로 막아지지 않는 추위가 오는 날이 있다. 긴 겨울의 무료함에 사로잡히는 날이 올 수도 있다. 그럴 때 육아메이트인 목욕에 도움의 손길을 청하리라 생각한다. 아이가 좋아할 만한 입욕제와 목욕용 장난감도 준비한다면, 이번 겨울도 건강하게 넘길 수 있을 것이다.

덧. 글을 쓰며 자료 조사 간에 세탁 시 욕조의 물을 활용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바스펌프(バスポンプ, bath pump)라는 제품으로 호스의 한쪽을 욕조에 담고, 호스의 반대쪽을 세탁기에 연결한 뒤 펌프를 가동하면 욕조물이 세탁기로 옮겨져 목욕물로 초벌 세탁이 가능하다고 한다. 또한 '유토리(湯取り)' 기능이 탑재된 세탁기가 있어, 욕조물을 세탁 시 재사용 가능토록 만들어진 세탁기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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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펌프(バスポンプ, bath pump), 전력으로 펌프를 가동하면 호스를 통해 욕조물을 세탁기로 옮길 수 있다.
KakaoTalk_Photo_2023-12-12-11-27-10.jpeg 특정 세탁기는 욕조와 연결된 호스를 통해 목욕물을 세탁 시 사용할 수 있는 유토리(湯取り) 기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언제나 이곳을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고 따뜻한 겨울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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