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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진 Aug 04. 2024

하나비(花火, 불꽃놀이)의 열기 속에서

일본의 여름 축제

 여름의 절정을 지나고 있다. 이 시기에 일본에서는 연례행사로 하나비(花火, 불꽃놀이) 축제가 열린다. 지역별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행사가 열리는데 얼마 전엔 집 근처에서 행사가 있었다. 일부러 먼 지역까지 찾아가지는 않지만, 집 근처에서 열리는 행사에는 가급적 참석한다. 일부러 시간을 낼 필요는 없다. 들썩이는 열기와 쉼 없는 폭죽 소리에 오히려 일상에 머물기가 더 어려우니깐. 

평소보다 이른 저녁을 먹으러 가던 길 축제가 열리는 강가를 보니 이미 야타이(屋台, 야외 포장마차)가 잔뜩 들어서 있었고 아직 밝은 시간이었지만 인파가 몰리며 서서히 축제가 시작되고 있었다. 

 20:00. 어둠이 내려앉으며 본격적으로 불꽃이 터지기 시작했다. 이 동네의 조용한 강가에 이렇게 많은 인파가 몰리는 것은 1년에 단 하루였다.  

몰려드는 인파와, 각양각색의 야타이(屋台, 야외 포장마차)로 이 지역은 순식간에 내게는 낯선 지역이 되었다. 이 지역 사람들은 물론, 다른 지역 사람들과 어떻게 알고 오셨는지 중간중간 한국말도 들려왔다.(평소 이 지역에서 한국인을 보는 일은 거의 없다.)  커플이나 가족단위의 무리가 많이 보였고, 곳곳에 안전 인력과 차량도 배치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 하나비 축제 간에 가장 좋아하는 것은 기모노의 일종인 '유가타(ゆかた)' 착장이었다. 일부러 의상까지 챙기는 그 섬세함이 좋았고, 지금껏 유지되고 있는 전통도 좋았으며, 각양각색의 수수하고 또 화려한 유가타를 보는 것이 좋았다. 지극히 일본스러운 그 문화는 평소 잘 의식하지 못했지만, 이곳이 일본임을 새삼 느끼게 해 주었다.  

 또한, 사람은 많았지만 옆 사람들과 몸이 닿지 않을 정도의 거리가 유지되고 있었고, 곳곳에 안전인력도 꽤 많이 배치되어 있어서 좋았다. 작년보다는 덥지 않은 여름밤이었지만, 아이는 힘들었는지 집에 가고 싶어 했고 어느 정도 불꽃 구경을 마쳤기에 사람들 무리에 섞여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 골목 곳곳에도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들이 뿜어내던 열기를 느끼며 알았다. 이 시간과 이 열기를 가장 뜨겁게 감각하는 시간은 이미 나를 지나갔음을. 한편으로는 조금 섭섭했지만, 억지로 놓은 시간이 아니라 이미 겪은 시간이었기에 괜찮은 마음이 더 컸다.  

 불꽃이 있던 밤을 보낸 뒤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아침 운동을 나서려던 찰나 문득 궁금했다. 축제의 열기가 머물던 자리의 다음날 모습이. 평소 다니던 쪽과 반대로 방향을 틀어 축제의 장소로 가 보았다. 어젯밤의 그 낯선 거리는 어젯밤의 일일 뿐이라는 듯 평소와 다름없는 고요하고 깔끔한, 내가 알던 그 거리가 있을 뿐이었다.  

덧. 하나비(花火, 불꽃놀이)와 더불어 후쿠오카에서 여름에 볼 수 있는 축제 중 하나로 '야마카사(山笠) 축제'가 있다. 전통 의상을 입은 사람(남자)들이 1톤 무게 가마 '야마카사'를 메고 거리를 질주하는 축제로 문화적 이질감(의상)등의 이유로 그간 일부러 시간을 내서 구경을 가지는 않았다. 올 여름은 축제가 열리는 시간 정확하게 그 지역을 관통해 축제의 전 과정을 보게 되었다. 모두가 '오이쇼!'라고 외치며 무리 지어 달려가는 현장의 열기가 엄청났고, 자발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축제에 참석하는 자체도 신기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니 지역 자치회에서 학교를 통해 안내물이 날아왔다. 지역의 야마카사 축제에 참석할 것인지. 아이가 원치 않아 따로 답은 하지 않았지만. 일본에서 가장 일본 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현장 중 하나는 역시 축제의 현장이었다. 

야마카사(山笠) 축제의 한 장면

안녕하세요^^ 오늘도 이곳에 방문해 주셔서 반갑습니다. 아직도 한창 더운 날들을 지나고 있네요. 건강하신지요? 8월 한 달도 무더위 간에 늘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시원한 여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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