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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진 Jul 27. 2024

일본 초등학교의 첫 학기를 마치고

너의 속도로 너의 길을 가고 있는 너를 응원하며. 

 일본 초등학교 입학 후 첫 학기가 지나갔다. 일본의 새 학기는 4월 중순에 시작되어, 3개월 후인 7월 중순에 여름방학이 시작되니 1학기가 빠르게 지나간다. 초반 한 달은 입학으로 갑자기 바뀐 루틴에 적응하느라 평소보다 일찍이 일어나 아이를 등교시키고, 새로운 생활을 파악하고, 준비물을 챙기고, 학사일정을 훑는 것 만으로 벅찼는데 다행히 한 한기가 끝나기 전 아이는 물론, 나 역시 학부모의 위치에 스며들 수 있었다. 무언가를 빼먹으면 아이가 곤란해지니, 그저 정신 똑바로 차리고 매일같이 날아드는 안내문을 집을 나서는 순간까지 여러 번 확인하는 수밖에 없었다. 

 학교는 학부모에게 개방적인 편이었다. 운동회와 참관 수업과 전(全) 일 학교 개방일까지 예정된 공개 행사에 참석하며, 사적 공간을 벗어난 공적 공간의 아이모습을 입체적으로 지켜볼 수 있었다. 

 아이는 자신의 속도로 자신의 길을 간다. 고민했던 부분 중 하나는 등하굣길 동행 여부에 관한 고민이었는데, 지내보니 아이의 희망사항에 맞추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몇 주는 등원도 하원도 교문 앞까지 함께 동행했다가 동행하는 구간의 거리를 점차 줄여갔는데 아이 걸음으로 편도 15분가량 걸리고 차들도 오가는 거리가 불안해 아이 혼자 등교한 초반에는 몇 차례 (몰래) 뒤를 밟기도 했다. 지켜보니 아이는 혼자 안전하게 오갈 수 있었고, 혼자 할 수 있는 일들은 혼자 하길 원하는 성향이라 등하굣길 동행 여부는 아이의 의견에 맞췄다. 동행해 달라고 하면 원하는 지점까지, 마중 나오길 바라면 원하는 지점까지, 혼자 가거나 혼자 오겠다고 하는 날은 그 의견을 존중해서. 아이는 어느새 부쩍 자라 있었다. 

 아이가 크며 이전보다 삶을 보는 시야가 넓어진 나는 아이를 돌보는 이 시간이 생각보다 길지 않다는 것을 체감했기에 '언제까지'라는 우려는 들지 않았다. 이날까지(만 6세) 육아의 날들을 돌아보면 하루는 길었어도 그 시간들이 순식간에 지나갔기 때문에 앞으로의 시간 또한 빠르게 지나리라는 것을 예감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하루 이틀 혹은 얼마간 등하굣길에 더 동행하고 덜 동행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기에 아이가 바라는 속도에 맞추는 게 가장 좋은 방안 같았다. 

 한 학기 간 겪어본 일본 초등학교는 학업에 진심이었다. 학교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1학년 입학 후 워밍업 3일이 지난 뒤 긴 수업시간(08:15-15:15)이 바로 시작되었고, 매일같이 A4용지 양면을 가득 채우는 숙제를 소화하다 보면 다른 것을 추가로 공부시킬 마음이 들지 않았다. 행여나 있다면 '한글'이겠지만 그 역시도 학기 중에 무리하면서까지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학생 때는 전혀 몰랐는데 학부모가 되어보니 방학은 학업의 연장 선상에 있었다. 학업에 진심인 학교답게 방학숙제가 많았고, 일일단위로 성실하게 수행해야 할 과제(일기, 일본어, 산수)와 특별과제(관찰, 그리기 등)와 태블릿 과제까지 파악하고 분류하고 살피며 학부모의 무게감을 느꼈다. 학교에 입학시키는 일은 학부모 역할의 시작이었다. 지속적으로 붙어서 돌보고 누락되는 부분 없이 하나하나 파악해야 하는 학부모 역할이 조금 어렵게 느껴졌지만 아이와 함께 가는 길이며, 아이가 스스로 학업 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때까지 붙어서 이끌어 주는 것이 부모의 일일 것이므로 기꺼이 받아들이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방학 후 첫날은 담임 선생님과의 1:1 학부모 면담이 있었다. 면담 간에는 아이의 학업 성취도와 보강시킬 부분, 교우 관계 및 학교생활 전반에 관한 내용이 오갔다. 아직은 부족한 부분도 보이고, 보강해야 할 부분도 있었고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아이에 관한 내용들을 들으며 느낀 점은 아이는 본인의 길을 자신의 속도로 잘 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때로는 즐겁게, 때로는 그렇지 못할지라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은 해야 함을 배우며 아이는 자신의 길을 가고 있었다. 

 감사할 부분은 이곳(일본 후쿠오카의 작은 도시)에서 지내는 나는, 아이가 자신의 속도로 자신의 길을 가듯 나 역시 나의 속도로 나의 길을 가기 쉬운 환경에 있다는 것이었다. 비슷한 조건을 가진 사람들과의 생활에서는 좀처럼 확신하지 못하는 성격상 수많은 아이 교육에 관한 정보에 흔들렸을 것 같은데, 이곳은 학교 생활 외적인 부분은 비교할 사람이 없으니 어딘가에 크게 휘둘리지 않고 나의 페이스대로 갈 수 있으니 그것은 실시간 정보 수집력이 떨어지는 나로서는 꽤 감사할 부분이었다. 

 그렇게 첫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한동안 이어질 아이와의 시간을 현명하게 이어가리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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