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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진 Sep 20. 2022

새 부대로의 전입

(어쩔 수 없지만) 새로운 시작

 다시 새로운 시작이다. 두 번째 부대는 사단 사령부 예하의 정비대대였다. 보직은 운영 장교. 지휘통제실에서 근무하며 대대장님을 보좌해 부대의 작전과 보안등을 담당하는 업무이다. 사실 내키는 보직은 아니었지만 부대 위치가 본가에서 한 시간 정도면 이동 가능했고 길었던 첫 보직을 마무리지어야 했기에 받아들이기로 했다. 무엇보다 당시 전역을 기다리던 나는 남은 군 생활을 적당히 끝내고 떠나고 싶었기에 까다롭게 보직을 고르고 싶지 않았다. 내키지 않은 보직을 받아들인 것에 대한 판단이 옳았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곳에서 신랑을 만났고 근처 부대에 있는 동기들을 종종 만나며 숨통이 트였고, 비교적 자주 본가를 오갈 수 있었으므로 보직 외적인 부분에서는 좋은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겠다.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감은 없었다. 시작되기도 전에 끝을 기다렸다. 시간의 흐름을 어떻게든 내 의지로 1년 8개월 뒤로 당겨버리고 싶었다. 그럼에도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었으므로, 본격 전입에 앞서 휴가기간 동안 하루 시간을 내어 근무할 부대를 찾아가 함께 근무할 분들과 인사드리며 안면을 트고 숙소를 배정받으며 새 출발을 준비했다. 벌써 모든 것을 놓아버리기에는 남은 군생활이 길었기에 열심히 일하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마음이라면 나의 삶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열심을 냈겠지만, 당시에는 수동적으로라도 끌어내야 하는 열심이었다. 내가 나의 몫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그로 인한 불이익을 감수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말이다. 대대장님은 육본 파견기간 한차례 마주한 적이 있어 이미 안면이 있던 분이었고 인간적으로도 괜찮은 분이셨다. 함께 일할 분들도 좋은 분들이심이 느껴졌다. 하지만 가장 큰 과제는 떠난 마음을 어떻게든 붙잡고 남은 군 생활을 버티는 일이었다. 

 배정받은 숙소는 퍽 단출했다. 방 두 개 딸린 단독주택 형태의 독채인데 사령부에 근무하시는 군무원 분과 거실과 욕실 주방을 공유하고 각자의 3-4평 남짓한 방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군 경력도, 급수도, 나이도 어느 정도 있으시던 그분과는 적당히 서로 배려하며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유지해 공동생활의 불편함은 크게 느끼지 않고 지낼 수 있었다. 

 부대 이동 간에 주어지는 짧은 휴가를 마치고 전입 전날 숙소에 이삿집을 풀고 출근을 준비했다. 창원에서 지내며 마련한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의 기본 가전과 개인 옷가지 등만 옮기는 이사는 복잡하지 않았다. 부대가 있던 그 마을은 규모가 작았기에 민가가 있었음에도 군인 마을이라는 느낌이 강했고, 오래된 마을이라 그런지 느낌이 좀 쓸쓸했다. 어쩌면 당시에 나의 마음이 쓸쓸하기에 그랬을지도 모른다. 마을에 하나 있는 마트에서 필요 물품을 담을 수납장과 간단한 저녁거리를 사들고 숙소로 돌아오며 마음은 이미 공허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시절 나는 틈만 나면 본가를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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