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의 문턱

이중 잣대

by 수진

"운영 장교님을 처음 봤을 때 표정이 불안해 보였습니다."

정곡을 찔렸다. 전입 온 간부와 회식자리에서 잠시 마주쳤는데, 생각도 못 하게 허를 찔리고 말문을 잃었다. 읽혔다. 완전히 읽히고 있었다. 몇 번 뵙지도 않은 분인데, 눈을 마주치고 관련한 이야기를 이어가면 행여 글썽거리기라도 할까 봐 화제를 돌렸다.


심적으로 저하되어 있는 상태에서 누군가와 눈을 마주치고 대화를 이어가는 것은 힘들다. 특히 친하지 않은 관계일수록 심적 에너지 소모가 크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지휘 통제실에 있다 보면 나의 용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를 마주하는 자체로 버거운 때가 있다. 언제부터인지 그 마음이 버거워 나는 가끔씩 자리를 피하고 있다. 편하게 차 한잔 마실 수 있는 사무실에 가거나, 자료 협조를 핑계로 살짝 외부에 나가거나.. 하다못해 혼자 있을 수 있는 화장실에서 한동안 마음을 진정시키고 사무실로 돌아올 때도 있었다.

아무래도 나는 이상하다. 아무것도 즐겁지 않고, 아무것도 웃기지 않다. 그저 몸만 이곳에 존재할 뿐 무기력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아무래도 정신과 진료를 받아봐야 하는 것 아닐까.

누군가의 정신과 진료에 관해 선입견을 갖지 않는다. 아는 사람일수록 더더욱 선입견을 갖지 않는다. '그럴 수 있지.'라고 그 자체로 받아들인다. 우울할 수 있고,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고 타인에게 열려있는 관점은 막상 자신에게는 다른 기준으로 적용되고 있다. '내가 정신과를?' 하는 생각에 선뜻 병원 문턱을 넘지 못하고 오래도록 고민을 반복 중이다.

마침내 생각 속 그 문턱을 넘는다. '가자. 가보자.' 날을 정한다. 오늘로.

고민한 기간에 비해 행동은 소극적이다. 그저 조용히 평소처럼 지내며 일과시간이 끝나기를 기다릴 뿐. 드디어 17:00시. 최대한 빠르게 사무실을 벗어나 미리 검색해 두었던 병원으로 향한다. 정작 난관은 다른 곳에 있었지만. "어떻게 오셨죠? 곧 오늘 진료 마감입니다. 예약하고 다시 오시죠." 어렵게 짜낸 용기가 한순간에 증발한다. 다음을 기약하는 듯 병원을 나오며 알고 있다. 다시 이렇게 짜낼 용기가 없을 것을. 마음먹으면 내일이라도 갈 수 있겠지만, 아마 가지 않으리라.

나온 김에 모처럼 손 관리도 받고, 동기한테 연락해서 기다리더라도 같이 밥 먹고 들어가야겠다.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차도 한잔 하고. 이렇게 오늘을 넘기고, 그러다 보면 내일은 오늘보다 나아지지 않을까. 근데 정신의 문턱에 관한 관점은 나에게만 다르게 적용되는 거 맞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결국 아무한테도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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