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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세계로의 초대

by 수진

삶에서 어느 한 시절 주어지는 시간이 있다. 지나면 돌아갈 수 없는 시간. 특정한 때 잠시 열리는 시간의 문들. 반짝이고 사라지는 찰나의 아름다운 순간들.

누군가의 성장에 함께하는 일은 어떨까. 커가는 아이를 지켜보고, 빠르게 자라버리는 이 시절의 아이 곁에 머무는 시간. 나는 종종 아이의 손에 이끌려 그의 세계에 다녀온다. 오직 이 시절의 이 아이가 잠시 머무는 그곳에.

아이 학교의 줄넘기(縄飛び) 참관 수업이 있었다. 보호자 참석은 자율이지만, 되도록 학교 행사에 참석하겠다는 개인 방침에 따라 시간을 내어 다녀왔다. 함께 참석한 보호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우리는 이내 아이들의 세계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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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넘기(縄飛び) 방법은 간단하다. 선생님들이 긴 줄의 양 끝을 한쪽씩 맡아 돌리면 한 명씩 달려와서 줄을 넘어 통과하는 한국에서도 익숙한 형태의 단체 줄넘기이다. 단순한 그 행위를 보호자들은, 이 순간 가장 흥미로운 일인 듯 지켜본다. 신나는 표정으로 줄을 넘고, 순서를 기다리며 친구들과 웃고 떠드는 아이의 모습을. 아이들과 눈이 마주치면 손을 흔들어 주는 이 시간,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우리는 같은 곳에 있음을. 아이를 보는 눈빛에서 표정에서 일본 육아의 본질도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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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자신의 공간에서 자신의 속도로 성실하게 자란 아이는 7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부쩍 자란 그에게 기념할 장소와 식사 메뉴를 직접 선택하도록 했다. 신이 난 아이는 좋아하는 장소를 정해 신중하게 메뉴를 고른 뒤, 주문한 요리들이 나오자 자신이 좋아하는 이들에게 맛 보라며 입에 넣어준다. 그는 어느덧 구체적 행동으로 마음을 표현할 만큼 자라있다. 덕분에 보편적인 뇨끼와 피자와 파스타는, 아이의 세계에서 애정을 입고 다시 만들어져 아이의 세계를 품고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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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요리를 먹으며 아이가 태어난 날을 축하하는 시간 우리가 감각하는 것은 막연함이 아닌 손에 잡히는 구체적 행복이다. 찰나 주어진 시간에 머물며 생각했다. 우리를 진정 우리답게 만들어 주는 것에 관하여. 찬란하게 반짝이고 빠르게 사라지는 밀도 깊은 시간에 잠시나마 온전히 머무는 일이 얼마나 아름다운 사치인지에 관해.


안녕하세요^^ 이 글의 원문은 '소믈리에 타임즈' 칼럼 https://www.sommelier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28584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2월도 즐겁게 보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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