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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것의 본질을 아주 깊이 사랑하는 일

태지원 작가님(유랑선생)

by 수진

태지원 작가님을 떠올리면, 그분의 '글'은 명사가 아닌 동사임이 느껴진다.

그분을 (아직) 만나 뵌 적은 없고 직접 글을 쓰시는 모습은 더더욱 볼 기회가 없었지만, 그럼에도 떠올릴 수 있다. 중동의 한 나라에서 밤늦도록 적막 속에서 울고 웃으며 몰입해서 글을 쓰셨을 유랑선생의 초창기 모습을, 여행지의 호텔 로비에서 방에서 글을 쓰셨을 그분의 모습을, 교사 업무가 본격 시작되기 전 이른 새벽 글을 쓰시는 그분의 모습을. (추측이지만) 글을 쓰지 않는 순간에도 틈틈이 머릿속으로 문장을 만들고 메모하실 그분의 모습을 안다. 그래서 내게 그분의 글은 결과물(글)에 앞서 글 쓰는 '행위' 자체가 크게 각인되어 있어 명사가 아닌 동사 이미지가 강하다.

어떠한 것의 본질을 아주 깊이 파고들어 뜨겁게 사랑하는 것은 어떤 일일까. 그것을 뜨겁게 사랑한다고 절절히 고백하지 않아도 쉼 없는 행위를 통해 읽힐 수밖에 없는 그런 뜨거움. 그분에게서는 그런 뜨거움이 느껴진다. 책 출간과 작가로서의 경력 등등이 결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 없지만, 그분은 본질적으로 글에 대한 사랑으로 글의 세계를 떠나지 않으시고 자신의 글을 쓰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나아가 글의 세계에 머물기를 소망하는 이에게 곁을 내어준다. 그분이 글을 쓰기를 희망하는 이들을 위해 쓰는 글(책 쓰기 고민 해결소, 책 쓰는 마음, 글쓰기에 대한 글쓰기, 책 쓰기가 취미입니다 등)을 읽고 댓글로 소통해 보면 알 수 있다. 의례적으로 내미는 손이 아닌 진심으로 내어주는 손임을. 뜨겁게 글을 사랑해서 그 세계에 함께 머무는 사람에게 애정으로 내미는 손임을. 더 나아가 때로는 글조차 초월해 사람대 사람으로 내밀어 주는 손임을. 그래서 그분은 사회학과 경제, 그림을 비롯한 다방면으로 폭넓게 퀄리티가 훌륭한 글을 쓰지만 특정 분야에 있어서도 작가로서 독보적인 분이라 여겨진다.

그래서일까. 가끔 '글'과 관련된 어려움 혹은 고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면 그분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석해 보거나 조언을 구할 때가 있고, 때로는 그분의 쓰는 '행위' 그 자체가 쓰기를 위한 동기부여가 될 때가 있다. 그 성실한 열정이.

어떠한 것을 온 마음을 다해 뜨겁게 사랑하고, 맡은 일은 기어이 끝을 보는 일. 글은 물론 글 너머의 삶에서도 끝내 가지고 가고 싶은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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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언젠가는 이분에 대해 쓰고 싶어 오래전부터 틈틈이 머릿속으로 글을 써왔는데, 지나치게 사적인 의견을 제하고 부담스러울 것 같은 의견들을 제했더니... 생각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 물론 생각을 글로 옮기는 실력의 문제도 있겠지만.

끝으로 이렇게 표현하면 부담스러우시겠지만 그럼에도 진심을 말하자면, 오래도록 멘토로 따르고 싶은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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