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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이름으로 쓰는 글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들

by 수진

해보지 않아도 머릿속 시물레이션으로 대략 짐작할 수 있는 일이 있는 반면,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이 있다. 글을 쓰는 일은 후자였다. 직접 써보지 않으면 모른다. 머릿속으로는 굉장히 유려하게 쓰는데 막상 써보면 다르다. 써보니 딱히 쓸 말이 없거나, 표현력의 한계로 스스로는 그럴싸하다고 생각한 머릿속 세계를 제대로 옮길 수 없고 평범하고 초라한 글이 펼쳐진다.

2월부터 글 쓰는 일의 연장선상에서 새로운 일을 하고 있다. 자료를 글로 엮는 일. 그것은 더더욱 직접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영역의 일이었다.

하고 싶은 것을 수동적으로 맞이하기보다는 능동적으로 찾아 나서는 편을 선호하는데, 그럼에도 수동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날 때가 있다. 말하자면 그것이 나의 일이라면 결국 될 것이고, 나의 일이 아니라면 안 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그렇게 웹 매거진에 여행 콘텐츠를 기고하는 일이 찾아왔다. 조금은 부담을 내려놓고 선뜻 임했지만 첫 자료를 만들어 보고 깨달았다. 미처 몰랐을 뿐, 배울 점이 많은 일이라는 것을.

일단은 약간의 촉을 기를 수 있다. 자료를 기획하는 단계에서 회사 측의 검토를 거치기에 방문지와 자료를 선별할 수 있는 촉이 길러진다. 일본어 자료 해석 능력도 길러진다. 경험에 토대를 둔 글이지만 사실을 기반으로 해야 하기에 필요시 일본어 자료도 찾아봐야 해서 공부가 되고, 자료를 토대로 체계적인 글을 써본 적이 없는 내게 자료 확보를 하는 것에도 의외의 즐거움이 있음을 깨달았다. 또, 이미 다녀왔던 장소이지만 추가 자료가 필요할 시 아이도 함께 동행해 할 수 있고, 자료 확보를 위해 돌아다니는 일 자체가 나의 적성에 맞았다. 무엇보다, 그동안 후쿠오카에서 쌓았던 경험들을 활용할 수 있어 애초에 유리한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제안을 주셨겠지만.

마지막으로는 모든 것이 회사(trip talk play)를 거쳐 이루어진다는 것이 나의 부족함을 보완해 준다. 기획과 초안 작성은 내가 해도 회사 측의 수정 작업을 거쳐 매끄럽고 깔끔하게 정리된 형태로 발행되기에 글의 완성도가 높아졌다.

솔직히 말해서 이 일이 마침내 원하는 글을 쓰는 것과 멀어지는 일일까 고민이 될 때, 좋아하는 작가님께서는 말씀해 주셨다. 여행을 위한 체계적인 글을 써보는 것은 다른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될 것이며, 다른 영역의 일과 연결되는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고.

자료 찾으러 가는 길

견지해야 할 태도는 결국 이것 아닐까. 내 이름으로 써지는 글에 최선을 다할 것. 그래서 이 일의 본질인 가장 양질의 자료를 제공할 것.


글을 쓰는 일이 언제까지 일지 모르지만, 그 글들이 어떤 형태일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나는 계속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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