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사실 '예쁨'을 포기할 수 없어서
김현진 작가는 본능이 영리하다. 끝이 아니다. 그는 용감하다. 영리하고 용감한 그는 본능으로 알아챈 감각들을 흘러 보내지 않는다. 그 감각을 기어이 끄집어내어 기록한다. '그' 만큼 날것 그대로의 감정을 솔직하게 기록(고백)할 수 있는 작가가 얼마나 될까. 그는 자신을 뛰어넘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최우선으로 두는 영혼까지 뼛속까지 작가다.
서부 개척 시대를 힘차게 살아가면서 시각장애인이 된 언니를 위해 어린 나이에 교사직을 구하고 당시에는 낯선 개념이었던 아르바이트를 척척 해나가는 이 씩씩한 여성까지도 투표권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딱 남성과 기존 사회가 원하는 만큼만 재기 발랄한 모습을 보였다.-김현진. 지지 마, 당신.
같은 책을 두 번 읽는 경우는 좀처럼 없다. 그럼에도 어쩌다 이 책을 두 번째로 읽으며 첫 번째도 두 번째도 나는 같은 문장에 멈췄다. 딱 남성과 기존 사회가 원하는 만큼만 재기 발랄한 모습을 보였던 (나름) 씩씩하고 진취적인 여자. 조금 익숙했다. 말하자면 '나'. 혹은 되고자 했고, 어쩌면 되고자 하는 '내'가 언뜻 보이던 그 문장.
내게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는 언제나 사람 이야기이다. 그래서 에세이를 편애한다. 사람 이야기 그 자체인 에세이를.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에세이를 좋아하고 어쩌면 나 역시 그쪽 계열의 글을 쓰기를 희망하지만, 그럼에도 김현진 작가, 고(故) 정아은 작가처럼 현실을 날것 그대로 담아내는 에세이 또한 많이 사랑한다. 이른바, 선(線)을 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의 에세이를. 내게 있어서 그 선(線)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아름다움과 예쁨. 그 가치는 종종 현실 속 나의 행동에 제약을 가하곤 했는데, 글을 쓰면서도 크게 다르지 않음을 깨달았다.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 모르겠으나)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고 행동하고,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고 글을 쓰는 이들. 어쩌면 나는 앞으로도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가치를 넘는 글은 결코 쓰지 못할지 모른다. 아니, 애초에 나는 그것을 넘기를 희망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김현진 작가의 '지지 마, 당신'속 두 번째 챕터인 '위태로움 앞에 선 여자들'은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 작가의 날것 그대로의 용기와 솔직함으로 써진 글. 용감한 글을 쓰기는커녕 내가 드문 드문 어느 문장에 마음이 머물렀는지 밝히는 용기조차 부족한 나는 그 문장들을 일일이 열거하지 않겠지만, '내가 쓰고 싶고 쓸 수 있는 나의 글'에 관해 생각해 보게 된 책이었다.
글을 쓰는 일은 재능보다, 성실함보다, '용기'에서 비롯된다고 나는 종종 글방러들에게 말하곤 했다. -어딘(김현아), 활활 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