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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함과 현명함

by 수진

사는 일이 종종 어려운 이유는 각자의 특수함 때문인 것 같다. 가보지 않은 길이고, 살아보지 않은 삶이며, 누구와도 같지 않은 삶을 살기에 삶은 어렵다. 내게는 그렇다. '삶'은 보편적이지만 나의 삶은 나만 살아야 하기에. 답을 알 수 없으며(스스로가 고르는 것이 답일 뿐), 헛다리를 짚으며, 그럼에도 삶은 계속되기에 확신이 없어도 가야 해서.


삶의 고민들 위에서 나는 생각한다. 마침내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은 '현명함'이라고. 어느 것 하나 확신할 수 없는 삶에서 갖가지 상황을 만나고, 문제를 만나고, 내가 아니며 나와 조금도 같지 않은 타인과 얽히며 필요한 것은 현명함 이리라고. 그것이 있다면 나의 답을 더 잘 찾을 것 같아서, 시행착오가 덜 할 것 같아서. 더 유연해질 것 같아서, 더 멀리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애초에 덜 미끄러지고 싶어서.


현명함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것들은 지나고 난 뒤에 비로소 보인다.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혹은 그렇게 했다면 좋았을 것을. 그렇다면 현명함은 한바탕 후회의 시간을 가져야 비로소 생기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현명함은 부족하고 내 삶의 특수함이 어려운 나는, 종종 다른 이의 삶이 궁금하다. 누군가가 자신의 특수함을 넘는 방식이 궁금해서. 누군가의 특수함이 궁금해서. 그렇다면 우리는 자신의 특수함과 그것을 넘는 방식을 기점으로 이전과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되는 건 아닐까.

KakaoTalk_20250419_231206056.jpg 사라쿠라산(皿倉山)의 야경

요즘 나의 특수함을 꼽자면 '말(言)'의 부족이다. 모국어+성인의 언어+폭넓은 대화 상대가 모두 부족함을 느낀다. 생각을 모두 말로 표현하며 사는 사람은 없겠지만, 혹시 '입(口)'의 대화가 마르면 머릿속 생각도 함께 말라가는 것일까 싶게 요즘은 말 그리고 생각이 함께 말라가는 것 같다. 그런 내가 낯설어 나 역시 이 특수함을 기점으로 이전과 다른 사람이 되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이미 조금 그렇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생각이 더욱 마르기 전에 적어보았다. 이 특수함은 어떻게 넘을 것인가? 역시 특수함을 넘는 일은 어렵고, 그것을 위해 언제나 새로운 현명함이 필요하다.

덧. 어제 다녀온 사라쿠라산(皿倉山)에 관해 쓰려고 했는데, 아름답다는 말 외에는 써지지 않아 사진만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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