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변주의 모닝 떡볶이

중국식 고구마 납작 당면 버전

by 수진

자주 만드는 음식 중 하나는 떡볶이이다. 곳곳에서 떡볶이를 찾아볼 수 있는 한국과 달리, 이곳에는 없으니 오히려 존재감이 부각되는지 빈도수를 보면 한국에 있을 때보다 훨씬 자주 (만들어) 먹는 편이다. 마트에 간단히 조리가 가능한 레트로트 떡볶이를 팔긴 하지만 수출용이라 그런지 매운맛이 부족하고, 인스턴트 라면의 연장선상에 있는 느낌이라 신선한 채소와 계란 어묵등을 넣고 직접 만들어 먹는 편이 훨씬 만족스럽다. 떡볶이 떡은 항상 구비하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떡국떡, 우동사리, 라면사리, 당면 등 주재료가 다양한 변주로 진행된다는 점이 한국과의 차이점으로 꼽을 수 있겠다.

떡볶이를 사랑하는 남편은 자주 떡볶이를 먹고 싶어 한다. 며칠 전에도 먹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이런저런 분주함으로 만들지 못해 정작 당사자는 잊었지만 나의 마음 한구석에 걸려있던 떡볶이를 아침 일정이 없는 오늘 작정하고 만들기로 했다. 떡볶이는 의외로 포장에 적합한 요리였다. 식어도 맛있어서 남편 출근길에 종종 들려 보내기에 괜찮았고, 그러다 보니 떡볶이는 어느덧 주로 아침에 만드는 음식이 되었다. 무엇보다 레시피가 단순해서 손맛에 의해 좌우되는 음식이 아니라 특별히 실패할 일이 없으니 만들 때 마음이 편했다. 마침 얼마 전 선물 받은 중국식 훠궈용 고구마 납작 당면이 있어 오늘은 그것으로 떡볶이를 만들기로 한다. 항상은 아니지만 음식을 먹을 때 영양소의 성분을 종종 따지는 나는 100% 탄수화물인 흰 떡보다는 고구마 전분으로 만든 당면이 건강에 더 좋지 않을까 이 와중에 잠깐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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훠궈(火鍋)용 고구마 납작 당면. 훠궈 만드는 법은 몰라 우리집에서는 떡볶이 재료로 쓰인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냄비에 적당히 물을 끓이고 맛을 위해 다시다 조금과 대파 흰 부분을 넣어 함께 넣어 육수를 낸다. 물이 끓을 동안 어묵도 한입크기로 가늘게 자르고, 양배추도 조금 두툼하게 채 썰어 부재료를 먹을 만큼 준비한다. 육수가 끓으면 주 재료인 중국식 납작 당면과 떡국떡 한 줌을 넣고 끓이다 떡이 살짝 부드러워질 즈음 설탕 간장 고추장 고춧가루를 1:1:1:1 정도의 비율로 만든 떡볶이 소스를 넣고, 고추장이 풀어지면 부 재료인 어묵 양배추 등을 넣어준다. 밥을 지을 때 미리 쪄둔 계란도 함께 넣었다. 부재료들은 금방 익으니 오래 끓일 필요 없이 양배추가 숨이 죽어 부드러워지면 거의 완성이다. 마지막으로 간을 보며 입맛에 따라 간장 설탕 고추장 중 필요한 재료를 추가로 넣어준다.

맛을 보니 실패 없는 레시피답게 오늘도 어김없이 성공이다. 제법 먹을 만 하지만 어느 포인트가 이 음식을 열흘에 한번 정도 찾게 하는 포인트인지는 모르겠다. 개인의 취향이고 입맛의 차이겠지만 오늘 만든 중국식 고구마 납작 당면 떡볶이를 예쁘게 밀폐용기에 담아 포장하며 이제는 떡볶이가 집에서 먹는 요리가 아니라 회사에서 동료들과 함께 먹는 요리가 된 것에 내심 안도감이 들었다. 만들어 파는 떡볶이를 좋아하는 나는 나의 떡볶이에서 나의 지분은 그저 만드는 역할로 만족한다.

KakaoTalk_Photo_2023-05-27-08-23-45.jpeg 고구마 납작 당면 떡볶이. 정작 주인공 고구마 납작 당면은 밑에 가라앉아 잘 보이지 않는다;;

식사 약속을 마치고 저녁에 집에 돌아온 남편의 손에는 의도치 않았겠지만 어쩌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초밥이 들려있다. 상대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일에도 다양한 변주가 가능함을 음식을 통해 느낀다. 이런 변주라면 예상을 뛰어넘으며 다양하게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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