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주방

하고 싶은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by 수진

아침 시간만이 주는 특별한 기운이 있다. '언제나'라고 까지는 할 수 없지만 대체로 맑은 머리, 글을 쓰고 싶은 의지, 하루를 계획하는 마음과 성실하게 보내고 싶은 의욕, 달리러 나가고 싶은 열망. 아침에 찾아오는 긍정적 기운들이다.

모두가 잠든 한밤의 조용한 시간도 꽤 좋지만, 아침이 주는 건강한 기운도 좋아하는 내게 둘 중 언제를 누릴 것인지는 고민되는 문제이다. 체력의 한계로 둘 중 택일해야 하는데, 홀로 고요하고 호젓한 밤에 밤이 내주는 감성을 늦게까지 누린다면 다음날 피곤해서 가족들과 함께 늦게 기상해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힐 새 없이 바쁜 하루를 시작하게 되고, 밤이 주는 즐거움을 뒤로한 채 일찍 잠든다면 가족들보다 먼저 일어나 거실을 독차지하고 나만의 아침 시간을 누릴 수 있다. 현재는 아이가 방학이 아닌 기간이라 부지런할 필요가 있어 여건상 대부분 아침을 선택하고 있다.

밤보다 아침을 선택해도 그걸로 끝이 아니라 다음 선택이 남아 있다. 당일의 우선순위에 따라 아침의 일과가 결정되지만, 그렇지 않은 평소 고민하는 선택의 문제는 주로 맑은 머리로 글을 쓸 것인지 요리를 할 것인지에 관한 문제이다. 조금 늦게 해도 되는 달리기나 독서는 우선순위에서 밀리니 차라리 편하지만 글쓰기와 요리는 꽤 치열하게 갈등한다. 물론 전날 끓여놓은 국을 데우고, 반찬 한 가지를 데우거나 간단하게 만드는 등 아침에 아이에게 빠르게 해 줄 수 있는 요리가 많지만 가끔은 시간이 걸리는 특별한 요리를 만들어 주고 싶은 날도 있고 남편에게 무언가를 만들어 출근길에 들려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드는 날도 있다. 그러면서 마음 한편으로는 보고 싶었던 책을 읽고, 어떠한 글감에 관해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어 갈등이 생긴다.

시간은 한정적이므로 아침 글 쓰기를 택한다면 요리는 가볍게 하거나 생략하고, 요리를 택한다면 글쓰기는 포기해야 한다. 처음에는 균형을 맞추기 힘들었지만, 어차피 둘 다 완벽하게 할 수 없는 한 마음의 소리를 따라 움직이기로 했다. 오늘은 요리는 간단히 하고 글을 쓰자. 오늘은 글을 보류하고 정성껏 요리를 하자 하는 식이다. 빈약한 요리를 대체해 줄 편의점과 식당과 만들어진 마트의 요리들이 이럴 때의 위안이다.

아이가 유치원을 쉬는 오늘도 평소처럼 일찍 일어났다. 잠시 고민하다 오늘은 글쓰기 보다 남편 출근길에 들려 보낼 음식을 만들어 주고 싶어 빠르고 간단한 요리를 시도하기로 했다. 냉장고를 스캔해 오늘의 메뉴를 프렌치토스트와 군만두, 방울토마토로 정했다. 과정은 복잡하지 않다. 넓은 그릇에 계란을 풀어 식빵을 담가놓고, 식빵에 계란물이 스밀동안 따뜻한 드립 커피를 내려 텀블러에 담는다. 내리는 김에 시간 절약을 위해 내가 마실 커피도 작은 컵에 담았다. 달군 프라이팬에 버터를 살짝 두르고 계란옷 입은 식빵을 앞뒤로 굽고, 통에 담으며 설탕을 조금씩 뿌려 프렌치토스트를 완성한다.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팬에 기름을 두르고 바로 군만두를 굽는다. 동네 마트에서 비비 x 군만두를 쉽게 구할 수 있어 다행이다. 만두가 익을 동안 방울토마토를 씻으며 틈틈이 만두를 뒤집으며 골고루 잘 익혀준다. 따뜻한 커피와 함께 준비된 음식들을 에코백에 담으면 오늘의 요리 끝. 아침에 먹기에 적당한 따뜻하고 간단한 요리 완성이다.

KakaoTalk_20230506_082138787.jpg 가장 맛있는 음식은 방금 만든 요리

일본은 한국처럼 밥집이 즐비한 곳이 아니라 도시락을 준비하거나 편의점에서 먹을 것을 사들고 다니는 직장인들이 많다. 남편 역시 회사 주변의 식당에 가기에 시간이 여의치 않을 때도 있고, 우동과 돈가스 일색인 식당에서 점심 메뉴 선택은 한정적이고 마트나 프랜차이즈의 음식들은 어느 순간 질리기 마련이므로 매일은 아니어도 틈틈이 음식을 만들어 들려 보내곤 한다.

오늘은 평소보다 요리도 일찍 끝났고, 아직 아이도 안 일어났으므로 아이가 일어나기 전까지 나의 시간을 누릴 수 있다. 휴일이니 일어날 때까지 깨우지 않아야겠다. 아이를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살짝 글을 한편 써야겠다. 왠지 따뜻한 글이 나올 것 같은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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