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치론 進治論 (정치철학) -8

•공동체의 세 가지 운동성 관계

by 김수렴

개별자와 달리 있는 차원에서 공동체는 세 가지의 고유한 운동성을 지니는데 융성, 혁명, 연합이 있다. 주관 다수의 상호ㆍ규정적 공통의 의식을 통해서 개별 의식 안에 생기는 최초의 공동체성 본질은 필연적으로 연합의 운동을 거쳐서 나타난다. 주관들의 의식이 한데 모여야만 조건이 충족하여 정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동체 설립의 사건에서 처음의 연합을 성사하면, 이후부턴 공동체 구성원들은 개별 의식 안에서 나름대로 공동체의 본질 운동 즉 융성 과정에 관여하는데, 국가공동체는 물론 가족공동체와 같이 연합운동이 수월한 소규모의 집단조차 소속된 개인이 자기 집단 요소에 관한 특수한 개별적 규정 혹은, 구성원 일부끼리 담합해서 이루어지는 소집단-세부 집단-파벌 형성처럼 내부 소집단의 연합 - 자체적인 융성에 따라 발생하는 공동체 내외의 모순적 갈등과 대립 그리고 화해와 조화가 꼬리 물고 현상으론 문화나 기술을 창출하는 등 융성과 혁명이 반복하는 순환을 이루며 진화한다. 이처럼 집단의 운동성은 개인과 다르게 더 복합적인 양태를 띈다.

전체 본질 체계를 허물고 재정립하는 혁명에선 연합이 거의 필수로 선제된다. 노동자의 단결을 외치던 사회주의 독재자들의, 혁명을 위한 민중선전을 떠올려보자. 혁명 이전에 뭉치는 것이 요구되는 이유는 일정한 공동체에 대한 제각기 다른 의식과 경험을 지닌 혼재 상태로서 구성원들에게 집단에 관한 귀원-총망-재정립의 반성적 의식을 불러일으킨다면 달리 말해서 공동체적 존재의 공허를 해소시킬 법인의 주관으로서 묶어 집합해 형성해두지 않으면, 공동체성의 인자로서 법인의 주관으로 돌아가서 성찰하는 귀원 의식으로부터 출발이 난해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연합한 주관들이 근원의 시야에서 공통으로 다루어야 할 최소한의 공통본질이 실재해야만 한다. 따라서 공동체의 존재 운동, 혁명은 연합 이전의 혼재된 공동체에서보다 연합 이후의 공동체에서 더 이로우며 연합을 앞서서 이행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상대적으로 유익하다. 그러나 무력, 권위, 도그마, 경제력 등 연합을 목적하는 지배적인 권리 행사 수단을 활용하는 조건에선 그것에 걸맞은 책임과 위험이 부과될 수도 있다는 측면이 실재하며 그들을 심판하는 역사가 말했던, 목적을 위해 실존의 자유를 침해할 수밖에 없는 권한들의 시행은 늘 주의하라는 경고를 대신 전하는 바다.

반면에 공동체가 상호 구성원들의 의식이 축적하면서 완성을 향해 다다르는 순수 융성에 있어선 연합을 통할 의무가 없다. 공동체 수립의 인자는 구성원들의 연합 의사이지만, 결과적으로 공동체의 진화는 소속된 개별자의 절대로 지향하는 자유롭고 무한한 진본질의 운동성으로부터 기인하기 때문에, 장해가 없는 이상 연합의 소요를 애써서 마련하지 않는다. 특히 생활세계의 인류사에서 도구적 이성을 기반한 기술의 극단적 혁신을 이루어 분업의 원리가 자연스레 정형화된 근대의 집단에서부터 이러한 경향성이 전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같이 집단의 본질 운동, 융성의 경우 연합의 소요를 거칠 필요 없이 혼재 상태에서 집단에 속한 각 개별자의 특수 상황에 부합하는 다원적인 진보상을 상존시키는 것이, 공동체성에 본연적이며 복리의 관점에서도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