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나 자신에게도 좋은 인상을 남기려 한다
문항을 읽다가 잠깐 멈추는 순간에 말이다. "나는 파티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는 문항 앞에서, '그렇다'와 '아니다' 사이를 오가다가 결국 '그렇다' 쪽을 고르는 순간이 있다. 딱히 거짓말을 한 건 아닌데, 왠지 '그런 사람이고 싶다'는 마음이 살짝 섞인 것 같기도 하다.
이것은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심리적 경향 때문이다. 그것은 타인에게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어 하는 경향이다.
1953년 심리학자 앨런 에드워즈(Allen Edwards)는 흥미로운 연구를 발표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성격 특성들의 '사회적 바람직성(social desirability)'을 평가하게 했다. 즉, 각 특성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좋게 여겨지는지를 매기게 한 것이다.
그다음, 다른 집단의 사람들에게 그 성격 특성들이 자신에게 해당하는지를 물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어떤 특성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평가될수록, 사람들은 그 특성이 자신에게 있다고 응답하는 경향이 강했다. 반대로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특성은, 자신에게 해당한다고 잘 응답하지 않았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나는 성실하다", "나는 공감 능력이 높다", "나는 개방적이다"처럼 좋게 들리는 특성은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나는 충동적이다", "나는 이기적일 때가 있다", "나는 질투를 잘 한다"처럼 듣기 불편한 특성은 자신과 거리를 두는 것이다.
이것이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편향이 단순한 거짓말은 아니라는 점이다.
심리학자 델로이 폴후스(Delroy Paulhus)는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이 두 가지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는 인상 관리(impression management)다. 타인에게 좋게 보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답을 조정하는 것이다. 면접 전 성격검사에서 "나는 항상 규칙을 잘 지킨다"에 '매우 그렇다'를 고르는 것이 해당한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것은 두 번째 층이다. 자기기만적 고양(self-deceptive enhancement)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타인을 속이려는 의도 없이, 자신도 모르게 자신에 대해 부풀려진 이미지를 갖는 현상이다. 이 경우 사람들은 솔직하게 답한다고 느끼지만, 그 솔직함 자체가 이미 편향되어 있다.
예를 들어보자. 평소 약속에 자주 늦는 사람이 "나는 시간 약속을 잘 지키는 편이다"라는 문항에 '그렇다'를 고를 수 있다. 거짓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그저 자신이 '원칙적으로는'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실제 행동과 자기 인식 사이의 간극을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이 3화에서 살펴본 자기고양 편향과 맞닿는 지점이다. 우리는 자신을 볼 때 이미 관대한 필터를 끼고 있다. 성격검사는 그 필터를 그대로 통과한 결과물을 측정한다.
이쯤 되면 한 가지 불편한 질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MBTI, 에니어그램, 각종 성격검사 결과는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성격검사의 문제는 도구 자체보다 측정 방식에 있다. 대부분의 성격검사는 자기 보고식(self-report)이다. 내가 나에 대해 답한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나에 대한 나의 보고는 여러 층의 편향을 거친다. 실제의 나보다 좋게 보이고 싶은 마음, 되고 싶은 나를 이미 된 것처럼 느끼는 경향, 그리고 맥락에 따라 달라지는 나를 하나의 고정된 유형으로 압축하려는 시도가 포함되어 있다.
연구들은 익명으로 검사할 때와 이름을 밝히고 검사할 때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검사 당일의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라진다. 오늘 기분이 좋은 날 검사하면 더 외향적으로, 힘든 날 검사하면 더 내향적으로 나오는 식이다.
성격검사가 무용하다는 말이 아니다. 자신을 탐색하는 출발점으로는 충분히 유용하다. 다만 결과 유형을 '나'로 받아들이는 순간, 그 틀이 오히려 자기이해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비유를 해보자면 자기 보고식 성격검사는 창문이 아니라 거울에 가깝다.
창문은 바깥을 그대로 보여준다. 하지만 거울은 빛의 각도에 따라, 거울의 품질에 따라, 내가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그리고 우리가 거울을 볼 때는 자신도 모르게 조금 더 좋은 각도를 찾는다.
성격검사의 결과는 나의 실제 모습이 아니라, 내가 자신을 어떻게 보고 싶은지를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정보이지만,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는 결론으로 곧장 가져가면 위험하다.
더 정확한 자기이해를 위해서는 자기 보고 외에 다른 시선이 필요하다. 나를 오래 알아온 사람의 피드백, 구체적인 상황에서 내가 실제로 어떻게 행동했는지의 기록, 그리고 내가 불편하게 느끼는 피드백일수록 더 주의 깊게 들여다보는 용기 등이 필요하다. '타인은 알지만 나는 모르는 영역'을 좁혀가는 일이기도 하다.
보여주고 싶은 나와 실제의 나 사이 어딘가에, 아직 내가 만나지 못한 내가 있다.
Edwards, A. L. (1953).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judged desirability of a trait and the probability that the trait will be endorsed.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37(2), 90–93.
Paulhus, D. L. (1991). Measurement and control of response bias. In J. P. Robinson, P. R. Shaver, & L. S. Wrightsman (Eds.), Measures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ical attitudes (pp. 17–59). Academic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