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이 마무리되기 전에 이직하셨던데 도서관쪽으로 경력을 개발하시는 걸 계속 고려하고 계신 거 아닌가요?"
별 부담없이 간 면접에서 6개월 간 사서로 근무한 경력이 발목을 잡았다. 바보가 아닌 이상 충분히 예상가능한 시나리오다. 학교는 3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를 기준으로 일한다. 한 해 사업이 마무리되기 전에 나는,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해보겠다고 무책임하고 이기적으로 이직한 것이다. 면접관들은 분명 무슨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내가 중도에 이탈한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모든 진실을 말해줄 수는 없다. 면접장에서 면접자는 항상 거짓말쟁이가 될 수밖에 없다.
면접은 20분 간 이어졌다. 심지어 일대다 면접이다. 압박면접까지는 아니었지만 아무 생각없이 온 나는 긴 면접에 조금씩 지쳐갔다. 면접에서 돌아오니 다음 면접자가 자신이 참여했던 보고서를 손에 쥐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보고서를 가지고 면접실에 들어가려다 담당자에게 제지 당했다.
이것도 일이라고 면접을 보고 오니 피곤해져서 오늘 하루는 또 쉬었다. 푹 자고 일어나니 갑자기 간절하게 합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기시간 내내 보고서를 뒤적이고 문지르고 있던 그 사람이 합격하는 게 서로에게 좋을 것 같다. 나는 실업급여 구직활동에 필요한 서류를 챙긴 것만으로 족하다.
"뽑아주시면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마지막으로 할말이 없냐는 말에 왜 이런 말을 하고 왔을까. 후회는 면접관이 아니라 내가 하고있다. 뱉은 말은 당연히 지킬 거지만 이왕이면 안 되는 쪽이 낫겠다. 급여조건에 혹해서 지원하긴 했는데, 면접을 보고나니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말이 다시 떠올랐다. 절대 지원하지 않으리라고 마음먹었던, 이전에 근무한 도서관에 원서를 넣어봐야겠다는 확신마저 들고 있다. 합격여부가 결정되기도 전에 갑자기 정신이 돌아오고 있다.
그동안 방황하며 공부를 제대로 못했던 건 면접을 안 봐서였다. 면접 한 번만에 이렇게 정신을 차리다니. 합격자 발표일은 도서관 원서접수일과 겹친다. 불합격한다면 도서관에 원서를 내봐야겠다. 공무원 시험 준비와 일을 동시에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해왔지만, 불가능하다고 미룰 것이 아니라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어쨌든 생활비는 버는 게 맞다.아, 나 이제 정말 철들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