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
내려온 지 일 년 육 개월만에 이곳의 친구들에게 연락했다. 떠나온 곳의 사람들에게는 엉망인 몸을 짊어지고서 힘겹게 인사를 나눴지만, 내려오고 나서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럴 때 코로나가 좋은 핑계가 됐다. 어차피 코로나 때문에 볼 수도 없는데 몸이 좋아지면, 좋아지면…. 그게 무려 일 년 육 개월이 됐다. 그리고 코로나는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 나는 이곳에 친구가 없다. 세 명 정도 될까? 대부분은 나와 같이 대학 진학을 했고, 그곳에 터를 잡았다. 심지어 이 세 명조차 같은 시에 살지도 않는다. 첫 회사의 동기였던 친구는 몇 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남편이 사업을 물려받게 되면서 갑작스레 내려왔다. 친구가 있는 시는 두 시간 이상 걸리는 곳이다. 같은 곳에서 교사로 일하는 고등학교 친구가 한 명 더 있다. 늘 만나던 곳에서 만나기야 하겠지만 먼 것은 매한가지다. 다른 친구는 세 시간 이상 걸리는 곳에 발령 받아 군무원으로 근무중이며, 집에도 거의 내려오지 않는다.
회사 동기였던 친구는 단톡방에서 사정을 이야기해 내려오면 보자고 이야기했지만 코로나가 점점 심해지면서 지금까지 만나지 못했다. 몸상태가 좋지 않았기에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중고등학교 친구였던 둘에게는 내려 온 이후 연락하지 않았다. 나 하나 챙기는 것도 내게는 몹시 버거웠다. 그런데 오늘 그 둘에게 아주 오랜만에 연락을 했다.
같이 만나는 친구가 있는 한 친구는 내가 내려와 있다는 소식은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 때문에 내려왔는지까지는 모르고 있어 그간의 사정을 짧게 나눴다. 친구는 내려오면 연락하겠다고 했지만 코로나 때문에 부대에서 지역 이동을 자제하도록 지시하고 있어 좀처럼 내려오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는 언젠가 보자는 기약없는 약속을 하며 인사를 마무리했다.
선생님인 친구는 "오랜만이야~" 이후 아직 답장이 없다. 아무래도 수업 때문에 정신 없는 모양이다. 뻔히 이럴 걸 알면서도 이상하게 주말에는 연락하는 게 쉽지 않다. 직장인의 아주 오랜 습관으로 주말은 가급적 쉬는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연락을 주저하게 된다. 대신 평일에는 나와의 대화로 잠깐이나마 월급루팡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직장인에겐 항상 평일에 연락하게 된다. (나만 그래?)
또다른 친구에게는 단톡방에 오랜만에 안부를 물으며 소식을 전해야겠다. 어렵던 일들이 어느 순간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되는 것을 보며 조금씩 내가 나아지고 있다고 느낀다. 최근 의사와의 면담에서 했던 말처럼 앞으로도 내내 그러기를 바란다.
- 지난 4주간 특별한 이슈 없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