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면접 후 총무팀에서 연락이 왔다. 반가운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지만 당황스러운 질문을 들었다. 머뭇거리며 대답을 못하자 "주말에 뭐 하시는 일 있으세요?"라는 퉁명스러운 질문이 이어졌다.
"아니요. 그런 건 아닌데요…. 잠시 생각해보고 연락 드려도 될까요?"
"저희도 시간이 별로 없어서요. 그럼 10분 내로 연락 주세요."
"네…. 그럴게요."
경력도 없는 주제에 경쟁률이 높을 게 뻔한 주 4, 5일 일하는 자리에 지원했다. 그래서 떨어질 거라고 예상했다. 풀타임 근무하는 자리를 고려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자리는 전혀 생각치 못했다. 풀타임 근무를 하더라도 주말에 도서관에서 근무하며 경력을 쌓아도 괜찮지 않을까? 세 달 정도면…. 어떤 시간대가 좋을까, 고민하는 단계로 넘어갔을 쯤 총무팀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아까 이야기한 거 없던 일로 해주세요. 행정착오가 있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삼 분. 그는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다음 순번에게 전화를 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들은 것이다. 아마 내 이름 옆에는 '임용 포기'라고 기재될 것이다. 그의 무례함에 도서관에 대한 정이 뚝 떨어졌다. 두 번 다시 이 도서관에 지원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런 사람과 같이 일하고 싶지 않다. 도서관 이용도 관두고 싶다.
"가까우니까 봐준다."
나는 그렇게 도서관을 내 마음에서 지웠다. 합격자 발표는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공지되었다.
미뤘던 원서를 썼다. 다음날 서류 합격 안내를 받았고, 그 다음날 면접을 봤다. 이전에 화상면접할 때와 달리 분위기는 강압적이지 않았고, 면접자를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여기서 일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최종합격하셨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메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면접을 본 곳으로부터 최종합격 통보를 받았다. 희망했던 대로 다음 달부터는 이 지역의 구성원으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얼굴 보기 힘들어질 조카와 산책을 가기로 약속하고 준비하던 중에 또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연락이 없어 탈락했겠거니 했던 곳이었다.
"서류합격하셨는데 잘못된 번호로 안내하는 바람에 누락됐어요."
오늘이 면접인데 올 수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 면접시간까지는 한 시간도 남지 않았고 당장 출발한다해도 도착하기엔 무리였다. 당황한 나는 엉겁결에 오후에 면접을 보겠다고 답했고 상대방은 위원들의 일정을 확인해보고 답을 주겠다고 했다. 합격 통보, 조카와의 약속, 합격한 곳보다 불편한 교통 등 여러 정보로 혼란스러웠다. 가족들과 상의한 끝에 면접에 불참하기로 했다.
"실은 다른 곳에서 합격 연락을 받았어요. 죄송하지만 면접에 불참하겠습니다."
상대방은 최종합격인지, 출근일은 언제인지 묻더니 다시 한 번 미안하다고 말했다. 본인도 이런 상황 때문에 곤란해졌을 텐데, 내가 마음을 바꾸는 바람에 더 곤란해졌을 수도 있는데 미안하다고 말했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안 되려니 이렇게 됐나봐요."라고 말하곤 전화를 끊었다. 면접에 불참했지만 좋은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파란만장한 며칠이었다. 그리고 지역에 대한 선입견을 벗어낸 며칠이었다. 무뚝뚝하고 강압적인 사람들과의 만남을 다정하고 배려 깊은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씻어냈다. 나도 이 사람들에게 다정한 사람이고 싶다. 친절하고 싶다. 폐 끼치지 않는 사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사람들이 나를 생각했을 때 미소 지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