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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ULL Dec 24. 2022

우울증 환자는 회사에 존재하지 않는다

  "○선생이 잘못한 거 없는 걸로 알고 있을게요."


  팀장님에게 나의 퇴사는 잘못한 일이었다. 꽤 좋은 관계였는데 마지막 순간에 틀어져 버렸다는 사실이 내내 신경쓰였다. 다른 사람들에겐 전혀 문제가 아닌 일이 왜 윗사람들에게만 유독 문제가 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선의라고 생각했고 상대는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어긋나고, 또 어긋난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축하 받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게 당연하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나는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아직은 미움 받을 용기가 조금 부족했다. 세대 차이도 아니었고, 지역 분위기의 문제도 아니었다. 물론 아주 없지야 않겠지만 그게 주원인은 아니었다. 차이점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팀장님은 내가 우울증 환자인 걸 모른다.


  나를 걱정하고 염려해주는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다. 내가 우울증 환자이며, 그것 때문에 회사를 그만뒀고, 적은 급여를 받더라도 스트레스에 덜 노출되는 환경에서 일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하지만 내 건강상태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는 그저 타고난 능력을 쓰지 않고 편하게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일 뿐이다.


  나는 이 사실을 당장 팀장님에게 말하고 오해를 풀고 싶었다. 하지만 곧 그러지 않기로 했다. 지금은 오해로 묻어두는 쪽이 낫다.




  몇 차례 이직을 하는 동안, 어떤 회사에서도  우울증 환자에 대해 보거나 들은 적이 없었다. 내가 우울증으로 퇴사한다고 했을 때, 숨겨진 환자 몇 명을 보긴 했지만 나처럼 약을 장기복용하는 케이스는 아니었다. 병원에는 환자가 넘쳐나는데, 신기하게도 회사에는 없다. 회사는 그들의 존재를 용인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니 우울증으로 퇴사한 나를 일 년만에 불러준 전 회사에 감사해야 하는 건가라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내 병을 지나가는 일쯤으로 가볍게 치부했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언제나 말하지만, 가벼운 병으로 퇴사까지 하는 바보는 없다.


  나는 고작 10개월 다닌 회사의 첫 번째 우울증 환자가 되고 싶지 않다. 그러느니 차라리 이기적이고 무책임하고 나쁜 직원으로 기억되는 것을 선택하겠다. 우울증 걸린 것 같다, 우울증 걸리겠다라는 말이 아직도 만연한, 우울증에 대해 무지한 이 세상에 던지기에 나는 여전히 작고 연약한 존재다.


  이런 세상에선 어차피 우울증 환자라는 것은 이해를 구할 수 있는 사유도 되지 못한다. 전 회사가 끝까지 나의 휴직과 퇴사를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처럼, 아니 그보다 더 이해 받지 못할 것이다.


  도전하지 않는다.

  이해도 바라지 않는다.

  그냥 그렇게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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