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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중독자 Apr 20. 2021

짠맛 예찬


파리하고 창백한 꽃 한송이가 피어올랐다

꽃잎이 하도 얇아

손을 갖다 데기라도하면

녹아서 흘러내릴 기세다

사르르륵

손등을 타고 내리는 녹은 꽃잎의 물줄기

눈에서 흐르는 그것과 닮았다

눈물이 짜다는 걸 알게된 건

견고한 엄마의 표정을 힐끔거리며

쭉 뻗은 두 다리가 무색해지던 즈음이다.

문득 땡깡의 덧없음을 깨달았을때

입속으로 흘러든 눈물의 맛

인생살이 녹록치 않음을 알게 해 준 건

오미 ( 五味 ) 가운데

짠맛이었다

해가 기우는 시간

멸치를 끓는 물에 한 줌 집어 넣었더니

물 속에서 우왕좌왕 덜덜댄다.

장마철 황톳물 터지듯 풀어지는 된장

체로 겸허히 걸러내고

초록물 뚝뚝 떨어지는 시금치

열탕 안에 담궈주니 사지를 풀어해치며 노곤해한다.

된장물 드는 초록들

초록물 드는 된장들

은밀하게 주고받은 하루치의 모멸감, 자괴감, 허기, 욕심, 투기, 비련, 쓸쓸함, 울적함, 허전함,

모두 된장국에 말아 훌훌 마신다..

어느덧 입 안가득 퍼지는 기분좋은 맛

인생살이 함 살 만하다고 위로하는 맛

오미 ( 五味 ) 가운데

짠맛을 가장 많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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