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준호 한의사 Jan 09. 2017

폐섬유화증, 폐가 굳는 병

간질성 폐질환과 같습니다


폐섬유화증 진단을 받게 된 환자들은 두려워한다. 병원에서는 진단을 내릴 뿐, 이에 맞는 마땅한 치료법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선을 그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낙담하거나 당혹스러워한다. 하물며 뉴스나 온라인에서도 폐섬유화증이라는 질환을 두고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이라거나 '치료가 어려운 병'이라고 이야기한다. 과연 정말 그럴까? 이 병에 대해 한 번 살펴보자.




간질성 폐질환=폐섬유화증



폐섬유화증은 다른 말로 간질성 폐질환이다. 폐포와 폐포 사이의 벽을 간질이라고 하는데, 간질 조직은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교환, 즉 호흡을 담당하는 곳이다. 간질성 폐질환이란 바로 이러한 간질 조직의 감염, 자극성 물질로 인한 염증 등으로 인해 발병하는 질환이며 염증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섬유화 반응을 일으킨다.


섬유화로 인해 폐가 점차 탄력성을 잃고 굳어가게 되며, 폐가 굳어짐에 따라 호흡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제한성 폐질환이라고 정의되기도 한다. 병원에서는 병을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보통 '폐가 굳었다'는 식으로 표현한다. 원래 말랑말랑하던 얇은 솜사탕 같은 벽이 시멘트 벽처럼 두꺼워지고 굳어지는 병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는데 쉽다.




주요 증상

                               -만성적인 마른기침·전신 건조증·체중감소·호흡곤란-  


간질성 폐질환의 초기 증상은 만성기침, 전신 건조증(입술, 안구 등)이다. 잦은 만성기침은 기관지와 폐를 더욱 건조하게 하여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평소 입술 건조, 만성기침 빈도수 등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섬유화가 진행될수록 호흡곤란이 서서히 나타나며, 중증 단계에 접어들수록 신체 전반적인 면역력과 체력이 저하되어 식욕감퇴 및 체중감소가 나타난다.


또한 혈류량을 높이기 위한 심장의 무리한 운동으로 폐의 모세혈관이 파괴되어 빈맥, 청색증, 곤봉지 등의 심혈관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특히 간질성 폐질환의 경과가 뚜렷할 경우, 객관적 검사를 통해 질환의 깊이 정도를 진단할 수 있지만 미세한 정도의 증상은 객관적인 검사와 더불어 평소 맥박과 체중 등 신체 증상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1단계  목이 간질한 느낌, 인후부 이물감에 따른 기침이 발생하며, 주로 목 부근에서 나타난다.

2단계  폐 아래쪽에서 느껴지며, 폐 조직이 섬유화 됨에 따라 조직이 거칠한 조직으로 변해 호흡곤란이 나타난다.

3단계  폐의 부족한 능력을 심장이 도와 칼로리 소모가 많아지고 호흡곤란이 극심해진다. 식욕 저하로 인해 체중이 감소하며 위중한 단계임을 뜻한다. 

4단계  폐를 돕는 심장이 지치게 되는 매우 위험한 단계이다. 이 시기에는 외부의 산소공급이 필요하며, 폐렴 또는 폐성심의 합병증 등을 조심해야 한다.



범인은 바로 염증


아직 뚜렷한 발생 원인이 규명된 질환은 아니지만 간질성 폐질환은 폐의 간질 조직이 건조해지고, 열이 발생하여 염증(炎症)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한방에서는 크게 2가지 원인으로 분류하고 있다.


첫 번째는 선천적 요인이다. 폐의 진액이 부족하여 폐 간질 조직이 섬유화 된 경우이며 입술 건조, 안구건조 등 전신 건조증과 함께 폐기종이 동반될 수도 있다.


두 번째 후천적 요인으로는 생활환경에서 비롯되는 과도한 스트레스 및 예민하고 급한 성격이다. 한방적으로 "오장 지병(五臟持病)은 육부 폐 색지 소생(六腑閉塞之所生)야"라는 표현이 있는데 스트레스로 인해 표가 막히다 보면 열을 제대로 발산할 수가 없고 그로 인해 속에서 내열이 치밀어 오르는 상태가 지속된다. 간질성 폐질환 환자 중에 안면홍조, 상열감, 속에 열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폐의 조직은 한 번 상처를 받고 나면 정상화되기 어렵고 조직 자체가 변성되는데, 가습기 살균제 또는 불산 유출 사고에서도 주요 증상이 폐질환으로 나타나는 것은 이러한 원인 때문이다. 




치료할 수 없는 병?



너무 무서운 생각을 할 필요는 없다. 실제 환자들 중에는 암 같은 질환을 떠올리기도 하는데, 간질성 폐질환은 돌연 사망에 이르는 질병이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또 질병의 경과가 분명한 흐름을 보이고 그 흐름이 빨라지느냐 느려지느냐에 따라 생존기간과 예후도 달라진다. 그러므로 질병명 자체로 내 삶이 얼마나 남았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금물이다.


간질성 폐질환을 비롯해 COPD(만성 폐쇄성 폐질환) 등의 질환은 중증으로 진행되면 호흡곤란이 극심해져 암보다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치료를 통해 잘 유지만 된다면 암보다 진행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반드시 사망에 이른다는 오인을 하거나,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Q. 간질성 폐질환 어떤 검사를 하나?

폐 단면을 확인하는 검사인 흉부 CT, 폐 용적을 검사하는 폐기능 검사를 비롯하여 호흡곤란 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산소포화도, 중증으로 진행될 경우 더욱 심층적 검사인 동맥혈 산소 검사 등을 통해 폐섬유화 상태를 판단할 수 있다. 이런 치료에 앞서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CT, X-ray 등의 영상학적 검사를 통해 단편적으로 질환을 해석하는 것이 아닌 병증 진행의 전후 관계와 현재 체력 상태, 검사상 해석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치료에 임하는 것이다.





간질성 폐질환은 증상의 회복 속도가 느리고, 회복 또한 오래 걸리는 질환이다. 나이가 많거나 이 병을 오래 앓았다면 회복 속도가 더욱 저하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간질성 폐질환은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기도 하다.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증상을 완화시키고 스스로 이겨내는 방법을 배워야만 간질성 폐질환 치료에 차도가 있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소아 기침감기, 어떻게 대처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