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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준호 한의사 Dec 23. 2016

다한증, 다한증 환자의 고충

땀과의 전쟁 


보통 사람들은 다한증에 대해 잘 모른다. 그저 '땀이 잘 나는' 질환으로 인식을 할 뿐이지, 이 질환이 정확히 어떤 피해를 주고 힘들게 하는지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약간의 땀이 나기라도 하면 우스갯소리로 '나 다한증인가 봐'라고 농담을 주고받기도 한다. 나는 과연 이 질환이 농담을 주고받을 만한 소재에 어울리긴 하는지 잘 모르겠다. 실제 다한증 환자는 일상생활에 많은 지장을 받는다. 얼마나 지장을 받느냐고 묻는다면 '거의'라고 대답하고 싶다.


학생의 경우, 수능을 치다가 과도한 긴장감에 연필을 제대로 쥐지 못하고 시험지는 땀범벅이 되어 버릴 확률이 높다. 수능을 비롯해 다른 시험들도 마찬가지이다. 땀으로 인해 기계를 놓치면서 크게 다친 사연도 찾아볼 수 있고, 핸드폰을 쥐는 것마저도 힘들다. 사람이 많은 지하철에서는 손잡이를 잡을 수도 없다. 이성과의 교제에서 스킨십은 더욱이 힘들다. 이렇듯 다한증 환자라면 단지 웃고 넘길 수 없는 경우가 훨씬 많다. 인생의 항로를 바꾸는 다한증, 아직도 우스갯 소재로 쓰일만한 질환인가?



다한증이란?


다한증은 신체의 정상적 생리상태에 비해 필요 이상의 과도한 땀이 분비되는 질환이다. 땀 분비 부위에 따른 국소적 다한증, 전신적 다한증으로 분류할 수 있다. 원인 유무에 따른 일차성, 이차성 다한증으로도 분류가 가능하다. 다한증은 지나친 땀 배출로 인해 생활 속 불편함을 비롯해 신체적 고통 및 심리 상태에 영향을 준다.


생명에 지장이 없는 질환이지만 일상생활에 큰 불편함을 안겨준다. 일차성 다한증은 유년시절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예민한 성격, 섬세한 성격, 꼼꼼한 성격, 내성적인 성향으로 형성될 수 있으며 학업에도 어려움을 겪을 확률이 크다. 이차성 다한증은 20대 이후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대인기피증, 취업의 어려움, 연애 및 결혼의 어려움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처럼 다한증은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며 동시에 삶의 질을 하락시킨다.



다한증 원인 및 증상

 

한의학에서는 다한증의 원인을 심(心), 폐(肺), 간(肝), 위(胃), 비(脾), 신(腎), 기(氣)의 원활하지 못한 순환에 따른 자율신경계의 불균형 및 교감신경의 과민반응으로 보고 있다. 다한증은 불안, 초조, 걱정 등의 심리적인 긴장상태에서 가장 활발히 땀을 분비하는데 이 외에도 선행질환에 의해 이차성 다한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사고, 충격과 같은 외상에 의해 신경 분포가 바뀔 경우 부분적 다한증이 발병하는 사례도 있다.


다한증의 주요 증상은 크게 보면 과도한 땀 발한이다. 이 외 외형적·심리적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전체 인구의 약 0.6%~1.0%가 일차성 다한증을 호소하고 있다. 유년기에 다한증이 발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로 땀샘이 밀집되어 있는 손과 발, 머리, 얼굴, 겨드랑이 등 국소 부위에 땀 분비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겨드랑이 경우 땀샘과 함께 아포크린선이 분포되어 있어 과도한 발한 시 이차적으로 세균이나 곰팡이 감염에 의한 액취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일차성 다한증과 이차성 다한증

이차성 다한증은 심리적, 사회적 환경에 영향을 받는 반면 일차성 다한증은 유전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부모 중 한 명이라도 다한증이 있을 확률은 5% 미만이지만, 몇 대의 잠복기를 거쳐 발현되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일차성 다한증은 특정 상황에서 땀이 분비되는 경우가 많은데 예를 들어 오일, 로션, 핸드크림 등의 유분이 많은 액체, 가죽 샌들과 장갑(맨발, 맨손), 신경계 긴장을 일으키는 카페인 음료, 게임 등은 땀샘을 더욱 자극시킨다. 표 참고.



치료 방법


다한증은 현재 100% 완벽한 대응책이 없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을 치료법은 마련되어 있다. 현재 다한증은 전기 이온 영동 치료와 보톡스, 교감신경 절제술 등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온 영동 치료와 보톡스 등의 치료는 재발이 있지만 부작용은 별로 없는 안전한 치료법에 속한다. 반면 교감신경 절제술은 재발이 없는 완치를 목표로 하지만 부작용 위험성이 따르는 치료법에 속하므로 신중한 선택을 필요로 한다.


교감신경 절제술의 경우, 손으로 오는 교감신경을 절제해버리면 손이 아닌 다른 부위로 교감신경의 흥분이 전달되면서 발한이 촉진된다. 이때 많이 생기는 부위가 머리나 등, 허리 부위다. 이것을 '보상성 다한증'이라고 부르는데 정확히 어느 부위로 보상성 다한증이 생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아주 치명적인 부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간혹 다한증 수술 후 보상성 다한증 때문에 재수술을 문의하는 경우가 있는데 안타깝게도 보상성 다한증은 한 번 생기면 다시 손을 쓸 수가 없다. 그래서 요즘은 잘 시행하지 않는 치료법이기도 하고, 실제 의사들도 쉽게 권하지 않는다.


전기 이온 영동 치료와 보톡스는 모공을 막는 치료법이다. 두 치료법 모두 보상성 다한증과 같은 부작용이 없는 대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막혔던 모공이 뚫리면서 다시 땀이 나게 된다. 현재 다한증 치료에 있어서는, 수술 요법을 적용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두 치료법이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다.



생활 관리 요령


일단 긴장을 유발하는 생활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게임과 카페인 음료이다. 다한증 환자는 딱딱한 물건을 잡으면 땀이 나기 마련인데 마우스를 잡은 채 정신적인 긴장을 유발하는 게임은 다한증에 해롭다. 그리고 커피와 같이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는 먹는 즉시 손발에 땀이 날 정도이기 때문에 가급적 멀리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일상생활에서는 운동을 통해 땀을 자주 흘려주는 것이 좋다. 수족다한증 환자는 손과 발의 모공을 통해서만 땀이 배출되려는 경향이 있는데 운동을 통해 전신의 모공으로 땀을 흘려주면 손과 발에만 땀이 집중되는 경향이 줄어들 수 있다. 그리고 유분이 많은 크림은 수족다한증 환자에게 알맞지 않으니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평소에 통기성 좋은 신발을 신고, 평소에 발을 잘 말려주는 것도 중요하다.


음식을 통한 관리는 사실 애매하다. 어떤 음식을 즐겨 먹는다고 해서 금세 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전체적인 큰 틀에서 살펴보자면, 맵고 자극적인 음식은 교감신경을 흥분시킬 수 있고 땀을 나게 만든다. 특히 살이 찔 경우 땀이 많이 나기 때문에 체중 관리가 중요하다. 육류, 햄, 피자 등 칼로리가 높은 인스턴트식품도 좋지 않다. 종합적으로, 한식 위주의 담백한 식사가 다한증 환자에게 적합하다고 이해하면 되겠다.




다한증은 직접 겪지 않는 한 그 고통을 알 수가 없다. 삶의 질을 하락시킬 정도인데, 몸소 겪어보지 않고는 다한증 환자를 어떻게 전부 다 이해를 하겠는가. 다한증은 막연하게 '불편하겠다', '힘들겠다'에서 그치지 않는다. 실제 일상생활에서 남들이 상상도 못 할 만큼 굉장히 많은 불편함을 겪고, 또 인내하고, 감수하며 살아간다. 특히 피아니스트 같은 특수 직업을 가진 사람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다한증은 전혀 아프지 않고, 그저 손발에 땀이 날 뿐이다. 하지만 다한증으로 인해 인생이 바뀔 수도 있다. 이렇듯, 다한증이란 가볍게 여기고 생각할 만한 질환이 아님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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